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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혜린 Oct 11. 2021

House-as-a-Service와 MGRV의 맹그로브

부동산 트렌드와 스타트업 이야기 (2)




제4차 산업혁명이라는 전 세계 시대 흐름에 따라 부동산 산업의 패러다임 또한 변화하고 있다.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공급자에서 소비자로, 소유에서 공유로 그 중심점이 이동하고 있다. 이러한 맥락 속에 국내 부동산 산업의 전 분야에서도 새로운 서비스 및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기업들이 탄생하고 있으며, 기존의 기업들 또한 사업 전략을 재편하고 있다. 본 시리즈에서는 부동산 산업 내의 패러다임 변화와 이와 관련한 사업을 전개하는 스타트업을 소개하고자 한다.



국내 프롭테크 생태계 지도, 한국프롭테크포럼(http://proptech.or.kr/map)





KEY WORD. HaaS(House-as-a-Service)


2020 통계로 보는 1인 가구, 통계청


각종 부동산 정책, 저금리 시대 돌입, 1인 가구 증가 등으로 인해 월세로의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 특히 1인 가구는 2019년 기준 614만 8,000가구로 전체 가구 중 가장 큰 비중인 30.2%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의 2019년도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가구주의 연령이 만 20세에서 만 34세인 청년 가구의 59.2%는 1인 가구이고, 77.4%가 임차로 거주하고 있다. 청년 임차가구 중 전세의 비중은 35.1%, 월세의 비중은 64.9%이다.


밀레니얼 세대가 부동산 시장에서도 주력 소비층으로 등장하고 있다. 밀레니얼 세대의 소비 특징을 이 글에서까지 또 언급하지는 않겠다. 월세 형태가 늘어남에 따라, 밀레니얼 세대는 주거 공간을 '자신이 소비할 수 있는 상품/서비스'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월세 형태의 임대주택은 SaaS의 구독 비즈니스 모델과 유사하다. 만약 다달이 비용을 지불하며 주거 공간을 소비해야 한다면, 소비자는 자신을 더 만족시켜줄 수 있는 상품/서비스를 선택할 것이다. 이러한 소비자의 니즈는 각종 부동산 정책이나 저금리 시대 돌입에 따른 공급자의 니즈와도 맞물리는 지점이다.




�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Software-as-a-Service)란? 

SaaS는 클라우드 기반으로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방법이다. 기존의 소프트웨어 제공 방식이 제품을 소유하고 장비에 저장하는 라이센스 모델 방식이었다면, SaaS는 브라우저나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서비스를 이용하는 방식이다. 소유의 여부에 확연한 차이가 있다. SaaS는 고객의 제품 구매 비용, 유지관리를 위한 부담 등을 줄여주며, 브라우저 혹은 어플리케이션에만 접속한다면 별도의 제품 설치나 라이센스 구매 없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 서비스형 주거(HaaS, Housing-as-a-Service)란?

서비스로서의 주거. 유사한 표현으로는 Space-as-a-Service, Apartment-as-a-Service 등이 있다. 서비스형 소프트웨어와 마찬가지로 고객은 주택이나 공간을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서비스로서 이용한다. 현장 조사, 임대차 계약 등의 절차가 간소화되고, 가구나 가전제품 등이 제공되어 부가적인 비용이 들지 않는다. 서비스형 주거에서는 호스피탈리티(Hospitality) 개념이 중요해진다. 또한 모바일, IoT, AI 등의 신기술이 서비스와 함께 활용된다. 해외에는 더 콜렉티브(The Collective), 커먼(Common), 위리브(WeLive), 조쿠(Zoku), 쿼터스(Quaters), 스타시티(Starcity), 올리(Ollie) 등이 있다.




STARTUP. MGRV


맹그로브 미션, 맹그로브(https://mangrove.city/about-us/)


MGRV는 임팩트 디벨로퍼 기업으로 HGI의 부동산투자팀에서 시작되었으며 2019년 스핀오프 하였다. HGI는 정몽윤 현대해상 화재보험 회장의 외아들인 정경선 의장에 의해 설립된 임팩트 투자사다. 정경선 의장은 2014년 소셜벤처·사회적기업·비영리재단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셰어하우스인 '디웰하우스'를 시작으로, 체인지메이커를 위한 코워킹오피스인 '헤이그라운드' 등 성수동을 스타트업의 클러스터로 만드는 데에 큰 역할을 했다. 부동산을 통해서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고자 하는 그의 행보를 보았을 때, MGRV의 '임팩트 디벨로퍼'라는 단어는 뜬금없는 단어가 아니다.


맹그로브는 MGRV의 코리빙(Co-living) 브랜드로 청년 1인 가구에게 새로운 주거 솔루션을 제안한다. 2020년 숭인동에 24명이 거주 가능한 맹그로브의 첫 번째 공간이 오픈하였다. 이후 MGRV는 50억 원 규모의 시리즈 A, 150억 원 규모의 시리즈 B 투자를 유치하였다. 또한 이지스자산운용과 함께 2,500억 원 규모의 국내 최초 코리빙 블라인드 펀드를 조성하였다. 이 펀드를 통하여 신촌, 연남동 등 청년 1인 가구가 선호하는 서울의 여러 지역들에 맹그로브 지점 확장을 준비하고 있다.



