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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마는 외계인 Aug 21. 2024

멜번의 비정규직 시급제 알바 노동자

난 캐주얼 돌봄 노동자다. 한국으로 차자면 ‘비정규직 시급제 알바 노동자’ 가 될 게다.


호주의 고용 종류는 크게 Permeant worker – Permeant part-time worker – Casual worker 로 구분된다. 퍼머넌트 워커의 다른 말은 Full-time worker인데,  정규직으로 주당 법에서 정한 38시간 노동을 해야 하고 호주 정부에서 정한 각종 복지혜택과 법적인 보호를 받는다. 가령 Paid annual leave(유급 연가), Paid sick leave(유급 병가) 같은 혜택을 받는다.


퍼머넌트 파트 타임 워커란 퍼머넌트와 캐주얼 워커의 중간 즈음에 있는 개념으로 보통 주 3-4일 근무에 평균 20-30시간 정도(개인의 상황과 회사나 에이전시의 욕구에 맞게 조절하기에 조금씩 다를 수 있음)의 노동을 하는 형태다. 노동 시간에 비례해서 정규직보다는 적은 일수의 유급 연가나 유급 병가를 적용 받는다.


캐주얼 워커는 본인이 원하는 요일과 노동 시간 만큼 일하는 유연한 고용 형태이고 다른 두 고용의 형태와 같은 복지혜택은 없다. 대신 시급이 가장 높다. 위의 두 형태의 고용에 비해 법적으로 연가와 병가를 보호받지 못하고 상대적으로 고용의 안전성이낮기 때문에 높은 시급으로 보상하는 셈이다. 물론 모든 세 유형의 노동자는 고용기관으로 부터 임금의 11% 정도의 연금을 보장 받는다.


“비정규직 시급제 알바여서 정규직들 보다 시급이 더 높다고?”


이민 초기에 수시로 반문하는 사람이었다. 한국에서 넘어 온 이민자로서, 아직 호주의 노동 시장에 진입하지 않았던 나는 호주 지인들이 영어로 설명해 주는 이 개념이 당최 이해가 되지 않았다. 역시 세상은 넓고 살아보지 않으면 모르는 일 투성이들이다.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투쟁이 난무하던 나라에서 살다 온 나는 처음에 이 말을 듣고도 내가 영어를 제대로 이해 못해서 오해를 하는 거라고 여겼다. 이게 아주 나쁜 이민자병인데, 모든 실수와 잘못을 내 탓으로 여기곤 한다. 짜증나지만, 이민 생활 하면서 저자세가 몸에 찰거머리처럼 들러 붙었다. 아무튼 한국에서 노동자들이 노동시장의 유연화에 맞서 투쟁한다면, 호주에선 노동시장의 유연화 덕을 보는 사람들도 존재한다. 당장 나부터도. 호주에서 직접 노동시장에 편입되어 보니, 비정규직 시급제 알바 노동이 상당히 매력적이다. 정규직이 30여불 시급을 받는다면 비정규직의 시급은 40여불에 이른다. 경험을 해 보지 않은 사람들이 믿든 말든 호주 노동시장에 현실이 그렇다.


케어러마다 선호하는 고용의 형태가 다르다. 퍼머넌트 파트 타임은 대체로 에이지드 케어 분야 중 특히 요양원에서 일하는 케어러들이 선호하는 방식이다. 에이지드 케어 쪽의 일은 여성들이 주를 이루니 아이가 어리거나 집안일을 하면서(호주도 대부분 여성들이 집안일을 더 많이 한다) 주 5일을 일하기는 부담이다. 그러니 주 3-4일 정도 일을 한다.


반면에 가정 방문 케어러들은 캐주얼이 압도적으로 많다. 부부 중 한쪽의 수입이  안정적이거나 아이들을 돌봐야 하고 요양원 같은 시설에서 일을 하고 싶지 않으면 가정 방문 캐주얼을 선호한다. 시급이 높고, 아이가 학교에 있는 시간에만 일을 할 수 있고,일대일 지원이니 일이 상대적으로 덜 피곤하고 쉽고, 본인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춰 지원(Shift)을 잡기가 수월하다. 나도 낯선 타국에서 처음부터 퍼머넌트로 일을 시작하라고 했으면 부담스러워서 망설였을 텐데 캐주얼로 일주일에 대여섯 시간부터 일을 시작해서 일이 몸에 익으면서 서서히 노동 시간을 올릴 수 있었기에 지금은 주당 30시간 이상의 일을 소화해 내는 노동자가 되었다.


나는 에이전시 소속 장애지원사, 독립적인 장애 지원사, 가정 방문 돌봄사, 요양원의 요양보호사 등 가히 문어발식으로 다양한 곳에서 일을 한다. 에이지드 케어의 가정 방문 돌봄사나 요양원의 요양보호사는 장애 분야의 장애 지원사 (support worker)와는 일이 유사하면서도 가끔은 상이하다. 장애쪽은 스펙트럼이 상대적으로 워낙 방대하여 장애의 유형과 정도와 연령에 따라 케이스 바이 케이스(Case by Case)인 반면에 에이지드 케어는 장애 분야에 비해 예상을 크게 뛰어 넘는 돌봄이나 지원이 필요하진 않다.  


에이지드 케어 쪽은 말 그대로 돌봄이 주 업무다. 반면에 장애 쪽은 (고객이 신체적 또는 의료적 지원이 많이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면) 당사자가 좋아하는 다양한 활동 지원과 커뮤니티 참가 지원이 많다. 장애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으니 지원의 유형이 아주 다양해서 상대적으로 재미있다. 결국 내가 좋아하는 지원을 요구하는 고객과 일을 하면 된다.


대체적으로 에이지드 케어 쪽은 육체적인 노동이 많이 요구되고(치매 고객은 종종 정신적인 노동이 많이 요구되기도 함), 장애쪽은 정신적인 노동이 상대적으로 요구되는 경우가 많다. 물론 발달 장애 어린이나 청소년 고객 중에 에너지가 넘치는 고객을 만나면 육체적이고 정신적인 노동을 감당해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끊임없이 달리고 바닥에 눕고, 안전하지 않은 곳에 뛰어 들고, 만지지 말아야 할 것들을 만지고, 끊임 없이 침을 뱉고, 몇 시간이고 물놀이를 하다 옷을 적시면 끊임없이 갈아 입혀야 한다.이런 고객을 지원하면 입에서 단내가 나기 쉽고 그날 밤 다리에 쥐가 난다.


호주에서 케어나 장애 지원 분야에서 가장 보편적인 원칙은 “사람 중심(person centred)” 과  “개인별 요구에 맞는 지원(individual support)”이다. 장애 쪽이라면 고객의 관심과 흥미와 장점과 라이프 스타일에 맞춰 지원을 해야 하고, 에이지드 케어 쪽이라면 고객이 원하는 방식의 돌봄을 제공해야 한다.


아 잊을 뻔했다. 호주는 이민자들이 이룬 국가의 특성 상, 장애 지원사나 케어러들에게 강하게 요구되는 자질이 한 가지 더 있다.

 

고객에게 문화적으로 안전한 지원과 돌봄을 할 것!”



*독립적인 장애 지원사 : independent support worker 또는 direct support worker라 하는데, 장애 지원사나 돌봄사가ABN(Australia Business Number, 사업자 등록)을 갖고 에이전시를 통하지 않고 직접 고객과 계약하는 형태. 고객과 직접계약을 하니 에이전시에서 떼어가는 커미션이 없으니 상대적으로 시급이 가장 높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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