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히 30대 중반. 35살이 되었다.
그리고 난 지금 생각한다. 내 인생은 단단히 잘못되어 가고 있다.
어디서부터 시작일까. 무엇부터 시작일까.
잘못된 인연, 운이 안 따라줬던 상황, 나의 나태함과 게으름 등 여러 가지가 모여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수 년동안 하던 박사과정을 오늘 드디어 포기했다. 여러 개의 논문을 출판하고, 졸업논문까지 썼지만 결국 교수의 승낙을 받아내지 못한 채 나는 동력을 잃었고, 포기했다. 그리고 생각했다.
내 인생은 망했구나.
10년 가까이 박사 타이틀을 얻기 위해 노력했는데 내가 지금까지 했던 모든 일들이 의미 없어졌다. 극심한 우울과 무기력이 찾아왔다.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매일 누워 있었고, 라면을 주식으로 삼았다. 밤엔 술에 국 건더기를 안주삼아 먹으며 내 편이 아닌 세상을 원망했다. 마지막까지도 권위의식에 찌든 태도로 하대하던 교수의 말투와 행동을 곱씹으며 분노하고 또 분노했다.
이제 거의 다 왔어 조금만 참으면 되잖아.
나를 아는 모든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조금만 참으라고. 조금만 참고 교수의 입맛에 맞춰 수정하고 또 수정하면 언젠가는 졸업할 수 있지 않겠냐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제 한숨 쉬어가며 멈추려고 한다.
언젠가부터 학위는 내 지난 인생에 대한 보상이라 생각될 뿐, 학위를 받은 이후의 삶이 그려지지 않았다.
이제 30대 중반.
인생 망한 김에 멈춰서 한번 생각해 보려고 한다. 내 인생은 어디서부터 망하는 길로 접어든 걸까. 그리고 앞으로 무얼 하며 살아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