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죽음을 먹고 나는 자랐다_3일장 첫 번째 이야기

침묵 속 임종

by 오레오레오

금요일 아침, 의사에게 엄마가 주말을 넘기지 못할 거라는 말을 들었다.

췌장암 진단 후 2년, 호스피스 병동 3개월 차.
수없이 준비한 그 순간이 온 것이다. 거짓말 같았다.

혈압이 떨어지자 간호사들이 빠르게 엄마를 임종방으로 옮겼다.
청각은 마지막까지 또렷하다는 말에
엄마 귀에다 생각나는 말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잘했다고, 사랑한다고, 아무 걱정 말라고.
이 말밖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엄마의 맥박과 호흡은 널뛰듯 불안정해졌지만
요양보호사와 간호사들은 평소와 다름없이 엄마를 보살폈다.

부산에서 달려온 동생과 함께 애써 불안함을 감추고
옛날이야기를 떠들었다.
금방이라도 엄마가 산소 호흡기를 벗으며
시끄럽다고 할 것만 같았고,
이별은 오지 않을 것 같은 밤이었다.

나는 엄마의 얼굴을 만지고, 냄새를 맡고,
주삿바늘에 시퍼렇게 멍든 손을 조심스레 쓸어보았다.
앙상한 뼈가 다 느껴질 정도로 말라
볼까지 움푹 팬 엄마는
너무도 작아서 꼬마 아이처럼 느껴졌다.

동생과 설핏 잠이 들었다.
한 시간쯤 눈을 붙였을까.

꿈처럼 삐 소리가 반복적으로 들렸고,
눈을 뜨자 모니터를 한참 들여다보던 간호사가
아무래도 의사를 불러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제야 허둥지둥 동생을 깨우고 엄마를 지켜봤지만
드라마처럼 갑자기 모든 숫자가
0이 되는 일은 없었다.

그저 가쁜 호흡이 멈춘 채로
엄마는 자는 듯 편안해 보였다.

당직실에서 뛰어 온 의사의
담담한 사망선고가
수순처럼 이어졌다.

마흔셋,
나는 비로소 조용히 고아가 되었다.

엄마가 떠난 다음 날부터,
사람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말을 건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