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어도 살아진다

by 쪼비


비가 세차게 내리 날 아침 10시에 다이소에 가본 적 있는가?

늘 붐비고 소란스럽던 다이소의 모습과는 매우 다르게 (여기다 비까지 내려준다면 더더욱) 놀랄 만큼 고요하다.


아주 천천히 조급한 마음은 내려놓고 필요할 법한 물건들을 구경하고 살 수가 있다.


지난 토요일, 마음속 숙제로 늘 남아있던 베란다 정리를 하자는 다짐을 즉흥적으로 했고 다이소로 향했다. 마침 비가 세차게 내렸고 또 마침 아침 10시였다. 아직은 아무도 없는 3층에서 베란다 정리에 필요할 법한 물건들을 담았다. 망설임은 단 한 번도 가지지 않은 채...


38,500원.

그야말로 흥청망청 썼단 증거다. 나에게 다이소에서 만원 넘겨서 물건을 산다는 건 꽤 어려운 일이었는데 산을 한번 넘어보니 뭐 별거 없다 싶다.


집에 와서 몇 개월째 눈에 거슬렸던 물건들을 다 꺼내서 버릴 건 버리고 쓸 법한 물건들은 다이소에서 산 정리함 속에 차곡차곡 넣었다.


내가 이런 것도 이고 지고 살았나 싶은 그런 물건들을 바라보며 굳이 뭐 하러 이런 쓸데없는 것들을 품고 있었나 싶어서 반성도 간간이 해가며 두 어시간을 보냈다.


비워낸 만큼 생긴 빈 공간을 바라보니 내가 만들어 낸 단정함에 기분이 좋아졌다.


나는 언젠가는 쓸 것 같은, 그리고 버리기엔 뭔가 아쉽고 아까운 그런 것들을 너무 많이 안고 살았던 것 같다.


오랜 시간 같이 보냈으니까 어쩌지 못한 인간관계도 여럿이다. 아무렇지 않게 선을 넘고 나를 불편하게 하는 그런 관계를 '그래도' , '그렇지만'이라는 하등 쓸데없는 미련과 미련함 때문에 갖고 살았던 것도 같다.


한 번 사는 내 인생이고, 불편하고 까끌거려도 참아낸 그런 인간관계도 이제는 버리고 정리할 때가 되었다.


그런 관계는 없어도 살아질 듯하다.

아니, 없어도 살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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