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로 돌아보는 2025

by 슥슥





2025년은 내가 '혼자 일할 수 있는 인간'인지를 테스트해 보는 시간이었다. 영업직에서 디자이너로 직업을 바꾼 지 어느새 3년 차가 되던 시기, 조금 이른 감이 있었지만, 일단 해보고 싶은 의욕이 앞서 회사를 나왔다. 그렇게 얻은 자유의 시간 1년. 이 기간 동안 스스로에게 바랐던 모습은 다음과 같았다.


ㆍ포스팅 일정에 맞춰 매일 글을 쓰는 원칙을 지키는 사람이고 싶다.
ㆍ나의 관심사, 배운 것, 작업한 것을 온라인에 꾸준히 기록하고 싶다.
ㆍ불안과 혼란 속에서도 스스로를 독려할 힘을 기르고 싶다.
ㆍ서툴게 시도하는 자신을 너그럽게 바라보고 싶다.
ㆍ매 월 충분한 시간을 내서 회고하고 싶다.


얼핏 보면 수치적인 목표보다 일하는 태도나 마음의 근육을 더 키우는 데 집중했던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한 문장씩 되짚어보니, 이 항목 모두가 이번 회고의 주요 키워드들과 긴밀하게 이어져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 연결의 흔적들을 하나씩 정리해 보았다.









포스팅 일정에 맞춰 매일 글을 쓰기로 한 원칙을 지켰나?



프리랜서 디자이너를 꿈꾸며 퇴사했지만, 나의 첫 외주는 엉뚱하게도 '글쓰기'였다. 퇴사 의사를 밝히던 날, 전 회사의 대표로부터 블로그 운영 대행을 제안받았기 때문이다. 글쓰기로 돈을 벌 수 있다는 사실에 감격해 흔쾌히 승낙했지만, 그때는 미처 몰랐다. 이 일감이 내 삶에 이토록 큰 안정감을 줄 줄은.


1년간 지속한 외주 포스팅은 내가 일정에 맞춰 글을 쓰는 루틴을 만드는 데 크게 일조했다. 주당 발행 건수가 2개에서 7개로 늘어난 뒤로는 스케줄링이 꼭 필요한 '업무'가 되었으니 말이다. 덕분에 현직을 떠나서도 인쇄 업계 지식을 놓치지 않았고, 블로그 마케팅의 기본적인 감각 또한 유지할 수 있었다.


1년 간 쌓인 글은 총 285개. 세 자릿수의 숫자가 주는 무게감이 든든하다. 이 고정적인 일감은 나태해지려는 나를 붙잡아주는 강제성이자, 불안한 프리랜서 생활을 지탱하게 만든 버팀목이었다. 비록 최저 생계비 수준의 수입이었을지라도, 그 고정성 덕분에 덜 흔들렸다고 확신한다. 그러므로 큰 이변이 없는 한, (+전 회사 대표가 거절하지 않는 한) 내년에도 이 작업은 지속할 예정이다.




관련 기록

노션에 쌓이고 있는 포스팅 리스트




나의 관심사, 배운 것, 작업한 것을 온라인에 꾸준히 기록했나?



외주 포스팅을 네이버 블로그에 담았다면, 나의 개인 기록은 티스토리 블로그에 쌓아갔다. 사실 처음엔 수동적 수익(그놈의 패시브 인컴)이라는 세속적(?)인 의도가 있었다. (그래서 생뚱맞게 맞춤법부터 다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전형적인 수익형 블로그 운영 방식이 나와 맞지 않음을 깨달았고, '나에게 도움이 되는 기록'이 무엇인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결국, 시행착오 끝에 내 경험들(디자인 툴지식)과 작업 도구, 디자인 후기를 공유하는 채널로 기록의 방향을 틀었다.


