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의 초입엔 엄마와 이모 그리고 사촌 언니까지 합세한 '더블 모녀 여행'으로 남이섬을 찾았다. 부끄럽지만, 남이섬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배를 타고 들어간다는 사실에 좀 놀랐다. 게다가 고작 5분이라니!
하지만 그 찰나의 순간이 참 좋았다. 배에 올라탄 모두가 한껏 상기된 표정으로 호수를 바라보는 모습이 좋았고, 잔잔히 앞을 향해가는 느낌도 좋았다. 남이섬에 도착하자마자 갑자기 선물처럼 눈이 오기도 했는데, 외국인들이 환호를 부르며 좋아하는 모습에 덩달아 나도 신이나기도 했다.
그 유명한 메타세쿼이아 길을 걸으며 피톤치드를 힘껏 들이마시니 알겠더라. 이게 딱 내가 원하는 휴식이었음을. 비록 기대했던 초록빛은 아니었지만, 하얀빛의 남이섬도 충분히 아름다웠다. 역시 여행은 어디를 가느냐보다 누구와 함께 하느냐가 중요하다. 다음에는 같은 멤버로 남이섬의 봄도 구경해 봐야지.
내 디자인을 알릴 채널을 넓혀보고자 12월엔 '당근'의 문을 두드렸다. 프로필을 정성껏 채우고 받은 웰컴 캐시로 유료 광고도 테스트해 봤는데, 신기하게도 이 시도가 실제 수주로 이어졌다! 당근에서의 나의 첫 고객님은 결혼기념일 이벤트 배너를 고민하시던 젊은 고깃집 사장님이었다.
사실 개인 자영업자 고객과의 작업 경험이 많지 않아 콘셉트 구상에만 몇 시간을 쏟아부었던 것 같다. 그래도 궁리 끝에 완료한 시안을 다행히 마음에 들어 하셔서 당근 플랫폼에서의 첫 거래를 기분 좋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 이후 소식글도 꾸준히 올리고 광고도 돌려보고 있지만, 아직 추가 주문까지는 시간이 조금 더 걸릴 것 같다. 그래도 홍보할 수 있는 몇 가지 아이디어가 몇 가지 남아 있으니, 1월엔 이것부터 시도해 볼 생각이다.
감사하게도 12월 중순엔 지난달 리플릿을 맡겼던 고객이 다시 나를 찾아주었다. 이번에 디자인해야 할 건 교회에서 사용할 책 표지. 예상하지 못한 품목이라 잠시 당황하기도 했지만, 다행히 작업 과정은 순조로웠다. 기독교적인 색채와 추상적인 느낌을 모두 원하셔서 완전히 다른 분위기의 시안 두 가지를 제안해 드렸고, 두 번의 수정을 거쳐 무사히 마감했다.
물론 모든 문의가 작업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티스토리 블로그에 올린 세무사 리플릿 디자인을 보고 견적 문의가 오기도 했으나, 가격과 포트폴리오만 확인한 뒤 대화는 조용히 끊겼다.
마음은 쓰리지만 오지 않는 메시지만 기다리고 있을 수는 없는 법. 그래서 12월 말미엔 가상의 작업을 보탰다. 연말에 어울리는 배너 디자인과 카페 쿠폰 디자인이 그것이다. 일단 당근 소식 글로 가볍게 공개했고, 다음 주엔 블로그에도 상세한 후기를 남길 예정이다.
이제 25년도 얼마 남지 않았다. 올해를 넘기지 않고 해야 하는 일은 역시, 연/간/회/고. 올해 어떤 변화가 있었나 돌아보기 위해 그동안 남긴 기록들을 찬찬히 살폈다. 매일 쓰는 일기장부터, 월별로 썼던 회고글, 그리고 노션에 적어둔 하이라이트 페이지(좋았던 순간을 기록한 아카이브)와 2년 전에 썼던 모닝페이지 노트까지.(그때의 고민에서 얼마나 달라졌는지 궁금해서 펼쳐보았다)
다행히 끄적거린 흔적은 많아서 '25년의 나'를 파악하는데 충분한 단서를 얻었다. 매월 키워드로 한 달을 돌아보았던 것처럼 한 해의 마지막도 어울리는 키워드를 골랐고, 심지어 하루를 통으로 비워 정성껏 작성했다.(오늘 8시에 예약 발행해 뒀다!)
브런치를 켜기 전까지만 해도 어마무시한 쓰기 부담에 도망가고 싶었지만, 그냥 입 닫고 자리에 앉아 한 문장씩 적어 내려가다 보니 어느새 회고의 끝 지점에 도달해 있다. 마침표를 찍을 때 밀려오는 이 뿌듯함이란!
그런데 이 정도면 거의 '회고 중독' 수준이 아닐까 싶다. 다행히 몸에 해로운 건 아닐 테니, 내년에도 기꺼이 이 중독을 즐겨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