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화. 비만이 두려워!

좌충우돌, 쉐어홈 사람들

by 루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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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달 첫째 날, 쉐어홈에서 몸무게를 재는 날이다.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두 발로 올라 서서 몸무게를 재는 체중계가 아닌 앉는 의자 체중계를 사용한다. 혼자의 힘으로 일초도 설 수 없는 입주자 분들을 위해서다.

115킬로그램, 엠마가 의자에 앉자 떠오르는 숫자에 파올라와 헤일리는 난감한 표정을 엠마 모르게 서로 교환한다. 지난 달 113킬로그램에서 또 2킬로그램이 늘었다. 45살의 여성 몸무게가 100을 찍는다니? 스리랑카 출신 파올라와 한국 출신 헤일리는 이범상치 않은 숫자에 놀라고, 또 그 100마저도 넘어서 115킬로그램이라는 숫자는 현실감이 전혀 없다.


숫자로는 현실감이 없지만, 눈 앞에 존재하는 엠마의 존재는 현실 그 자체다. 처음으로 쉐어홈에 출근한 날, 파올라 곁에서 엠마의 아침 샤워를 지원하던 헤일리는 표정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놀람, 걱정, 충격, 의아함, 신비로움…글쎄, 이 모든 감정이 교차했을 테지만, 고객 앞에서는 의연한 척했던 듯하다. 헤일리는 끊임없이 주문을 걸면서 일을 하는 타입이다.


‘나는 프로페셔널한 지원사다!’


엠마는 집안에서는 도움 없이 이동을 하고, 외출시에만 보조 워커에 의지해서 이동을 한다. 아침에 일어나면 혼자서 욕실의 목욕의자에 앉아서 샤워를 한다. 십 여분동안 혼자만의 샤워를 즐긴다. 그사이 쉐어홈의 식단과 식자재 구입, 그리고 주로 요리를 담당하는 파올라의 얼굴은 근심으로 가득하다. 15년 동안 이 쉐어홈에서 근무한 파올라는 입주자들의 늘어나는 몸무게를 볼때마다 본인의 책임감도 가중하는 듯하다. 물론 반대로 입맛이 짧고 마른 입주자를 볼 때도 책임감을 느낀다. 파올라는 딜레마에 빠져 산다. 입주자들이 본인이 요리한 음식을 맛있게 잘 먹으면 기분이 좋은 파올라는 매달 첫째 날마다 가혹한 숫자에 가슴이 철렁한다. 잘 먹는 자녀를 볼때의 행복감, 비대한 자녀의 모습을 볼 때의 죄책감, 두개의 감정 속에서 허덕이는 엄마의 얼굴이다.


“헤일리, 아무래도 엠마의 식단을 더 철저하게 관리해야 할 거 같아.”

“그런데 그게 쉬울까? 식욕이 하늘을 찌를 기세야.”

“음식양 조절을 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체구가 저렇게 큰데 적게 먹고 견딜 수 있을지 모르겠네. 먹는 일이 가장 큰 즐거움인듯 보여.”

“그렇긴 한데, 엠마의 건강이 너무 걱정이야.”


엠마는 육중한 본인 몸의 앞부분과 윗부분, 그러니까 손이 닿는 곳까지만 스스로 닦을 수 있다.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끝나면 외친다.


“헤일리, 도와줘!”


일어나서 벽에 설치된 안전 봉을 잡고 중심을 잡으면 엠마가 씻지 못한 부분들을 헤일리가 씻겨 준다. 씻는 일 만큼이나 말리는 일도 일반적이지 않다. 엠마가 혼자서 샤워를 하는 동안 엠마의 침대를 정리하고 그 위에 커다란 수건을 펼쳐 깔아둔다. 엠마가 샤워가 끝나고 본인 방으로 와서 다시 침대에 눕는다. 이제부터는 헤일리의 본격적인 엠마 몸 말리기 작업이 시작된다. 씻는 시간만큼 말리는 일에도 시간이 걸린다. 엠마가 가슴을 한 쪽 씩 올려주면(너무 무거워서 헤일리 혼자서 한 손으로 올리고 말리는 일이 쉽지 않다) 헤일리가 재빠르게 가슴 밑을 닦는다. 엠마가 허벅지까지 처진 뱃살을 위로 바짝 올려주면 헤일리가 재빨리 사타구니와 아랫 부분을 닦는다. 그나마 엠마가 이 정도라도 본인의 무겁고 쳐진 살들을 올려줘서 고마울 뿐이다. 엠마의 다리를 한 쪽 씩 들어 올리고 압박 붕대를 신기는 일이 가장 고난도다. 한 쪽 다리의 굵기가 헤일리의 서너배는 넘을 듯한데 그 다리를 들어 올리며 압박 붕대라니… 식은땀이 등골을 타고 주르르 흘러 내린다. 다른 지원사와 둘이 하면 쉬운데, 아직은 신입인 헤일리는 망설인다. 헤일리의 손가락과 허리에 가장 무리가 가는 순간이다.


‘대륙마다 몸의 사이즈도 참 다르군!’


헤일리는 전세계인이 모인 호주란 국가에서 장애인 지원사 일을 하면서 다양한 형태의 몸들 못지 않게 다양한 사이즈의 몸들을 만나는 중이다. 쉐어홈에서 일하기 전, 가정으로 한 중년 여성 장애인의 신변처리와 샤워 지원을 갔는데 “맙소사!!!”란 말이 저절로 나왔다. 자동으로 튀어 나오는 감탄사를 막을 재간이 없었다. 더블 사이즈 침대에 누워있는 여성은 몸을 전혀 움직일 수 없었는데 4명의 지원사가 투입되고 있었다. 양쪽에 두 명씩 서서 몸을 이쪽 저쪽으로 움직이며 기저귀를 갈고 위생처리를 하고 있었다. 순간 헤일리는 궁금했다.


‘인간의 몸은 어디까지 팽창할 수 있을까?’


헤일리가 엠마의 긴 여정의 아침 샤워 지원을 끝내는 동안 두 명의 입주자를 샤워시키고 온 파올라가 말한다.


“헤일리, 나도 오늘부터 다이어트 들어가야 겠어.”

“왜?”

“돌봄 일을 하다 보면 비만은 돌봄사들에게 너무 무리가 가잖아.”


사실 그랬다. 헤일리는 이미 다이어트에 들어간 몸이다. 거대한 체구들을 볼 때마다 미래의 헤일리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미래의 헤일리들이 손가락과 허리에 덜 무리가 되는 몸을 만들고 싶어졌다. 그래서 그녀는 오늘도 퇴근 후에 체육관으로 직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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