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은 항상 내 편이 되어주는 최고의 관계다

효심, 그리고 가족에 대한 정의

by 호단

며칠 전 버스에서 이런 말을 들었다.

나쁜 짓 했어도 부모한테 효도하는 사람은 다 착한 사람이야. 심성은 착해.

효심이 대체 뭐길래 그거 하나로 모든 잘못과 실수, 단점이 가려질 수 있을까.


모든 인간관계는 타인과 타인의 결합으로 이루어진다. 여기에는 혈연으로 이루어진 가족도 포함된다. 반문이 드는 사람들이 많을 거다. 혈연은 친구, 지인, 동료, 연인과 다른 형태의 것이라고. 피와 살이 섞였고, 함께 부대끼며 오랜 세월을 살아온, 언제나 나의 편이 되어줄 존재라고.

가족은 선택권이 없다. 강제로 주어진다. 그렇다고 해서 당신을 낳은 존재가 선택한 것도 아니다. 무엇도 선택하지 못한 채 서로를 떠맡아야 한다. 특히 아이의 보호자들이 초반에 큰 고생을 할 거다. 아이가 인간 세상에서 무사히 한 자리 잡고 살아갈 수 있도록 신경 써야 하니까. 여기서 효도의 필요성이 나온 걸까. 이렇게 고생해서 너를 사람답게 만들었으니까 그 몫을 돌려주거라, 하는 마음으로.


세상에 완벽한 가족이라고 자부할 수 있는 이들이 몇이나 될까. 인간 자체가 결함이 있는 존재인데 완벽을 말하는 건 과한 표현이긴 하다. 그럼 조금 낮춰서, '나는 우리 가족이 만족스럽다'라는 설문에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일 가족은 얼마나 될까. 있다면 그 가족 구성원들의 생각이 얼마나 일치할까.

얼결에 얻었음에도 내 마음대로 바꿀 수 없는 관계는 참 어렵다. 그런데 사람들은 쉬운 척한다. 가족은 서로를 사랑하고, 아끼고, 편이 되어주는, 세상에서 가장 믿을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아니다. 그럴 가능성이 높은 형태인 것이지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그럴 필요도 없다. 남들이 그렇게 산다고, 이게 사회에서 옳은 것이라고, 나는 도덕적인 사람이라고 책임과 의무를 합리화하지 않아도 된다. 그 도덕이라는 것, 사회의 시선이라는 것도 결국 누군가 혹은 소수가 규정하고 다른 이들이 따라간 것이다. 타당하다는 보장은 없다.


사회가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은 아주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 이게 왜 다른 사람에게, 그리고 나에게 당연하게 되었는지 물어야 한다. 꽤 귀찮고 어려운 과정이다. 안정적이고 편한 틀을 깨는 일이니까. 그러나 온갖 말과 논란이 들끓는 세상에서 나의 중심에 나를 놓으려면 나의 가치관이 필요하다. 이 말은 곧 생각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늘 던진 질문은 이거다. 혈연으로 맺어진 가족은 가장 최고의 형태인가. 나의 대답은 '그렇지 않다'. 혈연이든 아니든 타인은 타인이고, 나는 나고, 관계가 맺어'진' 것이기에 다른 의미, 다른 가치를 부여하기 쉬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