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쉐어홈 사람들
헤일리의 일요일 근무는 아침 7시에 시작해서 오후 4시에 종료를 한다. 9시간짜리 장시간 근무임에도 불구하고헤일리가 특별히 애정하는 쉬프트(shift)다. 토요일과 일요일, 쉐어홈에는 아침이 늦게 찾아온다. 주중 아침 지원은 새벽 6시에시작을 하고, 3시간 안에 다섯 분의 입주 고객들이 아침 준비를 끝내고 주간 센터로 출발을 해야 한다. 기상, 샤워, 면도, 옷 갈아입히기, 가방 챙기기, 약 복용지원, 아침 식사 지원 등 다섯 분 모두 각자의 취향과 선호를 고려하면서, 그리고 해당일의 일정에 맞춰서 그분들의 루틴에 맞게 3시간 안에 끝내려면 정신없이 머리와 몸을 놀려야 한다.
주중 아침 쉬프트가 쉐어홈에서 가장 바쁘다. 해당 쉐어홈에 익숙하고 노련한 3명의 지원사가 부지런히 움직여야 8시 40분 경에 속속 들어오는 5 대의 택시에 고객을 태워 주간 센터로 출근을 시킬 수가 있다. 헤일리가 일하는 쉐어홈에서는 주간 센터를 ‘일터’라고 부른다. 당사자들을 존중하자는 취지에서 붙인 이름이라고 팀리더인 에런이 말했다. 일반 성인들이 매일 아침 일터로 출근을 하듯이 이 분들도 매일 아침 9시에 출근해서 3시에 퇴근을 한다.
헤일리는 웬만한 동료들과는 이질감 없이 잘 섞이는 타입이다. 다르게 설명하면 특별한 특색이나 고유성이 없는지도 모른다. 젊어서는 모가 나고 이것저것 옳고 그름을 따지던 사람이 멋있다고 생각했었는데, 반평생 인생이 자연스럽게 그 생각을 거두어 갔다. 특히 전 세계에서 온 이민자들과 일을 하면서, 각 나라의 악센트가 섞인 영어를 소통의 도구로 쓰는 나라에서, 어차피 헤일리는 유창하지 않은 영어로 묻고 따지고 할 처지가 못됐다. 또한 그런 사람과 일을 하면 곱절로 피곤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장애분야에서 일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기존에 몸에 익혔던 규범과 관습과 기준들이 자연스럽게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스스로가 느슨한 사람이 되어 간다고 헤일리는 만족했다.
“헤일리, 루벤이 너무 안절부절해 하는 거 같지 않아?”
점심 시간이 다가오는 시간, 중국 출신의 3년차 지원사인 릴리가 물었다. 릴리는 타인의 이야기를 잘 듣는 귀를 가진 동료다. 겸손인지 진짜로 몰라서 그러는지 수시로 주변의 동료들에게 사소한 질문들을 하고 답을 해주는 동료에게 아주 적극적으로 반응하고 감사를 표하는 인물이다. 갑자기 릴리가 생각났다는 듯이,
“생각해봐, 아까 루벤이 뱀 장난감을 던져서 네가 맞았잖아. 뭔가 좀 불편해서 그런 거 아닐까?”
헤일리가 안경 바로 위의 이마를 만지면서 오늘 아침에 있었던 일을 상기한다. 타인과의 거리두기를 일상화하고 살아가는 루벤에게 접근할 때는 서두르지 말고 곁으로 가야 한다는 걸 알기에 헤일리는 조심조심 다가가면서,
“루벤, 아침 약 드실 시간이에요.”
아이패드를 보고 있던 루벤은 다른 손에 들고 있던 뱀 모양의 감각지원 장난감을 냅다 던졌다.
“아아아~~~~”
뱀은 하필 헤일리의 안경테 바로 위 이마에 부딪히고 떨어졌다. 예기치 못한, 처음 당하는 사건이라서 헤일리는 괴성을 질렀다.심장이 벌렁거렸다. 100킬로그램이 넘는 청년이 던진 물건에 맞으면 많이 아프다. 아니 아픈 것보다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무방비로 당하는 일은 두려움이 크다. 화장실에서 다른 고객의 샤워를 지원하던 릴리가 달려오고 다른 고객들도 화들짝 놀라서 온 집안이 쾌속 냉동칸이 되어 버렸다.
“루벤, 이렇게 사람에게 물건을 던지면 안돼요.”
“헤일리가 다칠 뻔했잖아요.”
릴리가 헤일리의 붉어진 이마를 살피면서 루벤에게 말하지만, 루벤은 아무일도 없다는 듯이 또 아이패드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다. 릴리가 위로의 말을 던진다.
“헤일리, 너무 마음에 담아 두지 마. 여기서 일하면서 이런 유사한 일을 당하지 않은 지원사는 없어.”
아침 식사 후에도 수시로 방과 거실을 서성이고 옷을 훌러덩 벗어 던지고 소리를 지르는 루벤을 보면서 헤일리와 릴리는 둘이 앉아서 골몰히 고민한다. 진짜로 루벤이 두통이나 통증이 있어서 아침부터 물건을 집어던진 걸까? 파나돌을 줘야 하나? 며칠 전 파올라가 루벤과 보여줬던 소통 방법을 릴리에게 말하자 릴리가 루벤에게 걸어가서 손을 내밀며 묻는다.
“루벤, 두통이 있어요?”
루벤은 순간적으로 릴리의 얼굴을 보더니 “흥” 소리를 내며 고개를 돌린다. 이번엔 헤일리가 손을 내밀며 다가간다.
“루벤, 어디 아파요?”
루벤이 헤일리의 손바닥에 본인의 손을 얹는다. 헤일리도 며칠 전 보았던 파올라의 미소를 띤다.
50:50, 이걸 어쩌나? 아픈 걸까 아닐까? 제발 ‘예스’나 ‘노’라는 말만 할 줄 알아도 얼마나 좋을까? 릴리와 헤일리가 10분 뒤에다시 시도했는데, 또 다시 루벤의 답은 50:50이다.
두 명의 지원사는 미궁에 빠졌다. 세상에 이보다 복잡하고 간절한 문제가 있을까?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기로 결심한 헤일리가 말했다.
“루벤이 점심을 먹고 나면 동전 던지기로 결정하자. 앞면이면 파나돌, 뒷면이면 안 아픈 걸로.”
우리의 깊은 고민은 해프닝으로 끝났다. 점심 식사 후 루벤은 본인의 지정석 소파에 앉아서 소리도 덜 지르고 덜 배회를 했다. 퇴근을 하면서 릴리가 헤일리에게 말한다.
“장애 분야는 예측 불가능의 세계야!”
헤일리가 맞장구 친다.
“그래서 지루하지 않고 좋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