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7,8(9월 16,17일)
시간이 지날수록 여왕을 직접 참배하려는 조문객은 늘어만 갔고, 줄이 너무 길어져 추가로 서지 못하는 때도 했다. 금요일 새벽 2시에 줄을 선 데이비드 베컴은 13시간을 기다려 여왕에게 마지막 인사를 했다. 네 명의 게스트를 데리고 참배할 수 있는 의원이 줄을 서지 않고 들어갈 수 있는 제안을 했지만 거절했다고 한다.
17일에는 찰스3세를 비롯한 여왕의 자녀들, 윌리엄과 해리 왕자를 비롯한 여왕의 손주들이 차례로 여왕의 관을 둘러싸고 15분 간의 참배(vigil)를 했다.
D+9(9월18일)
여왕의 국장이 치러지기 전날이라 런던 전역은 장례식 준비로 어수선했다. 버킹엄궁과 웨스트민스터 사원 주변은 바리케이드와 펜스가 준비되었고 도로 통제와 버스 노선 변경 등을 알리는 공지가 끊임없이 왔다. 장례식 당일에 로마 출장이 예정되어 있어 히드로 공항과 히드로 익스프레스에서 차례로 이메일이 왔다. 장례식 일정으로 항공편 일정에 변경이 있을 수 있다고, 런던에서 윈저성으로 여왕의 관이 이동하면서 곳곳이 통제되니 히드로 익스프레스를 이용해서 공항에 오라고.
D+10(9월19일)
여왕의 장례식 당일, 공항 갈 채비를 하고 이미 예매한 히드로 익스프레스의 시간표를 확인하려고 홈페이지에 들어갔다가 이 날 전기선 고장으로 히드로 익스프레스를 운행하지 않는다는 공지를 봤다. 황당했다. 도로 통제로 히드로 익스프레스 이용하라고 권장하더니, 고장난 건 어쩔 수 없지만 예매를 한 사람들에게 이메일도 보내지 않았다. 택시를 타면 더 빠르겠지만 도로 통제로 곤란해질까봐 피카딜리 라인을 타고 공항을 향했다(공항철도 대신 5호선을 타고 간 셈).
공항에 도착하니 큰 스크린으로 장례식을 중계하고 있었고 곳곳에서 테블릿과 핸드폰으로 중계를 보는 사람들도 많았다. 장례식 마지막에는 2분 간의 묵념이 예정되어 있어 12시 20분 출발인 항공편은 묵념이 끝나고 탑승을 시작하기 위해 지연됐다.
무려 10시간 가까이 전 과정이 실시간 중계되며 영국 전역은 물론 전 세계가 지켜봤다(기내에서도 무료로 시청할 수 있다고 안내했으나 연결 문제로 볼 순 없었다). 막대한 비용과 보안과 안전 등 문제 제기하는 목소리도 많지만 대부분 여왕의 헌신을 기리며 애도 또는 기념하는 분위기. 장례식에 백파이프를 연주해달라고 손수 요청했다고 하는데 백파이프 솔로의 뒷모습이 정말 작별인사를 하는 것 같아 뭉클하다.
이렇게 한 시대가 저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