이후 운영 방식을 체계화하려는 노력도 뒤따랐다. html이나 css에 무지했음에도 Ai와 동생의 도움을 받아 헤더도 꾸미고, 자동 목차와 호버 버튼을 구현하며 블로그를 직접 커스텀했다. 썸네일 템플릿을 만들어 콘텐츠 발행량을 주 3회 이상 유지하려 애쓰기도 했다. 하지만 문제는 역시 지속성. 결론적으로, 200개라는 목표의 70%에도 미치지 못한 채 올해가 끝나고 말았다.


숫자 자체는 아쉽지만, 그래도 배운 것과 작업물을 온라인에 남겼다는 점에선 나름 절반의 성공은 거둔 셈이다. 게다가 마지막 글을 발행한 지 벌써 보름이 지났는데도 다행히 하루 방문자 수는 유지되고 있고 아주 소소한 수익도 쌓이고 있다. 이쯤 되면 '내년엔 1일 1 포스팅에 재도전하자'와 같은 다짐을 해야 하는데, 솔직히 자신이 없다. 그저 일주일에 하나라도 디자인 후기를 남겨보자는 마음만 든다. 한 주에 하나를 썼다면 양호하고, 두 개를 발행했다면 최선이라 여기기. 이것이 내가 받아들인 '지속 가능한 기록의 속도'다.




관련 기록

천천히 운영 중인 나의 블로그

https://cream-bread.tistory.com/







불안과 혼란 속에서도 스스로를 독려할 힘을 길렀나?



25년 1월에 저 문장을 썼다는 게 새삼 신기하다. 마치 예상이라도 한 듯, 올해는 내내 불안과 혼란 속에 있었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나의 정체성은 프리랜서였지만 몸은 여전히 직장인 자아를 벗지 못해, 주말이면 쉬고 싶다는 욕망에 자주 지곤 했다. 그리곤 어김없이 자책의 말들에 사로잡혔다. 특히 외부 변수에 휘청였던 4월과 5월은 부정적인 단어가 일기에 가득했다.


하지만 그 마음의 그늘을 지나올 수 있었던 건 결국 '환경'과 '사람'덕분이었다. 공유 오피스를 계약하며 작업 공간과 생활공간을 분리하자 하루 일정을 계획하는 감각이 살아났고, 매일 아침 가족들과 나눈 식사와 대화는 나를 웃게 만들었다. 부정적 감정이 넘실댈 때마다 휘갈겨 쓴 일기 또한 스스로를 다독이는 힘이 되었다.


캄캄했던 그늘을 지나 어느새 한 해를 매듭짓는 시점에 온 지금, 내게 스스로를 독려할 힘이 충분히 생겼느냐고 묻는다면 여전히 확신할 순 없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2026년에도 새로운 불안과 혼란은 어김없이 찾아온다는 것. 그때마다 내가 어떤 환경에서, 또 누구와 함께일 때 치유받는지를 또렷이 기억해내려 한다. 구체적인 회복의 순간을 믿기. 지난 1년간의 기록이 내게 준 가르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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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하이라이트는 따로 보관해 자주 보는 중.





서툴게 시도하는 자신을 너그럽게 바라보았나?



올해 새로운 시도는 주로 4분기에, 그중에서도 대부분 '디자인' 항목에 몰려 있었다. 7월이 되어서야 재취업용 포트폴리오를 본격적으로 만들었는데, 오히려 이 작업이 정신 차리는 계기가 되었다. (재취업 대신 다시 홀로서기에 도전해 보자고 마음먹었으니까.) 이후 재능 플랫폼 '숨고'에서 디자인 고수로도 활동하고, '당근 비즈니스'에도 발을 들였다. 외부 영업용 포트폴리오를 만든 후론 노션 포트폴리오에 첨부하고, 적극적으로 고객 수주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진척은 느렸다. 여름에 낸 사업자로 첫 세금계산서를 발행한 것이 11월이었으니, 연말이 되어서야 수익화의 첫발을 뗀 셈이다.


