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8화. 정상과 비정상

좌충우돌, 쉐어홈 사람들

by 루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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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마는 6개월 전에 지금의 쉐어홈으로 들어왔다.

부모님이 사시는 집 근처에 작은 집을 렌트해서 ‘혼자’ 살았다고 했다. 여기서 ‘혼자’라는 말은 부모님과 가족으로부터의 주거공간 분리를 말하지만, 실상은 하루에 세 명의 지원사가 엠마가 사는 집으로 방문해서 그녀의 하루를 지원했다.


“난 혼자 사는 일도 좋았어.”


엠마의 증언에 따르면, ‘혼자’ 살았던 주거 독립의 시간들이 만족스러웠던 듯하다. 그런데 부모님은 결국 쉐어홈을 알아볼 수밖에 없었다. 몇 가지 어려움들이 있었다.


첫째는 지원사들의 공백이 생기면 오롯이 부모님이 그 공백을 메꿔야 했다.

엠마가 지금 45살이니 부모님들의 나이도 70대이다. 자폐가 심한 자녀를 평생 뒷바라지 한 부모들이 대부분 그렇듯 엠마의 부모도 각종 건강상의 문제를 지녔다. 언제부터 엠마의 몸무게가 100킬로그램을 웃돌았는지 모르겠으나, 점점 노쇠해가는 부모가 덩치가 큰 자녀를 씻기고 입히고 여러가지 일상생활을 돌보는 일은 무리가 가기 마련이다. 엠마의 엄마는 어깨에 문제가 생겨서 수술도 했고, 다리도 절룩거린다. 아빠는 최근에 사다리를 타고 가드닝을 하다가 떨어져서 엉덩이 부위 뼈가 부러져서 지팡이를 집고 절룩거리며 걷는다.


둘째는 엠마의 전력질주하는 식욕이다. 혼자서 살다 보니 오후 4시부터 6시, 그리고 밤 8시에 지원사가 퇴근하고 난 후 잠자리에 드는 시간까지, 즉 지원사의 공백시간에 혼자서 얼마나 어떤 음식들을 먹어 치우는지 도통 감을 잡을 수가 없었고 몸이 점점 비대해져 갔다.


세째는 엠마의 급격하게 바닥으로 하강하는 건강상태다. 엠마 말에는 한 해에 응급실을 세 번이나 갔었다고 했다. 응급실, 그리고 입원 몇 주 하다가 집에 오면 복용해야 할 약들이 늘어나고, 체력도 급격하게 하락해서 거의 하루 종일 안락의자에 앉아 넷플릭스만 봤다.


엠마는 쉐어홈에서도 주로 넷플릭스를 보던지 핸드폰으로 게임을 한다. 그래도 쉐어홈에서는 본인의 방에서 거실로, 거실에서 식탁으로 이동도 해야 하고, 쉐어홈 멤버들과 종종 대화도 한다. 물론 24 시간동안 지원사들의 공백도 없다.


“쉐어홈에 사는 것도 좋아.”


자폐인들의 미덕, 정직함과 솔직함. 엠마는 솔직하게 말했다. 자폐인이 좋다면 좋은 거고 나쁘다면 나쁜 것이라고 헤일리는 짐작한다.


엠마의 정직 덕분에 헤일리는 엠마 가족들의 많은 부분들을 저절로 알게 되었다. 안물안궁인데, 엠마는 헤일리가 궁금하다고 여기는 걸까?


“내 첫째 언니의 와이프 이름은 멜로디야.”

“언니의 와이프?”

“내 첫째 언니는 레지비언 이거든.”

“아, 그렇구나.”

“아들도 있어. 정자 도네이션을 받았거든. 이름은 필릭스야.”

“미안한데 빨래 좀 널고 올게.”


이쯤에서 말을 끊어주지 않으면 언제 끝날지 모를 거 같아서 헤일리는 적당히 집안 일을 핑계댄다.


저녁 시간, 쉐워홈 사람들의 저녁을 서빙하고 저녁 약 복용을 지원하느라 분주한 시간, 엠마가 지원사인 수잔 핸드폰에 뜬 아들의 사진을 보며 말한다.


“수잔, 네 아들은 정상이네?”


함께 일하던 헤일리와 릴리가 화들짝 놀라서 순간 정지 버튼 모드다. 수잔이 묻는다.


“뭐가 정상이야?”

“네 아들은 중국인이 아니잖아.”


지원사 세 명은 폭소를 터뜨린다. 쉐어홈에서는 웃음없는 날이 없다. 물론 웃음의 근거는 다른 가정들과는 아주 다르다. 중국 출신 지원사인 수잔과 릴리, 그리고 한국 출신 지원사 헤일리가 박장대소를 한다. 수잔 남편은 유럽 출신이어서 아들은 아시안의 외모가 아니다. 그러니까 엠마에게 백인은 정상이고 그 외의 사람들은 비정상으로 비치는 걸까?


이번엔 릴리가 장난까 가득한 얼굴로 말한다.


“엠마, 난 중국 출신이야. 그리고 난 정상이야.”


헤일리가 덧붙인다.


“엠마, 난 한국 출신이야. 난 비정상일지도 몰라.”


지원사들의 엉뚱한 말들에 엠마는 혼이 나간듯 어리둥절한 표정이다.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지 이해를 하지 못하는 얼굴이다. 수잔이 말한다.


“엠마, 어서 저녁이나 먹자.”


저녁을 먹고 엠마는 넷플릭스 시청을 한다. 헤일리가 조용히 다가가 곁에 앉는다. 순간 엠마는 보던 영화를 멈추고 한국어 자막을 틀어준다. 헤일리의 부족한 영어를 위한 배려다. 그리고 함께 영화를 보는 일이 좋다는 뜻이다.

헤일리는 생각한다. 정상, 비정상, 뭐가 뭔지 헷갈린다고. 그게 뭐든 이 순간이 참 좋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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