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yeish Jun 15. 2018

강형욱의 교육은 반려인을 위한 교육이다.

당신은 누군가를 10시간 동안 기다려본 적이 있나요?

“당신은 누군가를 10시간 동안 기다려본 적이 있나요?” 


매일같이, 한결같이. 아마 오늘도 수많은 개와 고양이와 다른 동물들이 이렇게 함께 사는 사람을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들의 마음을 헤아려보는 건 그들은 물론이고 사람에게도 헛된 노력은 아닐 것이다. 반려견 훈련사 강형욱을 만나야겠다는 생각은 이 질문에서 시작됐다.  


강의에 나선 그는 “왜 강아지를 키우냐?”고 묻고 “당신은 개를 키우면 안 된다”고 말한다. “앉아” “기다려”를 명령하기 전에, ‘내가 너의 주인이야’라는 의식을 주입하기 전에 강아지들이 당신에게 무슨 말을 하는지 들어보라고 조언한다.  



반려견의 행동은 대부분 반려인에게서 온다는 게 강형욱 훈련사의 생각이다. 그래서 그의 반려견 교육은 사실상 반려인을 위한 교육이기도 하다. 


강형욱 하면 드는 생각 첫 번째. ‘요즘 엄청 바쁠 것이다.’ 

“사실 그렇지 않아요. 일주일에 하루나 이틀 이비에스(EBS) 세나개(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 촬영하고요. 섭외 들어오는 게 있기는 한데, 불러준다고 감사하다고 넙죽 나가면 제 밥벌이 제대로 못하게 될까 봐.(웃음) 자제하는 것도 있지만 사실 섭외 요청이 그렇게 많지 않아요.”        


강형욱 하면 드는 생각 두 번째. ‘외국에 오래 살았을 것이다.’

“저보고 해외파라고 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근데 전 해외파가 아니에요. 그냥 연수를 다녀온 것일 뿐. 훈련사 생활을 1999년도부터 시작했고, 2005년에 군대를 갔어요. 연수는 군대 다녀온 뒤, 훈련사 생활을 하면서 한 거예요. 요즘은 국내에도 아카데미 같은 게 생겼는데, 그땐 대부분 사설 훈련소였어요. 오늘 보셨겠지만 이곳 교육장엔 개가 한 마리도 없잖아요. 보호자가 개를 데리고 와서 교육을 받고 돌아가는 시스템이거든요. 그런데 예전 사설 훈련소 대부분은 일정 금액을 내고 3~4개월 동안 개를 맡기고 가요. 그러면 거기서 생활하는 훈련사들이 앉아, 엎드려, 기다려 이런 걸 가르친 뒤 보호자에게 돌려보내는 거죠. 그런 곳엘 들어간 거죠. 견습생으로. 작가로 치면 문하생 같은 거죠. 처음 배울 땐 기존 방식이 강압적인지도 몰랐어요. 나를 좀 더 발전시킬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하는 생각을 하다 개를 압박하지 않고, 고통이나 스트레스를 주지 않고 교육할 수 있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 공부하기 시작하게 된 거죠.”


2014년 6월 한 강의에서 “강아지를 공부하면서 어렸을 적 내가 안쓰러워졌다”고 말했는데.

“노르웨이의 강아지 훈련사 안네 릴 크밤(Anne Lill Kvam)을 찾아가 그의 옆집에서 홈스테이를 했어요. 첫 만남에서 그가 이런 질문들을 해요. 어린 시절은 어땠니? 아버지 어머닌 어떤 분이셨니? 그땐 많이 슬펐어? 외로웠어? 등등. 그러곤 ‘네가 먹는 핫도그를 떨어뜨리면 강아지는 어떻게 할까’라고 묻더군요. ‘훔쳐 먹겠죠’라고 했더니 ‘왜 훔쳐 먹었다고 생각해? 그러면 넌 강아지를 나쁜 개로 대하겠네? 근데 사실 개는 땅에 떨어진 걸 먹은 거잖아. 훔쳐 먹은 게 아니지. 그럼 그냥 먹었다고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다시 제 얘기로 돌아왔어요. ‘너는 그때 그냥 말을 한 건데 엄마가 화를 냈겠구나. 슬펐겠다. 넌 그냥 슬픈 거고, 엄마는 널 이해하지 못한 거야. 괜찮아, 엄마도 다 완벽하지는 않아. 실수할 수 있어. 너도 실수할 수 있듯이. 강아지도 실수할 수 있어. 너나 강아지나 똑같지 않을까? 넌 강아지를 가르치는 사람이지? 가르치는 사람은 화내야 돼? 왜 화내? 너도 실수하는데’… 살면서 한 번도 그런 얘길 들어보거나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어요.”


