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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혜미 Jan 10. 2021

1-3 해외에서 현지인 친구를 사귀기 위한 첫 질문  

"한국음식 좋아하세요?"

 코로나 이후  재택근무와 비대면 수업을 하는 가족들에게 매끼 식사를 제공해야 하는 주부들의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제한된 메뉴와 한정된 재료로  새로운 음식을 해내야 하는 부담을 전 세계의 주부들이 함께 겪고 있다.  때문에 새로운 요리를 개발하기 위해  다른 나라 요리를 먹어 보고 아이디어를 얻기 위한 노력이 한창인 요즘 해외에서 한국음식이 더욱 인기를 얻고 있다.  요즘 싱가포르에서는 한국음식을 먹기 위해 몰려드는 현지인들로  한국식당에는 예약이 밀려 있어서, 한식당을 찾는  한인들이 할 수 없이  다른 나라  식당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코로나 이후 집에서 주로 ‘넷플릭스’로 한국영화와 드라마를  즐겨보는 사람들이  한식당의 주 고객이다. 한국 드라마 속에는 다른 나라 드라마와  달리  가족끼리 둘러앉아 밥 먹는 장면이 유난히 많기 때문에  한식에 대한 관심을 갖게 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싱가포르에서 현지인 친구들과 가끔 만나 대화를 나누다 보면 한국음식과 한국 드라마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다는 것을 알게 된다. 드라마 ‘대장금’ 이후 한식은 특별한 음식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특히 한국 여행을 다녀왔던 경험이 있는  현지인들은  기내식으로 먹어본 ‘비빔밥’은 단골 메뉴가 되어있다. 또한 김치 만드는 방법, 김치를 쉽게 구입할 수 있는 곳, 가성비 높은 한식당 혹은 맛이 현지화되지 않은 한국식당의 정보 등을 그들은 알고 싶어 한다.  싱가포르에서 한국 김치를 생산하여 배달하는 한국업체와 다양한 가격대의 한국음식점 전화번호뿐만 아니라 또 한국음식 조리법을 영어로 쉽게 설명해 주는 재미동포 유튜버(망치부인 요리)등을  핸드폰에 저장해 놓았다가 원하는 사람에게 부지런히 전달해 주고 있다.

 

 몇 년 전에 싱가포르에서의 일이었다. 한국 음식을 아주 좋아하는 싱가포르 친구가 내게 특별한 부탁을 해 왔다. 그동안 직장에서 지원되는 직원 활동비로 동료들과 영화나 공연을 보러 가곤 했는데, 이번에는 한국요리 실습 이벤트로 비빔밥을 한번 만들어 보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당시 싱가포르에서 유명했던 한식 프랜차이즈 식당과 연결하여 한국인 주방장이 ‘비빔밥’ 조리과정을 직접 소개하는 행사를 추진했던 적이 있다.  그 친구와 직장 동료들은 너무나 만족했다. “한국 여행을 가면서 기내식으로 처음 먹어 본 비빔밥이 인상적이 었는데 이렇게 한국음식을 손수 만들어 보니 성취감이 느껴지네요.” “건강식인 한식을 이제 직접 만들어 먹을 수 있으니 가족들에게 자주 해 주고 싶어요.” “맛도 좋고 영양가도 풍부한 한국요리를 배웠으니 한국을 좋아하는 친구들을 초대해서 제 비빔밥 실력을 한 번 자랑할래요!”라는 그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보면서 나의 그동안의 수고가 눈 녹듯이 사라졌다.


  해가 가장 먼저 뜨는 나라 뉴질랜드에서 밀레니엄을 맞이했던 2000년 나의 첫 해외 생활이 시작된 곳 뉴질랜드의 웰링턴에서 난 약 1년 동안 한국요리 강사를 했던 적이 있었다. 한국인이 많지 않았던  내가 살았던 동네의 현지 고등학교에는 저녁시간에 지역주민을 위한 다양한 강좌들이 개설되어 있었다. 요리실습 강좌 중  특히 아시아 요리(일식, 중식, 태국식) 강좌에는 수강생들이 밀려들어 항상 일찍 마감이 되곤 했다. 한국요리반은 강사를 구할 수 없어서 개설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된 나는 갈비찜과 파전을 만들어 담당자를 찾아가 한국요리 강좌를 개설해 줄 것을 건의했었다. 시식을 마친 담당자가 “원더풀!”을 외치며 나의 제안을 받아들여, 나는 일약 한국요리 강사로 변신하게 되었다.


