규제화된 거래소의 역설: 코인베이스 리스크 리포트

글로벌 크립토 기업 인사이드 ② - 코인베이스 편 (2/3)

by Hye

규제화된 거래소의 역설

코인베이스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가장 규제화된 거래소'다. 오래전부터 미국 나스닥에 상장되어 여러 규제당국과 협력해 온 만큼, 미국이 요구하는 법적 요구사항을 충실히 준수해 왔을 것이란 기대가 반영된 결과일 것이다.


다른 거래소들과 비교하면 이런 인식이 맞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코인베이스는 동시에 가장 주목받는 법적 분쟁의 중심에 서 있는 기업이기도 하다. SEC와의 소송은 단순한 기업의 규제준수 여부를 넘어, 향후 가상자산 산업 전체가 어떤 규제 틀에서 자리 잡을지를 가늠하게 해주는 상징적 사건이기 때문이다.


지난 편에서는 코인베이스의 사업모델과 성장전략을 분석했다. 이번에는 그들이 현재 마주하고 있는 리스크들, 특히 아직 해결되지 않은 현재진행형 이슈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SEC와의 대결: 소송 취하가 진짜 승리일까?


2년간의 치열한 공방전

SEC와 코인베이스는 가상자산 및 관련 서비스의 "증권성" 이슈로 꽤 오랜 시간 다퉈왔다. 그 시작은 2023년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SEC는 코인베이스에 웰스 통지를 보내며 두 가지 핵심 쟁점을 제기했다

상장 토큰 중 일부가 증권일 수 있다

코인베이스 스테이킹 서비스도 투자계약증권일 수 있다


둘 다 "증권" 관련 이슈였다. 무언가 "증권"으로 규정되면 그 순간부터 증권법의 적용을 받아, SEC 등록과 함께 공시, 내부통제, 투자자 보호 의무 등을 지켜야 한다. SEC는 토큰과 스테이킹 서비스가 증권이므로 코인베이스가 무등록 영업을 했다고 주장한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증권인지 어떻게 판단할까? 미국 법원은 오래전부터 하위테스트(Howey Test)라는 기준을 사용해 왔다. 이 테스트는 ①금전의 투자, ②공동사업, ③이익의 기대, ④타인의 노력 의존 네 가지 요건이 충족되면 증권으로 본다. 토큰 매입이나 스테이킹 참여는 금전적 투자(①)로 보일 수 있고, 발행사·플랫폼 운영과 연결되므로 공동사업(②) 요건도 충족된다. 더 나아가 투자자가 가격 상승이나 보상 수익을 기대한다는 점(③), 그 수익이 발행사나 검증자의 운영 노력에 달려 있다는 점(④) 때문에 증권성 논란이 불거지곤 한다.


코인베이스의 반박은 분명했다. 2023년 이전부터 가상자산의 증권성 판단 기준을 명확히 해달라고 SEC에 꾸준히 요청해 왔고, 행정청원까지 제출했지만 오랜 시간 답변을 듣지 못했다는 것이다. 명확한 규정 없이 사후적으로 제재에 나서는 것은 부당하며, 규제가 필요하다면 입법이나 공식 규제 제정을 통해 해야 한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리플 판결의 복잡한 메시지

이런 공방 중 2023년 7월 리플(XRP) 사건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리플이 기관투자자에게 직접 판매한 XRP는 증권에 해당하지만, 거래소를 통한 일반투자자 대상 판매는 증권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 판결은 중요한 시사점을 던졌다. 토큰 자체가 무조건 증권이 아니라,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판매되었는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 것이다. 코인베이스 입장에서는 희망적인 신호였지만, SEC는 개의치 않고 소송을 더욱 강력하게 밀어붙였다.



예상치 못한 반전: 소송 취하

그런데 분위기는 2024년 말, 그리고 2025년 들어 트럼프 당선 이후 급격히 달라졌다.


2025년 2월, 코인베이스 블로그에는 놀라운 소식이 올라왔다

"Righting a major wrong" (2025년 2월 21일): SEC 직원들과 "원칙적으로 이 소송을 취하하기로 합의"

"High Stakes Litigation: Time to End the War on Staking" (2025년 4월 25일): SEC와 5개 주가 스테이킹 서비스 관련 소송을 모두 철회


SEC가 자진해서 소송을 취하한다는 전례 없는 결정이었다. 시장은 곧바로 "드디어 증권성 논란이 해소되었다!"는 메시지로 받아들였다.



정말 해결된 걸까

SEC는 이번 결정이 증권성 이슈가 완전히 정리됐다는 의미는 아니며, 어디까지나 정책적 재정비를 위한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코인베이스에서 주장한 대로 명확한 규정 없이 사후 제재하는 방향은 바람직하지 않으므로 먼저 정책을 수립하고 추후 이에 따른 조치를 하겠다는 의미이다.


물론 시장은 이러한 발언을 SEC의 자존심 챙기기로 평가하는 듯하다. 사건의 흐름 상, 트럼프가 당선되고 그간 암호화폐업계와 날을 세워온 개리 겐슬러가 물러나고, 그다음 소송철회가 이루어졌기 때문에, 정권교체에 따른 SEC의 트럼프 눈치보기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아쉬운 점은 이 사건이 명확한 법원 판결로 결론 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소송이 조기 종결되면서 판례로 남지 않았고, 따라서 법적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토큰과 스테이킹이 증권인지"라는 근본 쟁점은 아직 해답을 기다리는 상태다.


