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시작

서류 합격 그리고

by 혜달


나는 고용불안정의 삶을 사는 기간제 교사다.

새 학기가 시작되기 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면, 가계에 큰 타격을 받는 처지다.

몇 번의 불합격 끝에 다행히 서류 심사에 합격했다는 연락을 받았고, 그 이후의 상황을 써 내려가본다.


서류 합격 소식을 들었을 때 솔직히 기쁘지 않았다.

서류에 합격하여 2차 수업시연, 3차 심층면접까지 치렀지만 불합격했던 경험이 있었기에 스스로가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합격하지 못할 거라 생각했고, 자신이 없어 막막했다. 실패 경험이 차곡차곡 쌓여가는 것이 너무 불안했다.

실패로부터 배움을 얻고,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실패의 무게에 눌려 일어나지 못할 것 같았다.


밤이 되면 불안해서 잠을 못 잤고, 툭 치면 쓰러질 듯 피곤했지만 잠 못 이루는 날들이 이어졌다. 날 필요로 하는 곳이 있길 간절히 소망하는 마음은, 끝없는 불안으로 돌아왔다.


이 불안을 떨쳐내는 방법은 하나였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


불안해서 피해버리고 싶은 마음, 불확실한 상황을 직면하기 싫은 마음을 다독이며 대비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자고 생각했다. 완벽하지 않더라도.


설마 이런 것까지? 싶은 내용들도 대비하였고, 잠을 자고, 밥을 먹었다. 그러고 나니 불안이 이전보다 사그라들었다.


면접 당일, 다수의 면접자들이 대기하고 있는 대기실에 도착하자 다시 긴장감이 몰려왔다. 머리가 새하얘지는 것을 느끼며, 이러다 연습했던 내용들이 떠오르지 않으면 어떡하지 싶었다.


절차에 따라 수업지도안을 작성하고, 수업을 시연하고, 면접을 보았다. 모든 과정을 마치고 학교를 나서는 발걸음은 아쉬움이 매달려 천근 같았다.

집에 돌아온 나를 반기며 면접은 어땠냐고 묻는 부모님의 물음에 나는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차라리 내가 면접 본다는 사실을 모르셨더라면 좋았을 텐데.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뒤,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심장이 두근거리며 기대감이 차올랐다. 애써 태연한 목소리를 내며 받은 전화는 최종 합격했다는 소식이었고, 전화를 끊은 뒤 바로 부모님께 달려가 이 소식을 알렸다.


아, 이제야 와닿는다. 새로운 해가 밝았구나.

갈 곳이 있다, 할 일이 있다, 내가 필요한 곳이 있다.

이제야 진실로 기쁜 웃음이 새어 나온다.


당분간은 정신없을 것이다.

그리고 난 그 사실이 더없이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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