 강좌가 3개월 단위라서 12가지의 레시피만 준비하면 되었고 평소에 가정에서 해 왔던 메뉴만으로도 충분히 가능했다. 1년 동안의 강의를 무난히 마친 후 나는 적임자를 발견하여 그 강의를 넘겨주었다. 음식으로 한국을 알리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접근법이 음식이라는 것을 이미 알았기에 요리 쪽에는 그다지 관심 없었지만 그러한 모험을 감행한 것이었다. 처음에는 외국인 앞에서 영어로 강좌를 하는 것이 좀 떨려서 현지인 친구를 집에 초대해서 리허설도 한두 번 해 보았다. 반복되는 조리 영어는 몇 번 해보니 그다지 어렵지는 않았으며  철저한 준비만이 자신감과 여유를 가져다준다는 것도 깨달았다.


 해외에 살면서도 현지인 친구가 한 명도 없는 사람들이 꽤 있다. 대부분의 한인들은 나에게 현지인 친구는 어떻게 사귈 수 있냐고  물어온다.  한국 사람인 나에게 대해 관심을 갖는 현지인들을 만나게 되면 나는 가장 먼저 “한국 음식 좋아하세요?”라는 질문을 한다. 그리고 우리 집에 초대하여 간단한 한식을 대접하며 재료와 영양가 그리고 만드는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하면서 식사를 함께 하다 보면 의외로 쉽게 가까워진다. 이러한 계기로 나는 현지인 친구들을 사귈 수 있었으며,  그 후 나는 백인들 앞에서 ‘주눅 드는 병(?)’을 쉽게 고칠 수 있었다. 아니 더욱 당당해질 수 있었다.


 특별한 때가 아니면 혹은 가까운 사이가 아니면 식사에 초대하여 음식을 나누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들에게 한국인의  음식 나눔의 풍습은 해외에서 빛을 발할 수 있는 훌륭한 문화이다. 한국도 예전과 달리  바쁜 생활 속에 인스턴트식품과 배달음식이 활성화되었지만, 해외에 나와서는 무엇보다도 한국 음식을 나누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외국인 친구들과 쉽게 사귈 수 있는 이보다 더 좋은 기회는 없기 때문이다. 만들기가 그다지 어렵지 않은 비빔밥이나 불고기 등으로 이웃들과 쉽게 교제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은 한국인의 위상을 스스로 높일 수 있는 기회이며  민간외교의 첫걸음이다.  

'비빔밥' 실습을 열심히 참여하는 싱가폴리안들

지금도 전 세계로 뻗어 나가고 있는 ‘한류’ 덕분에, 세계의 많은 나라들에게 환영받는 한국인으로서의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오랜 해외 생활에서 내가 가장 소중하게 여기게 된 가치는 과연 무엇일까? 해외에서 우리의 다양한 문화를 알리며 당당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부모의 모습을  통해서, 자녀들 또한 한국인으로서 자긍심과 자존감을 지킬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TIP    

     해외에 나가기 전 잘할 수 있는 간단한 한식 메뉴 몇 가지를 준비한다. 해외에서 쉽게 구할 재료로 만들 수 있는 요리면 더욱 좋다.   

     현지인을 초대했을 때 그 음식에 대한 유래 혹은 레시피를  미리 영어로 간략하게 준비한다.   

     음식을 다 만들어 놓고 식사만 초대하는 것보다, 때에 따라서는 재료를 준비한 후 현지인에게 조리방법을 실습한 후  함께 식사를 하는 것도  좋은 교제 방법 중에 하나이다.    

     현지인을 초대할 때 한국식으로 다양한 반찬들을  준비하지 않아도 된다. 경우에 따라 한국식 메인 요리 한 가지에  서양식 샐러드 한 가지만 준비해도 충분하다.                                                                            (예 : 음료 /불고기 +샐러드 +밥/ 차와 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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