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가 인간을 대신할 수 있을까?
나에게는 식당에서 열 달 정도 서빙을 했던 경험이 있다. 식당에서는 손님이 음식을 주문하면 직원이 그 음식을 POS 기기에 입력을 하고, 그 내용이 주방에 출력이 되면 주방에서 해당 음식을 조리하기 시작한다. 다시 말해, 주문된 음식을 직원이 POS 기기에 입력을 해야 주방에서 그 음식을 만들기 시작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손님이 주문한 음식과 그 수량을 정확히 입력하는 것이 직원에게는 중요하다. 아니, 중요했다.
‘중요했다’라고 말을 번복한 이유는 이제 더 이상 직원이 주문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요즘 식당에 가보면(물론 아닌 식당도 있긴 하지만) 테이블마다 기기가 한 대씩 설치되어 있어서, 손님이 기기를 통해 주문을 하면 직원을 통하지 않고 바로 주방으로 그 내용이 전달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사람이 했던 역할을 기계가 대신하게 된 것이다.
바야흐로 4차 산업혁명의 시대이다. 사실 ‘산업혁명’이면 몰라도 ‘4차 산업혁명’이라고 하면 무슨 뜻인지 잘 몰라서 인터넷에 검색하게 되는 나에게는 참 어려운 시대이다. 사람은 ‘적응하는 동물’이라고는 하지만, 이렇게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서 무사히 살아남을 수 있을까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빠른 변화들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이 바로 ‘직업의 세계’이다. 글을 쓰는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 어디에선가 새로운 직업은 생겨나고 있고, 오래된 직업은 사라지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추세 속에서 기술의 발전, 특히 기계의 발전은 이미 직업 세계에 종사하고 있는 인간의 일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기계로 인한 일자리의 감소를 염려하고 있는데, 실제로 옥스퍼드 대학 연구팀에서는 향후 20년 내 현존하는 직업 가운데 47%가 컴퓨터나 로봇에 의해 대체될 거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주변을 살펴보자. 인간이 점유하던 영역이 점차 기계로 대체되고 있다. 식당, 카페, 패스트푸드점에 가면 사람이 아닌 기계를 통해 주문을 하며, 일부 식당에서는 음식을 고객에게 ‘서빙’하는 것도 기계가 하고 있다. 심지어 어떤 곳에서는 기계가 커피를 만들기도 한다!
영화 ‘로보캅’이나 ‘터미네이터’에서나 볼 수 있었던 로봇팔이 정교한 솜씨로 라떼 아트를 하는 것을 보고 있으면 기술의 발전이 새삼 놀라우면서 한편으로는 소름 돋기까지 하다. 기계가 절대 흉내 낼 수 없다고 여겨졌던 영역들이 기계에 의해 점차 ‘정복’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정복지가 점점 넓어질수록 인간이 설 영역이 점점 좁아져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좋을 듯하다. 기계의 발전이 지금 당장은 일자리의 감소를 불러오지만, 장기적으로는 또 다른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 일례를 영화를 통해 살펴보자.
영화 ‘찰리와 초콜릿 공장’에 등장하는 주인공 찰리의 아버지는 치약 공장에서 일한다. 그러던 어느 날 그가 일하던 공장에 자동화 기계가 도입되게 되고, 찰리의 아버지는 하루아침에 해고의 위기에 놓이게 된다. 기계의 영역이 확대되면서 인간의 일자리가 줄어든 것이다.
그렇다면 영화 속 찰리의 아버지는 결국 어떻게 되었을까? 직장을 잃은 채 평생 실업자로 살았을까? 다행히도 찰리의 아버지는 공장에 새로 도입된 기계를 수리하는 수리공이 된다. 기계의 등장으로 인해 하나의 일자리가 사라졌지만, 또 다른 하나의 일자리가 새로 생겨난 것이다.
자동차의 예 역시 마찬가지이다. 자동차가 처음 발명됐을 때 사람들은 이 새로운 기계가 마부들의 일자리를 빼앗을 것을 염려했는데, 실제로 영국에서는 도심을 달리는 자동차의 속도가 시속 6km를 넘어서는 안 된다는 법안을 만들기도 했다(이런 상황에서 영국의 자동차 산업이 순조롭게 성장할 리 없다. 이로 인해 자동차 산업의 주도권은 영국에서 독일과 미국으로 넘어가게 된다. 산업혁명의 발상지는 영국이지만, ‘자동차’하면 영국이 아닌 독일과 미국이 떠오르는 것은 이 때문이다).
하지만 주변을 둘러보자. 현재 우리 주변에는 자동차와 관련된 직업에 종사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 자동차를 생산하는 사람, 자동차를 디자인하는 사람, 자동차를 판매하는 사람, 자동차를 수리하는 사람, 자동차 보험을 설계하고 판매하는 사람, 자동차를 세차하는 사람, 주유소에서 자동차에 기름을 넣는 사람, 버스와 택시를 운전하는 사람……. 자동차의 등장이 마부의 일자리를 빼앗았을지 몰라도 다른 영역에서는 이처럼 많은 직업들이 생겨난 것이다(마부들의 일자리를 걱정하던 옛날 사람들이 오늘날의 모습을 본다면 그들의 걱정이 기우였음을 알게 될 것이다).
우리의 미래 역시 이와 마찬가지일 것이다. 기계가 일시적으로는 사람의 일자리를 빼앗을 수는 있지만, 그 기계와 관련된 수많은 필요와 수요에 의해 더 많은 직업들이 새로 생겨날 것이기 때문이다. 자동차처럼 말이다.
새로운 직업이 생긴다는 것은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아진다는 뜻일 것이다. 기분 좋은 일이다. 하지만 걱정되는 부분도 있다.
‘작가’라는 직업이 없어지면 어떡하지?
이건 없어지면 안 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