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넷을 기독교 대안학교에 보내는 가정을 만나고 나서.
내가 참 좋아하는 조카들이지만 만날 때마다 아이들 입에서 나오는 욕들이 듣기 어려웠다. 우리 아이들은 아직 7살, 5살인데 누나들 입에서 거침없이 나오는 거친 말들이 듣기 힘들었다. 하지만 "초딩은 이 정도는 기본"이라고 하는 언니의 이야기를 들으며 우리 아이들의 미래가 걱정되었다. 조카아이들은 밥을 먹으면서도 걸으면서도 휴대폰을 눈에서 떼지 않았다.
나는 지금까지 미디어를 멀리하며 키운 나의 육아 방식이 학교라는 곳에 가면 와장창 무너질 것만 같았다. 우리 아이만 휴대폰을 사주지 않으면 되지 않을까? 하지만 아이가 학교에서 받는 소외감을 생각하면 그것 또한 어려운 일이었다.
5년 전, 신랑직장 선배님인 최박사님 가족을 만나고 기독교 대안학교를 알게 되었다. 엄마가 초등학교 선생님이신데 아이를 기독교 대안학교에 보낸다고 하셨다. 그 무엇보다 설득력 있는 가정이었다. 엄마가 초등학교 선생님이신데 대안학교를 보낸다니! 너무나 흥미로웠다. 대안학교에서는 아이들의 휴대폰 소지를 제한하고 (물론 가정의 상황에 따라, 학교마다 예외는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미디어를 멀리하도록 권장하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기독교 베이스라 말씀과 기도를 바탕으로 아이들을 가르친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7살 우리 아들을 보고 있으면 아직 너무나 작고 어리다. 아직은 분별없이 미디어에 빠지기보다는 이 세상의 재밌는 것들을 경험할 나이라고 생각한다. 최박사님 가정을 처음 만났을 때부터 이미 내 마음에 대안학교가 들어왔던 것 같다.
5년이라는 시간이 지나고 최박사님 댁에 며칠 머무르게 되었다. 대안학교를 보낸다던 아이들은 부쩍 커서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어있었다. 당시에는 첫째만 보내고 계셨는데 넷째까지 8살이 되어 대안학교에 다니고 있었다. 아침이 되자 최박사님 댁 네 아이들은 우리를 위해 빵을 구워주고 커피를 내려주었다. 남자아이 넷이서 이렇게 예쁜 마음을 가지다니! 이것은 분명 다른 교육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남자아이들이라 개구쟁이 같기도 하고 자기들끼리 몸싸움을 하기도 하지만 아이들의 입에서 거친 말이 나오지 않았다. 부모님이 바르게 키우시고 가정이 바로 서있기 때문에 그렇겠지만 분명 학교의 영향도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결혼하고 현재 내가 살고 있는 경남 지역은 기독교보다는 불교가 강한 지역이다. 나는 평생 서울과 성남에서 살던 사람이라 조금은 신선했다. 이 지역에서는 불교 유치원이 가장 인기가 많다고 하고, 석가탄신일에는 절에 다녀왔냐는 질문을 여러 번 들었다. 종교의 자유가 있는 나라지만 지역마다 이렇게 다르구나! 매번 느끼는 날들이었다. 2022년 처음 이사 왔을 때 이 지역에 과연 기독교 대안학교가 있을까? 하며 찾아보기도 했지만 내 마음에 쏙 들어오는 곳은 없었다. 그리고 얼마 전 우리 아이가 학교 갈 나이가 되어 다시 검색해 봤을 때 '그레이스 글로벌 기독학교(Grace global christian school)'를 알게 되었다.
무작정 학교에 전화를 걸어보기도 하고 인터넷에 검색해서 이미 보내고 계신 부모님과 블로그를 통해 연락하여 직접 만나보기도 했다. 그렇게 학교에 두세 번 가게 되었고 얼마 전 입학 설명회에도 다녀왔다. 무엇보다 소규모인 것이 마음에 들었고 선생님과의 대화 속에서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미국에서 오신 조엘 교장선생님 부부의 교육이념도 마음에 들었고 두 분의 얼굴에서 풍기는 선한 인상을 보면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보다 조금 더 체계적인 신랑은 조금 더 깊이 있고 현실적인 질문도 많이 하였는데 솔직하게 이야기해 주셨고 앞으로 이 학교는 이 지역에서 아이들이 더욱 오고 싶어 하는 학교가 될 것 같았다. 학교에는 아이들이 쉴 귀여운 공간과 보드게임 그리고 책들이 빼곡하게 있었다. 우리 첫째는 입학설명회 때 처음 가보고 그 공간에 반하여 꼭 가고 싶다고 새벽기도회도 4번이나 출석했다.
그레이스글로벌기독학교에는 'ON CLASS'라는 시간이 있다. 한 사람씩 돌아가며 자신이 좋아하는 것으로 수업 주제를 정하여 소개하고 친구들과 함께 해보는 시간이다. 스케이트 보드가 될 수도 있고 그 시간이 음악 시간이 될 수도 있다. 자기 주도적인 수업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발견하게 해 주고 그것에 대해 더 깊이 있게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될 것 같았다. 그리고 앞에 나서서 발표하는 능력과 리더십 또한 키울 수 있을 것 같았다.
우리 부부는 둘 다 공부를 잘하는 편이었고 공부가 우리의 인생에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알고 있다. 하지만 공부가 전부인 시대는 지났다. 좋아하지 않는 과목의 '지나친 선행학습'보다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발견하고 경험해 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1분짜리 미디어를 끝도 없이 보는 시간에 독서를 통해 '문해력과 사고력'을 키워야 하고 메신저가 아닌 친구와 '직접' 소통할 줄 아는 '사회성'을 키워야 하는 시대가 왔다.
우리는 이런 생각들로 기독교 대안학교에 보내기로 결심했고 서류를 정성껏 작성하고 편한 분위기 속에서 면접도 하고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