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추얼의 결과보다 과정에 집중해보렴’
“현대사회에는 사람들의 주의를 빼앗는 것도 많고
모든 일을 신속히 처리해야 한다는 압박도 큽니다.
따라서 인간을 인간이게 만들어주는 활동에 할애하는
시간이 줄어들고, 생각과 기억과 희망을 생산적으로
나누며 서로를 돕는 능력을 상실하게 됩니다.”
(p.6/ 서문)
#대화에대하여
#시어도어젤딘
#theodorezeldin
어제 늦게 잠이 들었기에 과연 일찍 일어나서 동일한 시간대에 모닝 리추얼을 할 수 있는 것이 걱정되었다. 무언가를 지속하는 건 힘이 드는 일이지만, 무언가를 매일 똑같은 시간에 해야만 하는 것도 꽤나 큰 힘이 든다. 예컨대 하루 세끼를 챙기는 시간, 수면을 위한 준비 시간, 출퇴근 시간 등. 어떤 상황이든 일어날 일인데, 내가 마음먹기에 달려있는 건 분명하다.
내 마음에선 계속 리추얼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인스타그램 통해 리추얼 인증을 알리는 게 그리 중요한 것인지에 대해 의문이 들었다. '내 리추얼은 나만이 간직하고 기억하고 추억으로 남기에 좋지 않은가'라는 생각으로 5월의 몇 주간 그리 시간을 흘러 보냈다.
'어느 누구의 시선에 따라 나를 움직이는 게 아니라 내가 나의 본질을 들여다볼 시간이 중요한 게 아닌지..' 스스로에게 자문하며 말이다. 리추얼을 공개하지 않아도 나는 리추얼을 하고 있었고, 그 인증에 매달리지 않으니 내 삶 속의 깊숙이 나를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졌다. 진실로 나는 나 자신을 돌볼 시간이 많았어야만 했다. 충분히 나를 성장시킬 수 있는 사람은 내 자신이니깐. 주체적인 삶이 무너지면 안 되었다.
5월 중순 이후 쉼의 시간을 제대로 보내기로 했다. 쉼의 장소는 바다가 보이는 친정으로.. 그 쉼을 통해 가족과 내 자신을 들여다볼 시간을 가졌다. 쉼의 시간 동안 이틀에 걸쳐 약국과 병원을 오고 가고 갔다. 친정에서 시간을 보내며 sns 디톡스를 제대로 할 수 있었다.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았고, 인증도 남기지 않았다. 여러 책을 가져갔음에도 읽지도 못했다. 그 시간에 충실했다. 바다를 바라보며 자연을 느꼈고, 옛 선조들이 남긴 박물관의 유물들을 통해 과거의 시간에 잠시 머물렀다. 친정에 있는 몇 해동안 주인 없는 내 물건들을 쓰다듬으며 내 유년시절의 시간으로도 돌아가기도 했다.
그리 바쁘게 살지 않아도.. ‘버거우면 버겁다’라고 내뱉어도 괜찮다. 왜 그 말을 그리 참고 속 깊은 곳에 숨기고 있었을까 싶다. 쉼의 시간 동안 마치 몸 안의 독소를 빼내는 과정 같았다. 체하고, 온몸에 두드러기가 나면서.. 긴장감을 놓아버린 지난 5월의 금요일과 토요일, 일요일, 월요일.. 3박 4일의 짧은 휴가를 통해 일상을 돌아보며, "정말 사랑하는 나를 밀쳐내지 말자"라고 결심했다.
지난 5월 중순의 어느 주말, 짧은 친정여행을 다녀오기 전과 이후의 내 일상은 여전히 똑같은데, ‘무엇이 내 마음을 가볍게 해주는 것일까.’ 곰곰이 생각의 타래를 풀어보니 생각의 전환이었다. 어찌 됐든 매일 마주하는 일상에서 내 태도가 중요하게 된 것을 알아챘다. 그래야 그 마음을 일정하게 잘 유지하며 남은 5월, 10일간의 번아웃을 이겨낼 수 있으니깐.
지난해 8월 말에서 9월 초 경에 리추얼을 하겠다는 결심 하나로.. 지금껏 앞만 보고 달려왔는데, 그 여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빠르게 뛰어가고 싶었던 순간은 100일 여정이었다. 그 이후 정말이지 150일 이후에는 속도가 줄었고 지금도 지속적으로 나를 다독이며 여러 형태의 리추얼을 접하고 있다. 그 결과 내게 잘 맞는 리추얼들을 찾게 되었고.. 주어진 시간에 효과적인 시간을 보내기 위한 고민도 커졌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모두 할 수 있는 20대와 달리 30대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대한 장애물들이 많은 편이다. 가정이 있고, 아이가 있고, 일터가 있는 30대 후반을 바라보는 여자에겐.. 하루 24시간 중 해야 할 몫이 많다. 좋아서 하고 싶은 일보단 억지로 해야 할 것들이 많은 것. 어찌 됐든 시간이 흐르면 그 일들이 줄여나갈 수 있겠지만, 지금을 살면서 나는 나를 다독이며 오늘 하루를 보내고, 내일 새로운 하루를 맞이해야 한다. 성과를 바라고 기다리는 것보다 무사히 하루가 잘 지나갔음을... 그 자체로 평안하고 뿌듯한 하루를 보내야만 하는 것을.
아이를 키우는 일도 같다. 무언가 바라는데 아니라, 아이가 그냥 무탈하게 별일 없이 잘 성장하고 커나가길.. 자기 나이에 맞게 할 수 있는 것들이 늘어나길 바라는 부모의 마음. 자식에게 대가를 바라는 부모는 없다. 그냥저냥 네가 네 몫을 하며 세상을 행복하게 살길.. 그거 하나뿐이다.
"서로를 존중하지 않으면 만족스러운 대화를 나누지
못합니다. 누군가를 존중하면 그 사람에게서 동등한
존엄성을 발견할 수 있고, 일단 사적인 삶에서
이런 발견이 시작되면 결국 공적인 삶으로도
평등이 퍼져나갈 겁니다.(p.65)
#대화에대하여
#시어도어젤딘
#theodorezeldin
오늘 읽은 저자의 글을 보니 더더욱 마음에 와닿는다. 존중하는 태도. 아이를 대할 때도 진정 존중한 마음에서 아이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하고.. 인터뷰어의 자세 또한 그러하다. 인터뷰어의 이야기를 잘 귀담아야만 그의 이야기를 잘 쓸 수 있으니깐. 존중, 오늘의 태도를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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