그럼에도 다행인 건, 이 과정에서 디자인에 대한 순수한 흥미를 되찾았다는 점이다. 디자인 학원 수강생일 땐 머릿속에 있는 걸 특정 색상과 형태로 표현하는 작업 자체가 낯설었고, 회사에 들어간 신입 디자이너일 땐 밀려드는 업무를 쫓아가느라 허덕였다. 물론 성취감은 느꼈지만, 속박된 상태라 재미의 농도는 아무래도 옅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올해는 자유로운 작업 환경 아래에서 디자인의 재미도 되찾았고, 조직 없이 개인 고객과 직접 마주하는 희열도 누릴 수 있었다.


3년이 지나서야 조금씩 실감한다. 드디어 내 손에 제법 쓸만한 칼자루 하나가 쥐어졌음을. 아직은 뭉툭한 3년 차 주니어의 칼끝이지만, 조직 밖에서 생존할 수 있는 확실한 기술임은 분명하다. 26년은 이 칼자루를 더 날카롭게 벼려야 할 때. 비록 속도는 조금 느릴지라도, 위 문장처럼 너그럽게 바라보면서 나아가 볼 생각이다.




관련 기록

드디어 틀을 갖춘 나의 노션 포트폴리오

https://buly.kr/BpGIgEy



고객 피드백에 감격하며 썼던 디자인 후기

https://cream-bread.tistory.com/267




매 월 충분한 시간을 내서 회고했나?



25년 달성하길 원했던 마지막 바람. 다행히 이 문장만큼은 잘 지켜낸 것 같다. 한 주를 돌아보기 위해 브런치북 연재를 시작했고, 회고 매거진엔 월간 회고글도 차곡차곡 쌓였다. 지금도 하루 전체를 통으로 비워 연간 회고를 정리하며 정성을 다하고 있지 않은가.


그러고 보면 한 해의 마지막 날은 꼭 브런치가 아니더라도 어딘가에 늘 기록을 남기곤 했다. 뒤엉킨 장면들 중 몇 개라도 문장으로 꺼내 놓지 않으면 어쩐지 새해부터 꼬여있는 실타래를 건네받은 기분이 들었으니까. 이제는 그게 당연한 일상이 되었다. 지나온 시간을 톺아보며 의미 있는 장면을 오래 응시하는 시간은, 나에게 반드시 필요한 의식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올해도 한 달을 마칠 때마다 어울리는 키워드들을 골라 나의 언어로 무사히 매듭지었다. 그리고 12월 끄트머리에서 다시 그것들을 살피며 깨닫는다. 회고는 온전히 나를 위한 기록이었음을. 이 글을 마무리하며 차분해지는 마음이 그 증거다. 공들여 정돈된 글을 쓰면 문장화한 의미가 내 몸에 어떤 자국을 남긴다. 정신적으로나 체력적으로나 지칠 때마다 꺼내 보고 싶은 일종의 각인.


그런 의미로 26년에도 회고만큼은 성실히 이어가려 한다. 거창한 계획을 세우기보다, 회상하는 글쓰기로 삶의 방향을 가늠해 보기. 이것이 내가 한 해 동안 품고 나아갈 유일한 목표일지도 모르겠다.




관련 기록

프리워커 지망생의 주간 회고 에세이

https://brunch.co.kr/brunchbook/bitskill





'나는 혼자 일할 수 있는 인간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이제는 답할 수 있을까?


눈에 힘을 주며 자신 있게 "예스"라고 외치면 좋겠지만, 그저 슬며시 허리만 곧게 펴진다. 그래도 마음의 변화만큼은 분명하다. '할 수 있을까?'라는 자기 의심이 옅어지고 '어쩌면 가능할수도 있겠다'는 낙관이 스며들었으니까.


이 희망이 사그라들기 전에 26년에도 부지런히 시도하고, 종종 실패하며, 더 자주 성취해보고 싶다. 그리고 그 과정을 다시 촘촘히 기록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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