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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네 Jun 25. 2021

지나 보니 글쓰기 선생님은 없었다

9개월째 글쓰는 리추얼을 하며


이달 초, 우연찮게 연주가와 화가 등 예술 창작자들의 신간들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글쓰기가 그들의 메인 잡이 아니었음에도 그들은 글로 통해 세상에 말하고 싶은 이야기를 자신의 본업의 콘텐츠만큼 잘 풀어내고 있었다. 생애 처음 책을 내는 저자들의 글을 읽으면서 ‘선택’이란 활자가 내 마음에 꽂혔다. ‘옳은 선택을 거듭하면 타고난 것보다 자신이 많든 흔적이 더 많아질 것’이라는 바이올리니스트 조진주의 책 <언젠가 반짝일 수 있을까>의 문구처럼, '인생은 모든 선택의 총합이며 현명하게 살고 싶다면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말한 그림 유튜버 이연의 <겁내지 않고 그림 그리는 법> 문구처럼. 이들의 말속에 '선택'이란 키워드가 글쓰기와 우리의 삶에도 꼭 필요한 단어라고 생각이 되었다.  


‘글쓰기’라는 나무를 키우는 것처럼. 그 나무를 잘 키우기 위해 오늘도 글쓸 글감을 찾고 메모한다. (Copyright 2021. 소네.All rights reserved)




'선택'이란 단어 속에 글쓰기


가장 글을 잘 쓰는 사람들은 되려 글 잘 쓰는 방법을 못 가르쳐주었다. 어떤 글이 안 좋은 글인 것만 알게 될 뿐.. 그들만이 자신의 글을 잘 쓰는 요령을 알고 타인이 글을 잘 쓰도록 도움 주는 일은 흔치 않았다. 글을 잘 쓰는 것과 글을 잘 가르치는 것은 같은 능력에서 나오는 일이 아닌 거라고 생각해봤다. 반면 글은 우리 모두가 시도할 수 있는 콘텐츠였다. 누구나 펜을 들어 종이에 쓰고, 컴퓨터를 켜서 키보드에 활자를 넣으면.. 단어가 문장이 되고 문장이 문단이 되는.. 값비싼 도구 없이 일상에서 시작할 수 있는 표현 수단이 글이었다. 나를 나타내는데 꼭 글만을 고집하지 않아도 된다.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에서 자신이 잘할 수 있는 표현 수단을 찾으면 된다. 글 혹은 그림이 될 수 있고, 악기 연주가 될 수 있다. 그 사람을 온전히 나타날 수 있거나 자신만의 장점을 발휘할 수 있는 무기가 많아질수록 자신을 표출할 수 있는 기록물들이 늘어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우리는 모두 쾌감에 이끌려 인생을 설계하고, 그 어떤 인간도 감각의 고리에서 벗어나 창작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무엇이 아름답고, 무엇이 창작물로서 내놓을 가치가 있는지에 대한 결정은 본질적으로 개인적 경험에 의한 쾌락(pleasure)에 근거한다. 내 중추신경이 무엇이 짜릿함을 느끼는지에 따라 창작물의 모습도 갈라지는 것이다.”

<언젠가 반짝일 수 있을까> , 조진주 저자의 책 중

조진주 저자의 책을 읽으며.. 클래식 관련 소재로 쓴 책들을 훑어보았다. (Copyright 2021. 소네.All rights reserved)



