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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곰돌이빵 Jan 29. 2021

운전면허를 따는데 4년 걸렸다.

우리나라는 3일


" 이번 휴가에 뭐해? "

" 면허 따고 남는 시간에 쉬려고."


아마 이건 우리나라에서만 가능한 대화일 것이다. 3일이면 면허증을 가질 수 있는 우리나라와 달리 호주에서는 면허 취득에 몇년 이상 걸리는 것이 기본이다. 호주는 땅이 넓고 대중교통이 열악하여 자동차 문화권이기 때문에 면허는 필수여서 고등학생부터 면허를 딸 수 있지만 그 길은 정말 멀고 험하다. 


1. 연습 면허 (Learner Permit)


16세부터 연습 면허 (Learner Permit)을 취득할 수 있으며, 객관식으로 된 DKT(필기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문제 은행이지만 90점 미만이면 탈락. 연습 면허기 때문에 완전한 운전면허의 소유자가 조수석에 동승하지 않으면 운전을 할 수가 없다. 속도제한은 80km다. Learner Permit의 약자 L 사인 플레이트를 붙이고 다녀야 한다. 어린 남자아이가 운전을 하고, 조수석에 아버지가 탄 모습을 호주에서는 자주 볼 수 있다. 또한 벌점이 1점이라도 부과되면 바로 면허가 취소된다. 발급비는 $24.



2. 잠정 면허(Probationary Licence)  P1


연습면허를 12개월 이상 소지하고 100에서 120시간의 운전경력이 쌓이면 잠정 면허(Probationary Licence) 중 P1 면허를 딸 수 있다. 120시간 중 전문 운전 강사가 가르치면 1시간이 3시간으로 인정되고, 로그 시간 30시간까지 인정된다. 연수 비용이 1시간에 65달러 정도로 저렴하지 않기 때문에 보통 가족이 같이 타서 체크해 준다.


17세부터 DART(실기시험)을 보면 P1 면허가 발급되며 발급비는 $57. 실기는 속도나 숄더 체크, STOP 사인 등 굉장히 세심하게 확인한다.


P1을 따면 이제 노란색 L 사인 대신 초록색 P 사인을 붙여야 한다. 잠정 면허를 따면 이제 혼자서 차를 몰 수가 있지만 P1단계에서는 승객을 조수석에 1명만 태울 수 있다. (주 별로 차이가 있어서 퀸즐랜드 주는 밤 11시부터 새벽 5시까지만 이 룰이 적용된다.) 속도제한도 90km다. 또한 벌점이 6점 이상 넘게 되면 면허 자격이 박탈된다.


3. 잠정 면허(Probationary Licence), P2


P1을 따고 1년간 운행 후에 HPT(위험인지 시험)을 통과하면 P2 면허증을 소지할 수 있다. 발급비는 $89. 초록색  P 사인 대신 빨간색 P 사인을 붙여아 한다. 이제 100km까지 달릴 수 있게 되었다. 잠정 면허는 보통 2~3년 정도이며, 사고나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벌점이 없으면 완전한 면허(Full licence)를 딸 수 있다. 고지가 멀지 않았다.



4. 완전 면허(Full licence)


P2 면허를 소지하고 최소 2년 후 DQT(운전자 자격시험)라는 마지막 관문 최종 시험을 통해 풀 라이선스를 부여받는다. 드디어 이제 110km까지 달릴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라이선스 비용은 만만치 않다. 1년짜리 $56부터 10년짜리 $334까지다. 마지막 단계까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완전한 운전면허를 따려면 3년 이상 걸리는 것이 기본이다. 호주에서 길에서 마주친 수많은 자동차 운전자들이 모든 여정을 합격하고 나온 사람들이라는 것이 놀랍다.


우리나라에서 호주로 이주를 하는 경우에 단기라면 국제면허증으로 아무런 절차를 밟지 않고 바로 운전이 가능하며, 장기 거주의 경우에도 우리나라 운전면허 발급 후 12개월 미만이면 P1을 주고, 3년 이상 이면 필기와 실기 시험 후 풀 라이선스를 발급받을 수 있으니 참 아이러니하다.


호주 운전 체계를 보며 인상 깊었던 점은 25세 이하의 연습면허 운전자나 P1 운전자는 핸즈프리, 스피커폰으로도 통화를 할 수 없다는 점이다. 그냥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 뿐만 아니라 핸즈프리도 운전자의 주의를 분산해 얼마나 위험한지 알게 해 준다. 스마트폰 사용은 도로 곳곳에 숨겨진 카메라로 촬영하는데, 벌금이 1000달러에 육박한다. 과속 카메라도 운전자가 인지할 수 없도록 숨겨져있으며 우리나라와 달리 1km만 초과해도 과속이다. 5km만 초과해도 350달러는 기본이며 스쿨존이나 연휴 등은 2배여서 과속 몇 번이면 면허 정지는 금방이다.


우리나라 면허 체계의 구멍


중국에서는 한국 7일 면허 여행이라는 패키지 상품이 100만 원대로 팔리고 있다. 중국에서 운전면허를 따려면 63시간 교육을 받아야 하고 탈락하면 10일 후 가능하며 최소 한 달 반에서 6개월이 걸리지만  한국에서는 13시간 정도면 가능하기 때문이다.  2019년 한국에서 면허를 딴 단기 체류 외국인은  6천여 명이며 90퍼센트 이상이 중국인이었다. 하도 원정 면허가 많아 이에 중국 상해 지역에서는 한국에서 자국민들이 취득한 운전면허를 인정하지 않으려 하기도 했으며, 한국 정부에 단기체류 중국인이 운전면허를 취득하지 못하게 해 달라는 공문까지 발송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10만 명 중 보행 중 사망자 수는 OECD 평균 1.1명보다 3배나 많다. 운전면허 취득 시간이 OECD 평균 50시간인 반면 한국은 13시간에 불과하다. 2011년도 기능 시험은 누구나 통과할 수 있을 정도로 심각하게 쉬웠던 적도 있었다.


2011년 기능시험 코스. 현재는 폐지.


도입에 시간은 걸리겠지만 운전면허 시험의 허들을 높이거나 면허를 따고 일정 시간만이라도 필수로 초보 표시를 하거나 제한을 두는 체계를 도입해보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참고 문헌)

-Older motorists struggling to pass Queensland driving tests, figures show , 퀸즐랜드 뉴스

-모터그래프, 유대선

-위키피디아

-퀸즐랜드 정부 홈페이지

-도로교통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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