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왕자는 존재할까?

글을 시작하며

by hyejinsung

‘어른이 되는 건 문제가 아냐. 어린 시절을 잊는다는 것이 문제지.’

-생택쥐페리 소설 <어린왕자> 중에-


생택쥐페리의 소설 <어린왕자>를 번역한 황현산 선생님께서 작품을 번역하면서 어려움에 대해 고민하신 말이 있습니다.

‘어른의 언어로 어린이의 세계를 건너가는 일’.

저자는 책을 펼치며 ‘어른이 되어 버린’, ‘어린이였을 때의 레옹 베르트’ 친구에게 작품을 헌정하면서 이 작품을 어른에게 바친 데 대하여 어린이들에게 용서를 구하였습니다. 어린 시절을 잃어버리고 어린이가 어른이 된 모든 어른들을 위한 것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어쩌면 아이들은 책을 읽지 않아도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미 아이들의 순수함 속에는 보아 구렁이나, 장미나 혹은 더 큰 무궁무진한 세계가 이미 존재하고 꿈을 꾸고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다만 성장하고 치열하게 삶을 살다 보니 ‘어른이 되어 버린’ 어른들이 더 필요할 거라 배려한 생택쥐페리의 말처럼 적막한 사막에서 어린왕자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어른 독자가 되어야 하는 것이 맞는 것 같습니다.


동화와 마찬가지로 동요, 동시도 아이들이 많이 접하고 좋아하는 문학이지만, 저는 아직도 <섬집아기>나 <고향의 봄>과 같은 동시 문학을 접하며 더욱 큰 마음의 동요[動搖]를 느낍니다. 이는 위에 <어린왕자>가 어른들에게 더욱 많은 사랑을 받는 이유와 동일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국내 문학에는 우리네 고유 정서와 이야기로 어린이의 세계를 그려내 주어 특유의 서정적인 분위기를 아우르고 있습니다. 저 또한 어른이 되면서 중요하지 않은 것들이 중요해지고, 잃어버리지 않아야 하는 것들을 숱하게 흘려보내면서 ‘어른이 된다는 건 무척 슬픈 일이구나’라는 걸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어린이의 세계를 대변할 수 있는 글과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어른이 된 것이라 또한 생각했죠.


그리고 첫 연재 타이틀로 ‘어른들을 위한 동시화’로 글을 시작하고자 합니다. 제가 혹은 우리 모두가 어릴 적 겪었던 삶과 정서를 시로 함축하고 그림으로 표현하는 동시화를 통해 한때의 어린이였던 어른들에게 마음에 별을 그리고자 합니다. 각 편마다 주제를 시와 그림으로 구성되어 각기 해당되는 주제에 대해 느림의 여운과 함께 돌이켜 가꾸어볼 수 있는 작은 행성이 떠오르길 바라봅니다.


한때는 반짝였던, 그리고 앞으로 더욱 반짝일 별을 상상하며.

글 성혜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