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재글] 공부 스트레스 받는다는 아이를 대하는 방법

교육잡지 <엄마는 생각쟁이> 2023년 9월호 게재

by 히예

* 본 글은 교육잡지 <엄마는 생각쟁이> 2023년 9월호에 게재한 글입니다.


올해 3월에 학교상담실에서 간단한 앙케트를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요즘 나의 고민은?'이라는 주제로 친구관계, 공부, 가족관계, 외모, 이성 중에 학생들이 요즘 가장 고민하고 있는 것을 선택하도록 했어요. 그 결과, 5개 항목 중에 학생들의 선택을 가장 많이 받은 것이 바로 ‘공부’였습니다. 초등학교는 중고등학교에 비해서 학업의 성과를 보이라는 압박이 적은 편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학생들이 학업 스트레스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공부에 대한 고민을 가지고 상담실에 찾아오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부모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은 마음, 스스로 괜찮은 사람이라고 느끼고 싶은 마음, 자신의 미래에 대한 불안한 마음을 엿볼 수 있어요. 학생들의 이야기는 지금 우리 사회에서 학업성적이 단순히 학업적 지식을 얼마나 알고 있는가에 대한 평가 결과가 아니라, 학생들의 자신감과 자존감에도 영향을 주는 요소라는 것을 시사합니다. 다른 재능이 있더라도 학업 성적이 좋지 않으면 자기 스스로를 못난 사람이라고 여기는 경우를 보곤 합니다.


상담실에 학생들이 학업 관련 고민을 가지고 오면 같은 주제일지라도 학생 개개인이 가진 성격적 특성이나 성장 배경에 따라 상담의 접근은 조금씩 달라집니다. 그러나 공통적으로 학업 고민을 가진 학생들에게 전달하는 메시지가 있습니다. '학업성적이 사람의 가치나 인생의 성공을 결정지을 수 없으며, 공부의 목적이 단순히 좋은 성적을 얻기 위한 것만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물론 제가 상담을 통해 전달한 메시지만으로 공부에 대한 가치관이 한순간에 바뀌지는 않겠지요. 학생들이 공부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하려면 학생들을 둘러싼 가정, 학교, 사회라는 모든 환경에서 일관된 메시지를 제공해야 할 것입니다.


부모 상담을 하다 보면 학업에 대한 고민이 비단 학생만의 것은 아니라는 것을 느낍니다. 학부모님은 자녀의 학업 수준이 자녀의 미래를 결정할 수 있다는 생각에 자녀의 학습태도, 학업성적을 걱정하곤 하십니다. 자녀를 위한 마음에서겠지만, 과도한 경우에는 자녀에게 학업에 대한 스트레스로 전해질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 주세요. 학업 스트레스를 겪는 자녀를 위해 가정에서 함께 고민하고 실천해 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요?


첫 번째로, 자녀에게 공부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전에 부모님 스스로가 ‘공부는 왜 해야 하지?’라는 질문에 답을 만들어 보시기를 권합니다. 아이들이 하기 싫은 공부를 하다 보면, 공부를 대체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곤 합니다. 인생을 먼저 살아본 지혜로운 어른으로서 공부가 인생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시고, 아이들에게 말해줄 답을 만들어보세요. 공부를 왜 해야 하는가에 대한 부모님의 답변은 아이들이 공부하는 데 있어 동기를 부여할 수 있습니다. 더불어 답을 만들어가는 과정은 그 자체로 자녀 교육에 대한 부모님의 가치관과 방향성을 만들어 나가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두 번째, 충격요법은 스트레스를 가중시킵니다. 어떤 아이가 제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엄마가 공부 못하면 커서 거지 된대요. 제가 공부를 못해서 나중에 진짜 거지처럼 살게 될까 봐 무서워요.” 이 아이의 어머니는 아마도 일종의 충격요법을 사용해서 아이가 공부하게끔 하려는 의도로 말씀하셨을 겁니다. 그러나 오히려 이러한 충격요법으로 인해 스트레스만 가중될 뿐 학업 능률을 높이는 데는 효과적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불안을 부추겨서 학업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요. 우리 뇌는 처리용량이 한정적이어서 불안이 높으면 불안을 처리하는 데 뇌의 용량을 나눠 쓰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학업에 사용할 수 있는 뇌의 용량이 줄어들게 되고, 결국 원하는 결과를 얻기 힘들어지는 것이지요.


세 번째, 자녀에 대한 기대 수준을 점검해 보세요. 자녀에 대한 기대 수준이 자녀의 현재 상태와 수준에 비해 과도하게 높다면 자녀는 심리적 좌절을 경험하게 됩니다. 부모의 기대 수준에 비해 자신의 실력이 한참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면, 아이는 무력감과 함께 스스로에 대한 실망감, 부모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자책감을 가질 수 있습니다. 이에 자녀의 현재 학업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하시고, 그보다 약간 높은 정도의 기대를 자녀에게 보여주세요. 부모의 적절한 기대 수준은 자녀가 공부를 해나가는 데 좋은 원동력이 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스트레스 해소 방법을 함께 찾아주세요. 적당한 스트레스는 오히려 성취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지만, 스트레스가 지나치면 정서‧행동 문제의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조절하는 방법을 아는 것은 중요합니다. 자녀가 그 방법을 잘 알지 못한다면, 자녀가 평소에 좋아하는 것과 관심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자신만의 스트레스 해소 방법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스트레스 상황은 높은 긴장 상태를 의미하기도 하므로, 이완 호흡을 통해 몸과 마음을 이완시키는 연습을 함께 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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