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이 보인다면 기적이야

by 쪼비



수영을 하고 나와 핸드폰을 열었다. 눈이 이상했다. 갑자기 밝고 강한 빛을 보고 나면 눈에 남는 잔상 같은 게 잠깐 지속되는 것처럼 내 시야가 완벽하게 깨끗하지가 않았다. 샤워를 하는 동안 그런 빛을 볼 일이 없었는데 눈이 왜 이러나 겁이 덜컥 났다.


나는 오래전 시력 교정술 중의 하나인 ICL을 했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안과에 가서 눈 상태를 살펴야 한다. 지난번 검사 때 특이사항은 없었는데 왜 갑자기 이러는지 알 수가 없으니 더 무서웠다.


일단 내 마음을 진정시킬 사람은 오로지 나밖에 없어서 조금 지나면 괜찮아질 거라고 나를 다독이며 집으로 갔다. 꽤 오래 눈 상태가 그랬는데 한 가지 다행이었던 건 시간이 지날수록 그 정도가 약해지고 있다는 거 하나뿐.


두어 시간 지나고 나니 내가 불편함을 인지 못할 정도로 눈 상태가 회복되어 있었다.


고백하자면 그 두 시간 동안 내 마음은 지옥이었다

'저 아직 보고 싶은 책이 너무 많아요 지금 눈이 이러면 안 되는 거잖아요.'

'저 아직 하고 싶은 공부가 너무 많단 말이에요.'

'저 아직 가고 싶은 곳도 많고 하고 싶은 일도 많고 보고 싶은 사람들도 많은데... '


눈만 괜찮다면 다른 건 아무것도 거슬릴 게 없을 것 같은 마음상태.

그래서 어제는 잠깐 지옥이었다가 다시 온 세상이 아름답게 보였다. 사람 마음이 이렇게나 나약하다.


지금 이 글이 보인다면 진짜 기적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지금 주변 소리가 들리고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아무런 거리낌 없이 걸어가진다면 진짜 기적인 거다.


그러니 감사할 일이 얼마나 많은지 모르겠다.


(아, 내 눈이 잠깐 그랬던 건 아마도 새로 산 수경 끈조절을 제대로 못해서 너무 꽉 맞게 껴서 그런 거 같다. 수영하는 사람들 중에 그런 일이 종종 있다는 글을 보고 나서 깨달은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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