조진주 연주가가 꺼낸 “내 경험이 모두의 경험이 아니듯”, 우리의 경험은 자신만의 경험으로 채워질 때 진정한 자기 것이 될 수 있었다. 똑같은 경험을 가져도 똑같은 기억을 가지지 못한다. 서로마다 다른 제각각 고향에서, 부모에서 성장통을 겪기 때문이다. 저자가 이 책을 썼을 때 솔직하게 쓰자고 마음먹었다고 들었다. 글 쓰는 직업이 아니기에.. 오롯이 솔직한 태도로 삶을, 일상을 대하는 그녀의 시선이 곳곳에 묻어났다. 최근에 봤던 책들 중 저자 프로필이 가장 마음에 든 책이었다. ”일 벌이기 중독자이며 프랑스에 정착한 예술가들을 사랑한다.”라는 구절까지. 또 다른 나를 만나는 기분이 들었다. 그녀의 프로필이 와닿았던 건 연주가도 우리와 똑같은 시간을 쓰며 일상을 사는 옆집 이웃이고, 서로 다른 경험을 겪지만 인간이 느끼는 감정은 같았다. 영화를 보는 마냥 그녀의 모습이 그려진 부분이 많을 정도로 감정 이입해서 여러 줄을 치며 읽었다.


20대에는 직업적 글쓰기에 대한 부담감이 많았다. 더불어 클래식 음악을 자주 접하고 공부해야 했음에도 그 분야의 문턱이 높아 주저한 적이 많았다. 30대가 되니 새로운 도시에 정착하며 새로운 업과 일터, 출산, 복직 등. 여성으로 태어나 겪을 수 있는 여러 경험들을 거치며 내면이 단단해졌다. 글쓰기와 클래식 음악. 다시 마주하기 어려운 분야라고 생각했는데. 이달 들어 내 일상에서 글과 클래식 음악을 뗄 수 없게 됐다. 누구나 소유할 수 있고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것이 글이며 예술이라는 걸을 깨달으면서 말이다. 글을 쓰고 예술을 즐기는 것은 모두의 것. 특정한 사람들만이 아닌 모두의 해석이 필요한 분야라 걸 다시 깨닫고 있다.


'선택'이란 단어 속에 리추얼 하기


어떤 기다림을 기다리기보단, 기회에 능동적으로 다가가는 사람에겐 먼저 기회가 갈 수밖에 없다는 진리를 안다. 그 다가섬이 어렵다. 다가가서 문을 두드리면 되는데 두드리기까지의 마음의 용기가.. 발걸음이 나아가지 않을 때가 많다. 누군가의 시선으로 혹은 외부환경으로 선택하지 않거나 못하는 게 아니라 정작 내 마음이 나를 묶어놓을 때가 많다. 최근에 엄마와 통화하면서 그런 말을 했었다.


"제일 무서운 게 나 자신이 나 자신에게 기회를 주지 않는다는 거야."


결국 어느 누구도 아닌 내가 내 마음을 열지 않아서, 제한된 선택 속에서 어렵게 일상을 살아갈 때가 많다. 누구의 시선과 해석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결국 내가 나를 다독이고 나를 알아가는 것. 내가 잘할 수 있고 자신감을 북돋아주는 것! 그 마음을 설득시키기가 가장 어렵다. ‘어떻게 나를 잘 달래 볼까’라는 마음보다 타인의 목표에 쫓아 나를 바라볼 때가 많다. 부족함만 보이고 아쉬운 점만 보이고.. ‘왜 나는 이까지인가..’ 자책하게 되고. 올해 들어 그 굴곡점이 많아진 이유도 그만큼 내가 처한 역할들이 많았기에 그런 것이라 위안해보았다. 해야만 하는 것들이 많아져서.. 하고 싶은 것보다 해야만 하는 것들의 강도가 높다 보니 하고 싶은 것을 누리는 재미와 선택도 잃게 된 것이라고.


감사하게도 지난 3월부터 이달까지 하고 싶었던 콘텐츠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다가왔다. 지난해 말 소소문구의 ‘데일리 로그 노트’를 10개 이상 구매했었다. 원티드 #출근전읽기쓰기 북클럽원들에게 이 노트를 선물하며 30일간 매일 책을 읽으며 기억에 남는 문구들을 필사해보라고 권했었다. 가까이에 있는 지인들에게 선물하며 <30일간 책 읽으며 메모하는 리추얼>을 권했었다. 돌아보니 올해 10여 명에게 이 노트를 선물했었다. 그 정도로 내게 최적의 노트였다. 라이프 컬러링의 툴킷을 비롯, 올해 최고의 리추얼 발명품으로 꼽고 싶을 정도였다.  이 노트 덕에 좋은 습관을 자리 잡게 되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지난달부터 올해 하고 싶은 일들을 차곡차곡 적어가며 그 바람들을 이루게 만드는 꿈의 노트가 되어가고 있다. 내 속에 맞춰 천천히 제대로 잘 만드는 괜찮은 책 한 권이 되는 느낌. 이 마음이 오래가길 바라고 있다.