책 <당신은 개를 키우면 안 된다>

“모두 제가 실수했던 내용이에요. 안네 릴 크밤 선생님 만난 뒤, 스쳐 지나가는 개들이 많았어요. 미안해서 많이 울었죠. 지금이야 강아지 훈련사, 미용사가 따로 있고, 도그쇼 출전을 전문으로 하는 핸들러도 있죠. 그런데 예전엔 구분이 없었어요. 훈련사가 번식도 하고 미용도 하고 그랬죠. 저희 아버지도 그러셨고요. 경기도 성남 복정동에서요. 농부들이 논농사, 밭농사만 하지 않듯이 강아지로 돈이 되는 건 조금씩 다 했던 거죠. 그땐 요즘 같은 공장식 번식 문제가 화두도 아니었어요. 다만 ‘아버지가 개들을 참 지저분하게 관리한다’ ‘치료도 잘 안 한다’ ‘왜 저럴까’ 정도였어요.” 


“시간이 들더라도 하나씩. ‘당신의 개도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려고 하죠. 그래서 당신이 변한다면 개도 변할 거라고 말해요. 우리도 자주 그러잖아요. ‘너부터 제대로 해라’ ‘너부터 말 똑바로 해라’고. 보호자들도 ‘개부터 변하면 나도 변할게’라는 마음들이 있어요. 그래서 어떻게든 강아지가 나아지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려고 해요.”


사실상 사람을 교육하는 강아지 훈련사

“강아지 훈련사라고 속이고 가는 거죠. 회사 대표가 되면 강아지 훈련만 하면서 지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군요.(웃음) 지금도 그렇지만 전 많은 분들 도움을 받아서 살아왔거든요. 그래서 운이 좋다고 생각하는데, 이제 제가 운이 돼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일정 기간 안에 강압적 방식으로 교육하는) 위탁교육 싫어하거든요. 그런데 2010년쯤엔 저도 위탁교육 많이 해서 돈 벌었어요. 결혼도 해야 했고, 돈이 필요했거든요. 지금 훈련사가 되려는 사람들은 저처럼 하지 않아도 충분히 먹고살 수 있는 그런 생태계를 만드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예전 호주에서 강아지와 산책 중에 만난 할아버지가 길을 비켜주면서 ‘산책 나왔어? 오늘 잘 자겠네’라고 하더군요. 그 뒤 한국에 와서 서울 보라매공원이었나, 보호자와 강아지 셋이서 산책을 하는데 널찍한 골목이었어요. 그런데 한 중년 아저씨가 길을 비켜주지 않더군요. ‘음…’ 하면서. ‘개 따위에게 내가 길을 비켜주나’ 하는 표정이어서 저희가 비켜 갔죠. 왜 다를까 생각하다가, 혹시 ‘호주의 할아버지보다 한국의 아저씨가 가난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돈이든 마음이든.”


노인들이 살만한 세상이라면 강아지에게도?

“그렇죠. 노인이 행복하면 굉장히 많은 문제나 걱정들이 다 풀릴 것 같아요. 유기견 봉사도 하고 있지만, 사람을 도와줄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은 게 사실이에요.”


개를 키워야 할 사람은 어떤 사람들인가요?
키우지 말라는 조언들은 많은데, 그 반대는 없는 것 같아요.


매거진의 이전글 강형욱이 말하는 반려견 키우면 안 되는 사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