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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봄 Feb 15. 2022

매 달 인센티브가 있는 회사, 솔직히 조금 끌렸다.

KPI를 리더가 임의로 정하면 안 되는 이유

본 글은 작가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글이나, 3년이 지난 시점에서 작성된 글이므로 약간의 기억의 왜곡이나 과장이 있을 수 있습니다.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중심으로 재미로만 봐주세요:)


사실 나는 인센티브에 흔들리는 스타일은 아니다.

인센티브보다는 안정적인 연봉이 더 중요했고,

대기업이나 공기업처럼 회사차원에서 나오는 인센티브가 아니라

개인에게 부여되는 인센티브는 나에게 그리 자극적이지 않은 것은 맞다.


특히나 갓 입사한 사회초년생이 잘하면 얼마나 잘한다고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을 정도의 성과를 내겠는가?


그래도 매 달 인센티브가 있다던 그 제도는, 제법 흥미로웠고

약간의 희망을 가진 채 열정을 끓어 올리기에는 괜찮은 도구였다.


입사 후 동료들과 친해진 뒤 인센티브제도에 대해 물어봤다.

진짜 존재하는 제도인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받은 선배도 있었다.


3개월 수습을 끝내면 각자 개별 KPI가 부여되고, 

KPI 이상을 달성하면 인센티브가 나온다고 했다. 꽤나 괜찮은 회사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두 달쯤 지났을까?


야근을 하는 사람들은 늘었는데 인센티브를 받는 사람은 사라졌다.

더 이상 그 누구도 인센티브를 받지 못했다.

KPI 달성을 아무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KPI 달성을 왜 하지 못했을까?


KPI를 한 번 달성하면, 대표가 다음 달 KPI는 전 달의 두배로 책정해주기 때문이다.

(들어는 보셨나요? 복리 KPI라고...)


당사자와의 논의 과정 같은 것은 없다. 개별 KPI는 탑다운 방식으로 내려왔다.

달성 여부와 상관없이 KPI는 매 달 높아졌고,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은 자연스레 사라졌다.

업무량은 과중되고, 성과 압박은 커지고 스트레스는 점점 더 쌓였으며 업무 만족도는 떨어졌다.


물론 대표가 모든 것을 완벽하게 잘하길 바라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직원들이 어디서 왜 불만을 가지게 되었는지, 어떻게 해야 적절한 동기부여와 목표의식이 생기는지에 대한 대화라도 시도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결국, 참다못한 팀장님이 총대를 들고 나서 이러한 KPI 책정 방식은 옳지 않다고 대표님과 면담을 신청했다.


긴긴 설득 끝에 KPI는 매 달 130%만(?) 상승시키는 것으로 조율되었다.

그렇게 매 달 상향 조정되는 KPI와 이를 달성하지 못할 시 압박에 시달리는 것은 유지한 채

자연스럽게 인센티브 제도는 사라지게 되었다.





대표가 처음인 당신에게 전하고 싶었던 말

저도 아직 '구체적이고 명확한 KPI 설정 방법'에 대해서 잘 알지는 못합니다. 하지만 최소한 KPI는 공정해야 하며, 실현 가능성과 적절한 도전성이 고려되어야 하고, 모두가 이해하고 납득 가능해야 한다는 것은 알고 있어요. 당신이 제시했던 KPI는 도전성을 주기보단 과도하게 높은 목표로 사기를 떨어트리고, 그 어떤 직원도 이해시키지 못했다는 것을 알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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