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향적인 왼손잡이가 어때서?

외향vs내향, 오른쪽vs왼쪽

by 혜글

“MBTI 유형이 뭐예요?”

모임에서 갑작스러운 질문을 받았다.

MBTI라……. 대학교에 다닐 때 이것과 관련된 수업을 많이 들어봤기에 난 ‘전문가처럼’ 대답했다.

“INFJ요.”

“진짜요? 저돈데.”

참 신기하다. 분명 인터넷에서는 세상에서 제일 희귀한 유형 이랬는데, 내 주변에는 엄청 많은 것 같다. 그래도 이런 이야기를 나눈 덕분에 나는 다른 사람들과 더 많이 친해질 수 있었다.


MBTI가 요즘 매우 인기이다. 과거에는 서로에게 혈액형을 물어보며 이야기를 나눴다면, 요즘에는 이 MBTI 유형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매우 핫하다. 이를 통해 서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일까?

MBTI는 네 개의 영역에서 인간의 기질적 특성을 측정하는데, 그중 첫 번째 영역이 바로 ‘에너지의 흐름’이다. 이 영역에서는 인간의 에너지가 외부로 향하느냐 아니면 내부로 향하느냐에 따라 유형을 나누는데, 외부로 향하는 경우 외향형으로 부르고 내부로 향하는 경우 내향형으로 부른다. 우리가 일상에서 외향적 성격, 혹은 내향적 성격이라고 부르는 게 이것과 관련된 개념이다.

그런데 이것과 관련된 한 가지 ‘오해’가 있다. 한 번쯤은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바로 내향적인 성격보다는 외향적인 성격이 더 ‘좋다’라는 생각이다.


대학교 1학년 때의 일이었다. 당시 나는 성인이 된 후 처음으로 MBTI 검사를 받게 됐다. 나는 아주 오래전부터 내 성향이 ‘내향형’인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때엔 외향적인 성격이 내향적인 성격보다 ‘더 좋다’는 생각 때문에 검사 내내 ‘외향성’을 의미하는 문항에 체크를 했다(외향적인 성격이 되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결과는 당연하게도 외향형으로 나왔다.

물론 검사 결과를 곧이곧대로 믿지는 않았다. ‘외향형이었으면 좋겠다’라는 내 생각이 검사 결과에 아주 큰 영향을 준 것을 인지하고 있었기에 검사 결과에 그다지 큰 신뢰를 갖지 못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나는 내향형이구나’라고 생각하며 살기 시작했다.


과연 외향형이 내향형보다 더 ‘좋은’ 유형이며 외향적인 성격의 사람이 내향적인 성격의 사람보다 더 ‘좋은’ 사람일까? 나처럼 내향적인 사람들은 성격을 바꾸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만 하는 걸까? 나는 ‘외향성’과 ‘내향성’의 개념이 우월의 개념이 아닌 상대적인 개념이라고 생각한다. 어느 것이 더 좋고 나쁘고, 우월하고 열등하고의 개념이 아닌, 그냥 하나의 특성이라는 뜻이다.

이렇게 생각을 해보자. 동서남북의 네 가지 방향 중에 가장 ‘좋은’ 방향은 무엇일까? 사람에 따라서 가장 ‘좋아하는’ 방향은 있을 수 있어도 가장 좋고 우월한 방향을 가려낼 수는 없다. 서로 상대적인 개념이기 때문이다. 동쪽이 있기에 서쪽이 존재하며, 남쪽이 있기에 북쪽이 존재한다. 동쪽이 없다면 서쪽은 의미 없으며, 남쪽이 없다면 북쪽 역시 의미 없다. 이들은 어느 것이 더 좋고 나쁜 존재가 아닌, 각각이 서로의 개념을 보완하는 존재이다.

더 좋아하는 방향은 있을 수 있지만, 더 좋고 우월한 방향은 없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가 일상에서 늘 사용하는 오른쪽과 왼쪽이라는 표현은 잘못된 표현이다. 오른쪽(옳은 쪽)은 ‘옳다’라는 뜻이지만, 왼쪽은 ‘외다(틀리다, 그릇되다)’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영어에서도 오른쪽을 뜻하는 ‘right’는 ‘옳다’라는 뜻을 겸하고 있지만, 왼쪽을 뜻하는 ‘left’는 그 어원이 ‘약함’, ‘어리석음’을 뜻하는 고대 영단어인 ‘lyft’에서 기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도대체 무엇을 근거로 한쪽 방향은 옳고, 그 반대쪽 방향은 틀리다고 하는 걸까? 물론 고대부터 오른손잡이 사람보다 왼손잡이 사람이 더 적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옳다’, 그리고 ‘외다(틀리다)’라고 부를 근거는 되지 못한다.


매년 8월 13일은 세계 왼손잡이의 날이다. 왼손잡이에 대한 편견이 오죽 심하면 이런 날이 제정되었을까?


내향적인 성격도, 왼쪽이라는 개념도 틀리고 잘못된 개념이 아닌 하나의 특성일 뿐이다. 따라서 문제의식을 느낄 필요도, 바꾸려고 노력할 필요도 없으며 이런 특성들은 어떤 상황에서는 오히려 장점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내향적인 사람은 외향적인 사람이 하기 어려운 일들을 척척 해내곤 하며, 스포츠 분야에서 왼손잡이는 오른손잡이보다 2.6배 더 높은 경쟁력을 지닌다고 한다. 그러니 이것들을 자신의 개성이자 강점으로 해석하고 받아들이는 편이 어떨까?

keyword
작가의 이전글직업의 세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