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로어스] 위대한 질문 글쓰기 챌린지 - 채근담

2일차 <중>

by 혜글


질문을 보자마자 이 한 마디가 떠오른다.


튜닝의 끝은 순정이다


각종 제품의 성능을 높이거나 훌륭하게 만들기 위해 다양한 것을 시도하지만 결국엔 순정이 최고라는 것이다. 지극한 경지에 이르려면 그만큼 어찌 생각하고 행동해야 할지 탐독도 해야 하고 불필요한 습관을 버리기 위해 부단히 노력할 것이며, 진리를 추구하기 위해 끊임없이 사색할 것이다. 그렇게 평생 삶의 태도와 자기수양에 대해 고민하다 보면 그 끝은 대부분 '허무, 공허, 부질없음,' 임을 자주 보게 된다.


지극히 높은 덕은 그 빛이 없고, 지극히 깊은 사랑은 그 말이 없으며, 지극히 큰 도는 형체가 없다. - 장자
공을 이루고 물러나는 것이 하늘의 도다. -노자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 - 전도서 1:2


나는 한 때 고전에 나오는 군자들의 언행은 '위선'이며 자존심 강한, 없는 자들의 '자기합리화'라고 생각했다. 또한 이처럼 경지에 이른 후 모든 것이 덧없다는 그들에게 '지(?)들은 이미 다 해봤으니까 온전히 내려놓을 수도 있는거지!'라며 인정하려 들지 않았다. 아마도 그땐 나의 그릇이 아주 작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들도 처음엔 평범한 사람이었기에 지극한 경지를 추구하려면 올바른 삶의 형태를 구축하기 위해 이것저것 가져다가 나에게 붙이는 행위가 있었을 것이다. 특히나 자신이 가진 부족한 점을 메우기 위해서는 더더욱. 그러나, 그렇게 평생 노력하여 경지에 다다랐을 때 과연 그들은 무슨 생각을 할 것인가? 나는 내 모습을 군자라는 이름 아래 꾸며내고 있지는 않은가? 이것이 나의 진짜 모습인가? 전자의 질문에 고개가 끄덕여진다면 그것은 경지에 이르렀다고 볼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후자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인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후자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고 깨달음을 얻은 군자는 부족한 모든 것들을 체득한 후 '나'로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렇게 '경지=나'가 되었다면 결국엔 무언가 더하지 않으려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나타나는 내 모습 그 자체, 본연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결국 튜터의 질문처럼 경지에 다다라 본연으로 돌아온 것이 아니라 경지에 다다르던 다다르지 않던 언제나 그들은 본연에 있었고, 그 본연의 질이 달라졌다고 답해보겠다.


<튜터의 추가질문>


솔직히 말하자면, 이제 2일차인데 튜터의 추가질문이 살짝 두려워지기 시작한다.


Q. 본연에 도달하려면 그럼 애초부터 다양한 경험이 필수적인지, 아니면 이미 해볼거 다 해본 앞선 성인들이나 선배들의 “이것저것 말고 기본만 지켜라”라는 조언을 잘 듣기만 해도 본연에 도달할 수 있는지도 궁금해 집니다. 지극한 경지에 이르기 위한 잡다한 경험들, 본연이 아닌 경험들은 필수일까요? 아니면, 그런 것 없이도 본연에는 도달할 수 있을까요?
A. 경험이 있든 없든 그 사람의 본연은 현재로부터 출발한다고 생각합니다. 경지에 도달하기 위해 필요한 '요소'들이 경험이 될 수도 있고, 그저 스스로가 하는 생각(의 전환)이 될 수도 있고요. 다만, 그러한 요소들이 경지을 위해 변하는 '척'이 아니라 진정으로 내면에 새겨져 본인 그 자체가 된다면 최초에 가지고 있던 그 본연의 '성질'이 변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해봤던 거였어요. 본연은 도달하고 되돌아오는 것이라기보다는 다듬어 변화시키는 것이 아닌가 싶어서요. 그래서 경험은 빠르고 쉽게 도달할 수 있는 수단정도이지 무조건 필수요소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난 이제 내가 뭘 끄적이는지 모르겠다. 마음 가는대로 손 가는대로 필터없이 직설적으로 쓰는 것이 나름 취향(?)이었는데, 필로어스는 다소, 아니 많이 생각을 해야만 쓸 수 있는 질문을 던져준다.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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