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ynnJ Mar 02. 2024

나는 한국어 교사.

오십 길목에 자영업자 신청을 하고.

남의 나라에서 산 지 햇수로 16년 차. 

언제나 이 나라를 뜰 수 있을까나 엿보기만 하다가 시간을 놓치고 말았고. 이제야 이 땅의 '지박령'이 되기로 결심을 하고, 자영업자 신청을 했다.

그동안 푼돈 번다는 이유로 세금 한번 신고하지 않고 살았던 것을 반성하면서 뒤늦게 자영업자(여기 말로는 아우토노마 autonoma) 등록을 하고 나니, 내가 학생들에게 받은 수업료를 달마다 세무서 웹에 신고하라고 한다. 내 학생들 주민등록번호까지 일일이 웹에 기입하는 수고로움과 또 얼마나 받았는지 노안이 와버린 눈으로 인터넷 통장을 들여다보며 숫자를 세야 하는 고단함에 질려서 3월부터는 월별로 계산해서 달라고 학생들에게 통보를 하였다.(지금까지는 수업마다 받았다)

'평생 푼돈을 벌며 산다'라고 푸념했던 친정엄마의 말이 선득 기억나는 밤. 내 딸은 나처럼 '경력단절'에 뒤늦게 생업에 뛰어드는 고단한 삶을 살지 않았으면 좋겠구나 싶다. 좀 이기적으로 살았으면 싶다. '애써봤자 200 벌텐데 집에서 애나 보렴" 하는 무식한 멘션은 하시지 말았어야지 원망을 해봐도 소용없다.(세상에, 그 200이 달마다 들어오는 것이 얼마나 보람차고 기특한 일인데!)

아이를 셋 낳고 키우니 나의 삼십 대와 사십 대가 스르륵 지나갔다. 그 시절에 나를 갈아 넣었다고는 생각하지만, 버린 시절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너무나도 아름답고 훌륭한 실체들(적어도 내 눈에는)이 내 옆에 있으므로. 

저임금 고비용의 나라에서 사느라 매 순간 쪼들리는 느낌이 드는 건 사실이다. 뭐 그래도 이제껏 밥 굶지 않았고, 여행도 살짝 다녔으며, 아이들 과외도 이렁저렁시켜봤다. 로또라도 되면 내가 얼마나 마음 씀씀이가 푼푼하고 너그러운 인간인지 만천하에 보여줄 수 있을 텐데! 

조금 더 나은 인간이 되기를 바라면서 그 선제조건으로 돈이 조금 넉넉해지길 바라는 건 너무나 사실이라 서글프다. 

매일같이 쓰는 선배님이 한분 계시다. 깊은 사유를 물 흐르듯이 써내리는 그이의 능력을 보면서 매 순간 감탄한다. 이번 해에는 '쓰는 사람'이 되기로 결심하였다만 (사실 그 결심은 매해 한다만)... 이 일은 무엇보다 (사유능력보다) '체력'이 필요한 일이다.  열시만 되면 자리 깔고 눕는 내가 오늘은 새벽 한 시를 넘겨서 책상 앞에 앉아있다. 피부는 엉망이 되겠지. 뭐 할 수 없다. 이렇게 일주일에 한 두어 번이라도 글을 쓸 수 있는 체력이 되면 참으로 좋겠구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