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바브

극혐에서 최애로

by 글토끼

어렸을 때 학교 급식으로 나왔던 브레드 푸딩을 참 좋아했다. 따뜻한 커스터드를 곁들인... 그뒤로 해외 여행을 가면 꼭 찾곤 했었는데 워낙 집밥 스타일의 디저트라 오히려 파는 곳을 찾기 쉽지 않았다.

브레드 푸딩은 그냥 플레인 버전도 있지만 과일을 곁들여 만드는 경우도 많은데, 딸기, 라즈베리, 사과 등 주로 신맛이 나는 과일을 넣으면 느끼한 커스터드를 잔뜩 뿌려먹어도 상큼한 맛이 났다. 그렇게 좋아하는 브레드 푸딩도 거부하게 만드는 재료가 있었으니, 바로 루바브(rhubarb). 처음 들어보는 이름에 뭔지 모르는 채로 입에 넣었는데 낯선 씹히는 식감에, 오래된 고구마에 있는 심처럼 보이는 비주얼에 그 뒤로는 루바브의 'rh"만 눈에 띄면 피했다.


한국에 돌아와 잊고 지냈던 이 낯선 식재료를 영국에 돌아와 살게 되면서 다시 마주했다. 역시 첫인상이 중요한 지라 거들떠 보지도 않다가 크루아상이 맛있어 자주 방문하는 카페에서 아몬드 루바브 크루아상에 도전했다. 순전히 그 날 플레인 아몬드 크루아상이 없고 루바브를 곁들인 버전만 주문 가능했기 때문에...

그리고 이 날 루바브에 마음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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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Burnt의 Almond Rhubarb Croissant



루바브, 이게 뭐야?

루바브는 겉보기엔 셀러리와 비슷한데 분홍빛을 띠고 맛은 시큼하다. 잎은 먹지 않고 줄기만 먹으며 주로 설탕을 넣고 잼으로 만들어 먹거나 제과류의 부재료로 사용한다.

루바브는 주로 영국 요크셔에서 재배한 상품이 유명한데 Wakefield, Leeds, Morley 사이에 주로 생산지가 분포되어 있어 "Rhubarb Triangle(루바브 삼각지)"라고도 한다. 이 지역에서는 독특한 재배방식을 사용하는데, 노지에서 기르지 않고 어두운 창고 같은 곳에서 햇빛을 차단한 채로 재배한다. 이렇게 생산된 루바브는 "forced rhubarb"이라고 불리며 노지에서 자란 루바브보다 훨씬 달고 부드럽고 색깔로 선명한 분홍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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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슈퍼마켓에서 파는 루바브 5. 마트에서 구매한 forced rhubarb 6. Fink's에서 판매하는 Forced Rhubarb Jam


루바브는 채소지만 주로 설탕, 꿀 등을 추가해서 과일처럼 디저트에 곁들여서 먹는다. 루바브 시즌이 되면 영국의 거의 모든 베이커리들이 앞다퉈 루바브를 활용한 패스츄리, 팬케익, 푸딩 등을 선보이며 전 국민이 이 시기를 놓치지 않고 열심히 소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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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E5 Bakehouse의 루바브 팬케익 8. Pophams bakery의 루바브 데니쉬 9. Don't Tell Dad의 루바브 데니쉬


2월부터 시작된 루바브 시즌은 3-4월에 절정을 이루고 5월이 되면 미리 만들어놓은 루바브 콤포트를 사용해서 판매를 계속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차츰 자취를 감춘다. 이제 내년까지 또 못 먹는다는 아쉬움에 얼른 마트에서 루바브를 구매해 집에서 잼을 만들어 시즌 자체 연장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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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루바브를 깨끗이 씻어 적당한 크기로 썰어준 후 11. 설탕을 넣고 끓인다 12. 소독한 유리병에 따뜻할 때 넣어 밀봉하면 끝


내년에는 더 부지런히 다니면서 루바브 메뉴를 먹어보리라 다짐하며.. 루바브, 내년에 또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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