짠 거 먹고 단거 먹고 짠 거 먹고
"오늘 뭐 먹을까?"
"새우튀김이 올라간 카레도 먹고 싶고, 따뜻한 쌀국수도 좋고, 반숙 계란이 올라간 브런치도 좋고, 잔뜩 느끼한 크림소스 파스타도 좋고, 왕새우 들어간 팟타이도 먹고 싶다."
"생각만 해도 군침 돈다."
"오늘은 바삭한 치킨 어때?"
"좋지!"
치킨은 나의 소울푸드 중 하나다. 어릴 적 아버지가 퇴근길에 사 오시던 종이에 싸인 전기구이 통닭, 양념 반 후라이드 반이 국룰인 배달 치킨. KFC 훼미리카드로 가끔 맛보던 외식의 맛. 그래도 역시 짭짤한 후라이드 치킨이 제일 좋다.
짭짤한 치킨을 먹은 후 필수 코스는 역시 달다구리로 마무리하는 거다. 달콤한 와플이나, 촉촉한 티라미수 케이크, 시원한 딸기 빙수. 마실 것은 아메리카노가 국룰이다. 달콤한 것에 달콤한 거 묻으면 달콤한 맛에 대한 즐거움이 줄어드니까. 그리고 단 것을 먹고 나면 이젠 또 짠 게 먹고 싶다. 그럴 때는 매콤한 떡볶이가 최고다. 이것이 바로 단짠단짠 사이클의 무한루프다.
떡볶이는 단짠단짠의 믹스의 최고봉이다. 코찔찔이 시절에 만화방 가는 길에 짤랑거리던 동전으로 사 먹던 컵볶이에 이어 교복 입고 먹던 즉석 떡볶이는 볶음밥으로 마무리해야 제 맛이며 아쉬운 대로 김밥 천국에서 먹는 라볶이도 최고다. 맥주나 소주 안주로도 훌륭한 음식이다.
짭짤한 것을 먹으면 몸에 활력이 돌고 짜릿한 기분이다. 다이어트한다고 저염식으로 먹다가 라면이라도 한 젓가락 먹으면 정말이지 온 몸에 피가 구석구석 도는 기분.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다. 나트륨을 많이 섭취하면 식욕이 돌기 시작해 더 많이 먹게 된다. 멈출 수가 없는 것이다.
다 먹고 나서도 무언가 부족한 기분이 든다면? 바로 아이스크림! 달달한 디저트는 2% 모자란 무언가를 채워준다. 배를 채운다기보다는 영혼을 채워준다는 느낌. (핑계다. 물론 둘 다 살을 찌운다.) 달콤한 것을 먹을 때면 행복의 미소가 찐으로 나타난다. 당을 많이 먹으면 기분이 좋아지는데, 이건 기분 탓 만은 아니다. 설탕은 몸에 흡수되면 증시 에너지원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복되는 과도한 당 섭취는 역시 중독을 부른다.
하지만 짭짤이와 달콤이에는 큰 차이점이 있다. 우리 몸은 나트륨, 소금이 없으면 살 수 없지만 당은 전혀 섭취하지 않아도 생명에 지장이 없다. 카페인처럼 기호 식품인 것이다.
의외로 한 음식 안에 단짠의 루프가 들어있는 메뉴가 많은데, 짭짤이는 후라이드 치킨이요, 달콤이는 양념치킨이기 때문에 우리가 반반 치킨을 먹는 것이다. 유럽에 가면 짠맛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음식이 많은 것 대비하여 한국은 짠맛에 그만큼 단맛이 어우러져야 극강의 맛이 나는 음식이 많다.
음식에 있는 단짠의 조화처럼, 삶도 단 맛과 짠맛이 반복되었으면 좋겠다. 맵고 쓴맛 말고 말이다.
(참고 자료)
설탕의 독 - 존 유스킨
슈거 블르스 - 윌리엄 더프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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