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빈과 다니엘 헤니

by 혜담

나흘간의 휴일에 환호했던 것이 조금 전 같은데... 시계는 벌써 23:04. 월요일 밤이 한 시간 채 남지 않았다 한다. 금요일에 아점을 단단히 챙겨 먹고 아이와 '공조 2 인터내셔널'을 보러 cgv로 달려간 것이 긴 휴일의 시작이었다.


현빈과 다니엘 헤니, 찐 one plus one! 잘생긴 남자 옆에 또 잘생긴 남자!

그들의 잘생김과 멋짐을 보고 있으려니 긴 코로나 끝에 잔뜩 인상된 영화 티켓 요금이 전혀 아깝지 않았다. 같은 인간들로 태어났는데 누구는 현빈으로 태어나고 다니엘 헤니로도 태어나는 것은 유감이지만 그런 딴 세상 존재들 덕분에 두 시간 내내 행복할 수 있었으니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그래서 그들을 스타라고 부르는가 보다. (현빈을 다 가진 손예진, 손예진을 다 가진 현빈. 이 이기적 유전자들을 다 가진 그들의 2세- 불공평한 세상이다.)


그러나, 그게 다였다.


나머지 사흘은 두문불출, 재활용 처리하러 딱 한 번 지하 주차장에 내려갔다 올라왔다. 뭐 그렇다고 딱히 무얼 하겠다는 계획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미안한 마음에 내일은 꼭 아이 데리고 산책이라도 나갔다 와야지 다짐도 했었다. 하지만 그 다짐들을 사흘 밤을 반복하다가 결국 이 시간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뻔히 아는 내일 일과를 생각하니 한숨이 쉬어지는 것이다. 좀 더 알차거나 의미 있게, 혹은 신나게 놀았었을 수는 없었나!


얼마 전 논술 수업에서 '직업'이라는 주제가 토론 비슷하게 진행된 적이 있었다. 어떤 직업을 갖고 싶은지, 또 어떤 기준으로 직업을 선택할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를 한참 했던 것 같다. 아이들은 대부분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직업을 갖고 싶다고 했고 '유튜버'의 인기가 상당했다. 또 돈을 많이 버는 목적이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라고도 하였다.


"네 꿈이 뭔데?"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하는 거요!"

"하고 싶은 것이 뭔데?"

"사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 가보고 싶은 데 가는 것들을 마음껏 하는 거요!"

" 그것들이 꿈이라고? 꿈은 뭔가가 되고 싶다거나, 달성한다거나 뭐 그런 거 아냐? 네가 어떤 재능이 있고 무언가를 할 때 가슴이 뛰기 때문에 어떤 일을 하겠다를 정하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해서 이루게 되면 그 보상으로 돈을 많이 벌 수도 있고 그러면 사고, 먹고, 가보고 싶은 데를 가고... 순서가 이렇게 되는 것 아냐?"


그 밖에도 뭔가 모범적인 생각들을 유도하려고 은근히 설득했던 기억이 난다. 논술 교사로서 '나의 일'은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 긴 휴가가 이렇게 황망히 끝나고 내일 다시 마주할 그것이 결코 반갑지 않은 '나의 일' 말이다. 나흘이나 된다고 환호했던 긴 휴가를 현빈과 다니엘 헤니의 잘생긴 얼굴들을 보는 것으로 만족하며 끝내야 하는 '나의 일' 말이다.


'나라 밖은 아직 위험해!'라고 자위하지만, 능력 있는 사람들은 공항을 부지런히 들락거리며 Happy Chuseok, Merry Chuseok을 즐기고 있는 것이 사실이니 좀 우울하다. 지인 한 명도 미국과 캐나다 국경이 맞닿은 어딘가에서 지금 피톤치드 들이마시며 여행 중이란다. 같은 인간이지만 현빈 혹은 다니엘 헤니의 얼굴을 갖고 태어난 사람들이 있는 것만큼이나 부럽고 또 억울한 느낌이다.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부의 추월 차선>, <돈의 속성>, <슈퍼 리치의 습관>, <재무제표 모르면 주식 투자 절대로 하지 마라>, etc. 다시 꺼내서 정독 들어가야 하나? 투자 실패를 크게 겪은 후 '투자'란 단어만 들어도 괴로워서 애써 외면하고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아이들처럼 솔직하지 못하고 열패감도 상당한, 무늬만 논술 선생인 나는 이 연휴의 마지막 밤이 왠지 서럽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