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내 이야기를 먼저 들어준다는 것

by 쪼비

[브런치에서 책으로 피어나다]


글이란 것은 참으로 희한하다. 얼른 뭐라도 써보라고 닦달하듯 깜빡이는 눈앞의 커서를 보고 있으면 자꾸만 뒷걸음질 쳐지고 손가락은 더없이 뻣뻣해지는데, 딱 한 글자, 글의 첫 글자만 일단 타이핑하면 내 안의 '말'들이 문장이 되어 줄지어 나온다.


시작이 제일 어려운 게 글쓰기라는 행위다. 브런치 작가가 되기 전부터 아주 작고 하찮게 써 내려간 내 글들을 차곡차곡 모아두었다. 내 안의 '말'들과 찰나의 '마음'들을 후루룩 날려버리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이 들면서부터 드문 드문 끄적이기 시작했다.


내 친구들이 하나둘씩 브런치 작가 신청에 성공하는 걸 보면서 그저 '부럽다' '좋겠다'라는 감정만 가득했지 나도 해봐야겠다는 생각은 사실 별로 들지 않았다.


그러다가 어느 날 문득 친구가 뭘 그렇게 망설이냐고 채근하는 통에 못 이기는 척 그간 써놓은 글들을 바탕으로 브런치 작가를 신청했다. 신청해 놓고도 잊었다. 그러다 며칠이 흐른 뒤 메일을 정리하다가 브런치 작가 '합격'이라는 문장에 조금 소름이 돋았다.


그냥 내가 쓰고 싶은 대로 쓰면 그만인 글이었지만 그래도 누군가가 정해놓은 나름의 '작가' 기준선을 통과했다는 묘한 뿌듯함이랄까.




브런치라는 플랫폼 속에 생산되는 글들은 참으로 희한하게도 담백한데 거기엔 감동이 있고, 눈물이 있다. 출판사 편집장의 손을 거친 정제된 문장들이 아닐 텐데도 나는 외려 브런치 속의 작가들이 내어놓는 글들에서 힘을 얻었고 응원을 받았고 위로를 받았다.


"사는 것이 다 비슷하더군요." -p. 176-


그거였다. 사람 사는 모양은 제각각일지라도 사람이 겪는 감정들은 다 비슷했고, 그래서 외롭지 않아서 많은 사람들이 브런치 작가들의 글을 좋아하는 게 아닐까 싶다.




이 책 작가님의 브런치 작가 도전기는 글 쓰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공감하는 문장들이 너무 많아서 책장이 쉬이 넘겨지지가 않을 것 같다.


쉽게 드러내놓지 못하는 숱한 말들과 마음들을 더는 숨겨놓을 필요 없이 조금만 부끄러워하다가 조심스레 꺼내놓을 수 있는 브런치라는 공간이 얼마나 귀한지도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내 이야기에 조심스레 라이킷을 눌러주는 이들 덕분에 움찔거리는 내 손가락은 또 키보드 위에서 바삐 움직여진다.


'글 한 줄이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이는 경험은 글을 쓰는 스스로에게도 큰 용기와 동기부여가 된다'는 작가님의 말대로 글쓰기가 아직은 조금 두렵고 막막하다면, 단 한 줄만이라도 써보라고, 아주 조그만 글이라도 써보라고, 그리고 이 책을 한번 읽어보고 용기를 건져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브런치에 고요히 계신 수많은 작가님들께 새삼 고맙다는 말을 해보고 싶어졌다. 당신들 덕에 어느 날엔 용기를 얻었고, 어느 날에는 다정함을 얻었다고. 그래서 살아졌다고. 그래서 참 고맙다고.


글쓰기가 아직은 낯설고 망설여지는 분들께 이 책을 한번 읽어보면 마음이 조금은 달라질 거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브런치에서 책으로 피어나다

#전선자작가

#미다스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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