_- visual selection (6).png


아직 끝나지 않은 Underwood 집단소송

SEC 소송이 자진 철회되면서 한숨을 돌리는 듯했지만, 코인베이스에게는 여전히 또 다른 중요한 법적 리스크가 남아 있다. 바로 Underwood v. Coinbase Global Inc. 집단소송이다. 이 소송은 2021년 10월, 투자자 Christopher Underwood 등이 제기한 것으로, 코인베이스가 79개 디지털 자산을 미등록 증권으로 불법 판매했다고 주장한다. SEC 사건이 규제 당국의 제재였다면, 이건 민간 투자자들이 직접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라는 점에서 성격이 다르다.


1심(2023년)에서는 대부분의 청구가 기각되었으나, 항소심(2024년)에서 일부 청구가 다시 살아나면서 사건은 계속 이어졌다. 2025년 들어서도 연방 지방법원은 코인베이스의 추가 기각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아, 소송 일부가 여전히 진행 중이다. SEC와의 공적 분쟁은 일단락되었지만, 실제 투자자들의 손실 배상을 요구하는 민사 소송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은 코인베이스에게 상당한 부담으로 남아 있다.



운영 리스크: 신뢰는 하루아침에 무너질 수 있다.


AML/KYC 컴플라이언스 부담

SEC 소송처럼 눈에 띄는 이슈는 아니지만, 전 세계 규제화된 모든 거래소와 동일하게 코인베이스에게도 AML(자금세탁방지) 제재 리스크가 있다.


실제로 2023년 1월 뉴욕금융감독청(NYDFS)이 코인베이스의 고객신원확인(KYC)과 자금세탁 모니터링(AML) 시스템에 심각한 미비점이 있다며 지적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상당한 규모의 벌금과 내부통제 개선 투자를 약속해야 했다.


가상자산 거래소는 은행과 동일하게 고객 자산을 다루고 전송을 중개하기 때문에, AML에 대해서는 금융기관과 동일한 수준의 규제를 받는다. 이러한 규제사항을 충분히 준수하지 못하면 "투명하고 신뢰할 수 있는" 거래소 이미지를 잃을 수 있으며, 벌금 등 금전적 손실로도 이어진다.



급격히 증가한 커스터디 리스크

코인베이스가 보관하는 고객자산이 4,040억 달러(2024년 말 기준)에 달한다. 특히 가상자산 ETF 투자 활성화와 기관들의 코인 투자 확대로, ETF 커스터디 자산의 80% 이상을 코인베이스가 보관한다고 분석되고 있다.


그간 쌓아온 신뢰할 수 있는 이미지가 빛을 발한 지점이지만, 한번 사고가 나면 발생할 수 있는 피해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Mt.Gox, FTX 사례에서 보듯이 암화화폐 업계에서 한번 무너진 신뢰 회복은 매우 어렵다.




해외진출, 생각만큼 쉽지 않다


매출 편중 리스크와 해외 확장

코인베이스는 상당한 비중의 매출이 미국 고객으로부터 발생한다고 보고서에서 직접 언급하고 있다. 이러한 매출 편중을 다각화하기 위해 유럽, 싱가포르 등으로 서비스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코인베이스는 '가장 합법적인 거래소'라는 이미지에 걸맞게 유럽의 MiCA, 싱가포르의 MAS 등에서 정식 라이선스를 받으며 정석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_- visual selection (7).png

규제 환경의 불안정성

안전한 방향으로 비교적 순조롭게 해외 확장을 해가고 있지만, 문제는 가상자산 사업 관련 규제 환경이 아직 불안정하다는 점이다. 법률이 자주 변경되고, 지역마다 다르게 해석되고 적용될 수 있으며, 서로 상충할 수도 있다.


또한 라이선스를 취득했다는 것은 규제당국의 지속적인 모니터링 대상에 들어왔다는 의미다. 미국뿐만 아니라 해외 금융서비스 규제당국으로부터 지속적인 조사, 감독 및 검토를 받는 처지에 놓인 것이다.

코인베이스는 '합법적'이라는 이미지를 꾸준히 쌓아온 만큼, 위반 사실이나 규제 조치를 받았을 때의 브랜드 이미지 손상이 다른 거래소보다 클 수 있다.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의 전형


위기를 기회로 만든 전략

최근 크립토 산업에 불어온 훈풍, 즉 이번 불장은 미국 중심으로 일어났고, 그 한가운데 코인베이스가 있었다. 트럼프 당선 이후 크립토 친화적 분위기가 형성되고 기관들의 시장 참여가 확대되면서 가장 큰 수혜를 입은 회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여전히 코인베이스에게는 잔여 이슈들이 남아 있다. 변덕이 심한 크립토 산업에서는 언제든 이런 이슈들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수 있다.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낮지만, 미국의 대선이나 정책 변화에 따라 사업모델 자체가 뒤흔들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국 기업들에게 주는 교훈

곧 법인 가상자산 계좌 개설이 허용될 한국에서도 비슷한 이슈들이 등장할 것이다

스테이킹 서비스의 규제 방향성

토큰 상장 심사 기준

커스터디 서비스 라이선스 요건


코인베이스는 이렇듯 사업을 확장하면서 끊임없이 노출된 리스크에 대비하고 대응하며 지금까지 영업을 지속해 왔다. 그 결과 시장지배력을 얻었고, 주가 상승과 수익 증가라는 성과도 얻었다.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이라는 세상의 논리를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가 아닌가 싶다. 규제 불확실성을 어떻게 사업 기회로 전환할 것인지, 한국 기업들도 고민해 볼 시점이다.


다음 편에서는 코인베이스의 회계처리 이슈들을 심층 분석해 보겠다. 가상자산 관련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만큼, 고객자산 회계처리 방식 변화, 스테이킹 수익 인식 기준, 가상자산 손상 평가 등 실무진들이 궁금해할 회계 이슈들을 다룰 예정이다.

작가의 이전글거래소를 넘어선 '가상자산 생태계 플랫폼'의 탄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