“재능은 지속성을 보장하지는 못한다. 재능이 예술의 완결성을 보장해 줄 수 없기 때문이다. 어떤 분야든 지나고 보면 오래 버틴 사람이 잘하는 사람이다.”

“안목이 있는 사람은 마음속에 품질 관리 요원이 있다. 그 기준이 정밀하고 체계적일수록 삶에 실수가 줄어든다. 안목을 갖고 선택한 것이 너무 많다. 왜냐면 삶은 대부분 선택으로 구성되어 있으니까. 인생은 모든 선택의 총합이다. 현명하게 살고 싶다면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겁내지 않고 그림을 그리는 법> , 이연 저자의 책 중  

이연님의 책을 읽고 소소문구 일기장에 기억에 남는 문장들을 담아봤다. 동료에게도 이 책을 추천했다(Copyright 2021. 소네.All rights reserved)


지난 5월의 밤,  폴인에서 읽은 권성민 PD의 에세이가 자꾸만 귓가에 남아돌았다. 필라테스를 3년간 그녀에게 루틴이란.. '그냥 하는 것'이었다. 같은 시간에 하는 운동. 그러다 보니 마음도 몸도 건강해졌다고 말하는 그녀의 말은 곧 리추얼을 대하는 나의 마음도 같아야 한다는 것과 동일했다. 그냥 하는 것. 하는 것에 되묻지 않고 의심하지 않고 하다 보면 역사가 된다. 돌아오는 아이의 3번째 생일(9월 2일)에 리추얼을 시작한 날이지만.. 정확히 리추얼을 365일간 한 날은 아니었다. 다가오는 10월을 넘어가야 리추얼을 한 지 1년을 가까스로 채우게 된다. 그 이유는 중간에.. 주말에 잠시 리추얼을 쉰 적도 종종 있었기 때문이다. 조급하게 달리지 않고 쉬어가고 걷다 보면 그 끝이 다다를 거라 믿는다. 굳이 매일 나를 달래지 않고 달려보면 끝이 아니라 내 숨이 끝에 달할 수 있겠지...



 “꾸준함에는 생각이 필요 없다. 생각 없이 방울토마토를 먹는 것처럼 생각 없이 운동했다. 편집실에서 밥 먹듯 밤을 새우고, 규칙적인 식사를 못하는 생활에서 '운동을 해야겠다'는 결론을 얻었고, 그 운동을 필라테스로 선택한 이후부터는 이 문제에 대해 생각하기를 멈췄다. "정해진 시간에 필라테스를 한다."

"꾸준히 하면 는다. 재능이 있든 없든, 변화가 느껴지든 아니든, 그냥 때 되면 하고 하기 싫을 때도 하고 성취감이 없어도 그냥 하면 언젠가는 반드시 훌쩍 나아가 있는 것이다. 다시 한번, 꾸준함에는 생각이 필요 없다."

<인생에는 상수가 필요하다> , 권성민 PD 에세이 중




 리추얼을 대하는 나의 마음도
같아야 한다는 것과 동일했다.
그냥 하는 것. 
하는 것에 되묻지 않고
의심하지 않고 하다 보면 역사가 된다 



•아카이빙한 인스타그램의 리추얼 일기들
1) <언젠가 반짝일 수 있을까> 리추얼 일기
2) <겁내지 않고 그림을 그리는 법> 리추얼 일기  
3) <폴인 에세이글> 관련 리추얼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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