맹그로브 신설 크라우드펀딩 프로젝트, 와디즈(https://www.wadiz.kr/web/campaign/detail/105036)·맹그로브 인스타그램


맹그로브 숭인에서 약 1년 간 코리빙에 대한 경험과 노하우를 쌓은 뒤, MGRV는 2021년 7월 맹그로브 신설을 오픈하였다. 라마다 앙코르 호텔 건물을 리모델링하였으며, 총 311개 호실에 최대 411명이 거주 가능하다. 숭인 지점의 경우 비교적 작은 규모로 테스트베드 목적을 가지고 있었다면, 신설 지점은 MGRV가 여러 투자를 유치한 후 선보이는 첫 번째 대규모 코리빙 공간이었다. 따라서 맹그로브의 타겟인 청년 1인 가구를 저격하는 마케팅이 관건이었다.


MGRV는 이 대규모 임대주택을 처음 소개하는 창구로 온라인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인 와디즈를 선택했다. 와디즈에는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특성상 새로움과 경험을 선호하는 고객들이 모여있다. 이 고객들은 펀딩 프로젝트의 상세 소개 페이지를 유심히 읽는다. 펀딩을 통해 얻는 제품 혹은 서비스가 새롭고 낯설기 때문이다. MGRV는 상세 소개 페이지에서 코리빙의 개념과 맹그로브 브랜드에 대한 소개를 풀어내었다. 또한 2박 3일, 일주일, 한 달의 짧은 기간 동안 맹그로브 신설을 직접 경험해볼 수 있도록 리워드를 구성하였다. '공간 와디즈'라는 와디즈의 오프라인 공간에서는 맹그로브 신설을 간접 경험해볼 수 있도록 팝업 전시를 진행하였다. 청년 1인 가구로 하여금 자신이 살 집을 구하는 과정이 어렵고 힘든 것이 아니라 쉽고 놀이와 같은 것으로 느껴지게끔 한 것이다.



맹그로브 신설에서 진행한 '노크 노크' 전시, 맹그로브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mangrove.city/)


또한 맹그로브 신설에서는 밀레니얼 세대에게 주목받는 아티스트와 브랜드 10팀의 전시가 열렸다. 포토그래퍼, 유튜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패션 브랜드, 친환경 브랜드 등이 각각 맹그로브 신설의 개인실에 입주했다면 어떤 라이프스타일을 갖고 살아갈지를 엿볼 수 있다.



맹그로브의 서비스, 맹그로브(https://mangrove.city/about-us/)


맹그로브에 입주를 희망할 경우, 홈페이지를 통해 투어를 신청한 후 담당 커뮤니티매니저를 통해 공간 투어를 진행한다. 입주 기간은 하루부터 일 년까지 유연하게 정할 수 있다. 침대, 책상, 의자와 같은 가구나 에어컨, 냉장고, 세탁기 등의 가전이 기본적으로 세팅되어 있다. 같은 건물 내에 카페, 라운지, GX 공간 등이 함께 있다. 어플리케이션을 통해서 월세 납부, 부가 공간과 소셜 프로그램 예약, 공지사항 확인 등이 가능하다.



맹그로브 신설점의 개인실, 공유주방, 루프탑, 맹그로브 인스타그램(https://www.instagram.com/mangrove.city/)


맹그로브 신설점의 개인실·공유주방·루프탑, 맹그로브 인스타그램(https://www.instagram.com/mangrove.city/)


맹그로브는 완공 직후의 새집 냄새나는 공간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현재 거주자의 흔적이 남아있는 공간을 보여준다. 맹그로브에 입주한다면 어떤 라이프스타일을 누릴 수 있는지에 대해 계속 이야기한다.  그동안 주거용 부동산의 마케팅이 공인중개사를 통해서만 이루어졌다면, HaaS 형태의 주거용 부동산은 SNS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마케팅을 진행한다. 또한 소비자에게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소비자가 상상할 수 있는 그림을 심어준다.


HaaS(House-as-a-Service) 형태의 주거용 부동산이 등장하면서, 상품/서비스의 선택지가 늘어나고 있다. 집을 고를 때의 기준 또한 가격, 위치 등의 핵심적이고 단순한 요소들 뿐만 아니라 인테리어 스타일, 운영사, 부가 서비스, 커뮤니티 등 부수적이고 복잡한 요소들이 등장하고 있다. 2030 1인 가구는 다양한 선택지를 비교하고 구매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 지평이 열리고 있는 시장인 만큼 다양한 운영사들이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운영에 대한 노하우를 쌓아가고 있는 중이다. 아직까지는 2030 1인 가구를 타깃으로 한 브랜드들만이 등장하고 있으나, 시장이 성장한 이후에는 다양한 층위의 사람들에게도 주거에 대하여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할 수 있는 운영사와 브랜드들이 등장하기를 기대해본다.



요약

○ 2030 1인 가구가 증가하고 있으며 월세로의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음
○ 월세 형태의 주거용 부동산은 구독 비즈니스 모델과 유사하며, 고객은 주택을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서비스로서 이용함(HaaS)
○ MGRV의 맹그로브는 'HaaS' 개념의 대표적인 사례
○ MGRV는 임팩트 디벨로퍼로 2030 1인 가구를 타겟으로 한 코리빙 공간을 개발하고 운영함
○ 와디즈, 크리에이터와의 협업 전시 등 2030 1인 가구 타겟 마케팅을 펼쳐나가는 중




부동산 트렌드와 스타트업 이야기 (2) 마침.

다음 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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