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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y Dec 14. 2019

어설픔을 받아들이는 것

시작의 첫 걸음

올 해를 시작하면서 호기롭게 결심한 것들이 있었다.

하나는 “브런치 계정을 만들고, 매주 글을 써보자.”, 또 하나는 “인스타그램 부계정을 만들어보자.” 둘 다 글을 기반으로 무언가를 기록하려는 의도였다. 글 쓰는 것을 좋아하기도 하고, 꾸준한 기록을 통해 나의 취향과 생각을 정리하며 나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더 잘 알고 싶었다. 즉, 나를 위해 꾸준한 글쓰기를 시작해야 겠다고 다짐한 것이다.


그런데 올해가 끝나가는 마당에 인스타그램 계정은 아이디만 존재할 뿐 게시글은 하나도 없는 유령 계정이 되었고, 브런치 역시 두어달에 글이 한 번 올라올까 말까 하는 버려진 계정이 되어버렸다.


필름카메라를 좋아해서 필름 사진과 함께 어울리는 짧은 글을 쓰는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들고 싶었다. 카페에 앉아 이런 저런 것들을 끄적이며 나름 심각하게 고민했다. 하지만 “계정 이름은 뭘로 하지?”, “게시물 포맷은 어떻게 할까?”, “첫 번째 게시글은 뭘 올릴까?” 고민만 주구장창 할 뿐 그 어떤 것도 결정 내리지 못했다. 당연히 그 어떤 것도 실행하지 못했다. 그렇게 부계정을 여는 것은 계속해서 나중으로 미뤄졌다. 브런치 연재 역시 소재를 생각하는 것이 쉽지 않았고, 업로드 전 너무 많은 수정과 검열을 거치다 보니 글이 완성되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 글을 올리고 나면 진이 다 빠졌다. 강제성이 없을뿐더러, 너무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니 조금만 바빠도 나중으로 밀리기 일쑤였다.


이왕이면 잘 하고 싶었다.

이제 겨우 첫발을 내딛었으면서, 수많은 팬들을 보유한 유명 채널을 좇고 있었다. 나를 위해 시작하기로 한 거면서, 다른 사람의 눈이 기준이 되고 있던 것이다. 누군가가 나의 게시물을 보고 평가할 것을 생각하니 어설픔이 용납되지 않았다. 그 누구도 강요하지 않았는데 완벽함을 고집하고 있었다. 아무리 완벽함을 추구한다 한들 글쓰기 초보자가 쓴 글에는 허점투성이기 마련인대도 말이다.

2019년의 막바지에 아무것도 채워지지 않은 처량한 내 계정을 보고서야 깨달았다. 어설픔을 받아들이지 않고서는 시작이 너무나도 힘들다는 것을. 혹여나 시작을 하더라도, ‘꾸준히’로 이어질 수 없다는 것을. 이제는 조금 마음을 가볍게 먹어보려 한다. 중압감은 덜어 놓은 채로, 나의 어설픔을 받아들이고 뭐라도 꾸준히 끄적여보려 한다.


필름카메라를 처음 시작했을 때가 생각난다. 초점이 맞는 사진이 10장도 채 되지 않던 첫 롤. 그래도 그냥 계속 찍었다. 필름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게 좋으니까, 결과물에 크게 연연하지 않았다. 나갈 일이 있으면 자연스럽게 필름카메라를 멨고, 마음에 드는 피사체가 있으면 셔터를 눌렀다.

여전히 어설프지만 이제는 초점도, 구도도 제법 괜찮은 사진들이 더 많다. 꾸준히 찍으며 카메라를 만지작거린 시간이 만들어준 결과였다.


글 쓰기 역시 내가 좋아하니까 시작한 일이다. 가벼운 마음으로 다시 시작해보자. 한 글자도 못 쓰고 워드 화면을 멍하니 쳐다보고 있을지라도 하루에 1시간만 아니 30분이라도! 어설픔을 받아들이는 것은 시작의 첫 걸음이자, 꾸준함의 원동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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