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어린이들의 용돈이 부모의 임금보다 빠른 속도로 인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매체 마켓워치가 용돈 벌이 심부름을 추적하는 애플리케이션 '루스터머니'에서 축적한 표본 어린이 3만 명을 분석해 이런 현상을 소개했다.
자세히 살펴보니 미국 4∼14세 어린이는 2018년에 연평균 471달러(약 52만 7천 원), 일주일에 9.06달러(약 1만 원) 꼴로 용돈으로 받았다. 이는 2017년보다 3.7% 오른 금액이다. 미국 평균 임금 인상률 3%보다 높은 수치다. 가장 많이 용돈을 벌 수 있는 심부름은 세차로 나타났다. 세차는 평균 4.6달러(약 5천 원)를 벌 수 있는 심부름으로 꼽혔다. 이외에 정원 가꾸기(4.34달러), 침실 청소(2.71달러), 바닥 닦기(2.33달러), 욕실 청소(1.82달러), 부엌 청소(1.72달러), 진공청소기 돌리기, 저녁 식사 준비 거들기, 먼지 털기(이상 1.52달러), 반려동물 돌보기(1.48달러)가 그 뒤를 이었다.
-2019년 1월 연합뉴스 中-
위 내용은 2019년 1월 연합뉴스 기사 내용 중 일부다. 기사를 읽으면서 아이들의 노동이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이들의 심부름 목록은 프리랜서 직업으로도 성장하고 있는 청소, 돌봄 분야여서 전문적인 서비스 생산자로 자랄 기회까지 엿보였다. 우리나라에서라면 자식 된 도리로 당연시되는 일이 미국의 아이들에게는 어른들에게 노동의 가치를 인정받고 합당한 돈을 받는 계기가 되어준다. 게다가 이제는 어른의 임금인상률보다 용돈인상률이 더 높아졌다니 놀라웠다.
이대로 계속 추월당한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 어른의 임금과 동일해지거나 더 많은 용돈을 받는 아이들이 계속 생겨 날 것이다. 집안이 아닌 동네로, 다른 지역으로, 나아가 세계로 자신의 생산성을 널리 알리는 아이들의 숫자가 셀 수 없이 많아질지도 모른다. 기사 속 아이들은 높아진 용돈 인상률만큼이나 어른처럼 생산적인 일을 해내려 성장하고 있으니 말이다.
우리나라 부모님들이 용돈을 줄까 말까 망설이는 사이에 미국의 어린아이들은 용돈을 통해 생산자 마인드를 배운다. 상품과 서비스의 가치에 대해 온몸으로 습득하고 이해하는 기회를 얻는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용돈이 가져다주는 교육 효과 중 가장 큰 장점도 ‘생산자 마인드’다. 생활 속에서 흔히 접하는 ‘소비자 마인드’에 비해 ‘생산자 마인드’는 의도하지 않으면 쉽게 길러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용돈을 반드시 주되, 생산성이 있는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도 함께 주셨으면 좋겠다. 아래 아이들이 할 수 있는 생산적인 일과 그 교육효과를 참고해 보자.
1. 가사 일
아이가 쉽게 참여할 수 있는 생산적인 활동으로 가사를 빼놓을 수 없다. 집안에서 할 수 있는 간단한 가사 일이지만 자기 효능감, 생활력을 높이는데 도움이 된다. 이왕이면 효율적으로 일을 할 수 있도록 일의 순서를 함께 알려주면 좋겠다.
<예시>
청소
창문 열어 환기시키기, 먼지 털기, 책상 정리, 이불 정리, 청소기 돌리기, 바닥 닦기
세탁물
세탁물 수거함에 넣기, 세탁물 정리하기, 세탁기 돌리기, 세탁물 널기, 개켜서 보관하기
식사
식탁 닦기, 숟가락젓가락 놓기, 재료 손질하기, 요리하기, 음식물 쓰레기 버리기
생활
책이나 장난감, 신발 등 정리하기, 자주 사용하지 않는 물건과 자주 사용하는 물건의 위치 바꾸기, 1년 간 사용하지 않은 물건은 나눔을 하거나 버리기
2. 돌보는 일
애완동물이나 식물을 돌보는 일은 책임감을 크게 배울 수 있다. 이들은 아이의 관심과 돌봄을 늘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동식물이 자신에게 의지한다는 사실을 깨닫는 과정에서 자신의 능력과 책임감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다.
또, 아이는 동식물에게 사랑과 관심을 표현해 주고 이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제때 제공해 주면서 동식물과 상호작용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 이들이 주는 신호와 행동을 읽고 이해하는 과정을 통해 감성 소통을 경험하며 자연 생태계에 대한 이해도 높일 수 있다.
동식물 돌보는 일
동물에 대해 이해하기, 입양하기, 동물 사료 구매하기, 예방접종 일정 관리하기, 산책시키기, 밥 준비하기, 환경 청소하기, 목욕시키기 등
식물에 대해 이해하기, 환경 온도 조절하기, 물 주기, 분갈이해 주기, 식물 건강 관리하기, 청소하기 등
3. 사회 봉사 활동
사회 봉사 활동은 아이에게 사회적인 책임감을 심어줄 뿐만 아니라 사회문제에 대해 이해하고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되어준다. 노인 복지센터나 동물 보호소 등 지역봉사활동에 함께 참여해 보자. 사회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문제해결 능력을 길러줄 수 있다. 자신의 능력을 사회에 기여하는 긍정적인 생산자 마인드를 갖게 된다.
생산적인 일들을 함께하며, ‘엄마가 무엇이 필요할까? 친구에게 어떤 물건이나 서비스가 필요하지? 이웃은 무엇을 필요로 할까’ 고민할 기회를 만들어 주자.
이러한 활동의 계기는 부족한 용돈이 만들어 줄 것이다. 그러니 정말로 갖고 싶어 하는 물건이나 가고 싶고, 하고 싶어 하는 서비스 중 하나는 용돈으로 해결하도록 도와줘보자. 부족한 용돈이 주는 교육효과는 돈을 덜 쓰는 소비자 마인드뿐만 아니라 생산자 마인드까지 길러준다는 점을 활용해야 한다. 부모가 앞서 챙겨줌으로써 누려 온 혜택들이야 말로 아이가 직접 배울 기회를 앗아가는 독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기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