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팀이 구성된 초기 단계의 가장 큰 매력이면서 함정을 꼽으라면 유연성이라고 생각해요. 팀원들이 디자이너, 기획자, 마케터의 경계를 넘어서 '이것저것' 서로 도와주는 것은 단기적인 효율을 극대화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유연성이 장기화될 때 문제가 발생해요.
어느 날 요즘 어떤 일 하느냐는 질문에 선뜻 "이런일 해!"라고 말하지 못하고, "나..? 그냥 이것저것 해"라는 말이 나오게 되면, 자신이 조직 내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는' 상태에 빠져있을 확률이 높아요.
곧 개인의 전문성이 흐려지고, 성취감이 사라지는 결과를 마주하게 되죠. "이게 정말 내 일인가?"라는 근본적인 의문이 쌓이기 시작하면, 책임감과 주도성은 약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구성원 개개인의 '소속감과 동기부여의 저하'는 팀 전체에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다 할 줄 아는 사람은 유용할 수 있으나, '잘 할 줄 아는 사람'의 기여야말로 팀이 성장하는 '성장의 Key'가 됩니다. 내가 맡은 역할이 뚜렷하지 않게 되는 순간, 회사와 나 사이의 연결 고리가 약해지고 전체의 에너지도 분산됩니다.
그렇다면 초기 단계의 팀에서는 R&R(Role & Responsibility)을 어떻게 설정하고 관리해야 할까요?
첫 번째, R&R의 명확성 확립
직원마다 '내가 반드시 책임져야 할 핵심 영역(Core Responsibility)'을 뚜렷하게 정의해야 합니다. 이 역할은 단순히 업무 목록이 아니라, 해당 역할에 대한 채용, 보상, 의사결정권 구조와 긴밀하게 연결되어야 합니다. 역할이 명확할수록, 팀원은 자신이 기여하는 영역에 대한 주인의식(Ownership)을 갖게 됩니다.
두 번째, 유연성을 위한 문화 조성
명확한 역할 위에 '내 일은 이거지만, 필요하면 다른 영역도 함께 돕는다'는 문화적 유연성을 더해야 합니다. 역할이 뚜렷하게 정의되어 있을수록, 팀원들은 오히려 '이 선만 지키면 된다'는 안정감을 바탕으로 경계 밖의 일을 도울 용기가 생깁니다. 불필요한 눈치싸움을 줄이고, 협업이 필요한 순간 망설임 없이 움직일 수 있게 됩니다.
세 번째, R&R은 '살아있는 지도'
R&R은 한 번 정하면 끝나는 문서가 아닙니다. 리더는 이를 회사와 함께 살아 움직이는 지도로 인식하고 정기적으로 조율해야 합니다. 팀원 개개인의 강점과 현재 회사 상황의 변화(피벗, 신규 프로젝트 등)를 반영하여 역할을 재정비하는 과정이 필수적입니다. '내가 하는 일이 회사에 가장 중요한 부분에 기여하고 있다'는 확신이 있어야 팀원들의 몰입이 지속될 수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팀의 지속 가능한 성과는 '개인의 동기'에 달려 있습니다. 회사가 직원에게 동기부여를 '새로 심어줄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합니다. 사람의 본질적인 동기는 쉽게 변하지 않거든요. 회사가 할 수 있는 건, 본래 직원들이 가지고 있던 동기를 꺾지 않는 겁니다. 동기를 주지 못해도 최소한 있던 것을 없애지 맙시다!
권한 없는 책임 구조의 위험성 없애기
조직의 사기를 꺾는 가장 큰 이유를 찾아 보자면 '권한 없는 책임' 구조입니다. 열심히 일했는데 결정권이 없고, 결과물에 대해서 욕만 듣는다면 누가 열심히 하고 싶을까요? 누구라도 사기가 떨어집니다. 이런 구조는 조직 전반에 방어적인 태도를 심고, 주도성을 없애버립니다. 책임을 지울 거면 그에 상응하는 권한부터 충분히 위임하셔야 해요.
필수 역량의 내재화와 채용 전략
중요한 역량, 특히 개발, 핵심 기획 등 조직의 지속성과 효율성에 직결되는 필수 역량은 반드시 내부에 확보해야 합니다. 오류나 수정사항이 생길 때마다 외주에 의존하는 것은 시간과 비용 모두에서 큰 손실을 만들어요. 채용은 단순히 인력을 '채움'이 아니라, '가능성에 투자하는 일'입니다. 애초에 문제 해결 능력과 초기 동기 수준이 높은 인재를 뽑으세요. 동기 부여가 이미 높은 사람은 환경이 받쳐준다면 폭발적인 성과를 만들어 냅니다.
심리적 안정감과 리더의 세심함
팀원들의 성향이나 요즘 상태를 세세하게 들여다보는 세심한 노력을 기울이세요. 때로 팀원이 예민하거나 효율이 나지 않는 이유가 일이 힘들어서가 아니라, 개인적인 배경(가족 문제, 이사 등) 때문일 때도 있더라구요. 이러한 사람의 '배경'에 대한 이해가 동반될 때, 자신이 조직으로부터 단순한 노동력이 아닌 존중받는 사람임을 느끼고, 심리적 유대감이 만들어집니다. 안정감을 기반으로 책임감 있는 자율이 발휘되고, 결국 조직의 역량과 열정이 함께 유지된다는 것을 아셨으면 좋겠습니다.
당신의 첫 팀장 1년은 제가 겪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