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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혀님 May 27. 2018

파라다이스 개러지 2:친구들

Dinosaur L - Go Bang! #5

백인은 파라다이스 개러지의 비주류였다. 유색인종 퀴어들의 안전가옥이었다. 흑인의 음악이 많았다. The Clash의 The Magnificent Dance나 Taking Heads의 Once in a Lifetime 등 온갖 음악이 천장을 울리긴 했지만 백인의 음악은 상대적 소수였다. 그래서 Arthur Russell의 존재는 귀했다. 그는 훵크와 디스코를 이해하는 이상한 백인이었다. "에게, 쟤가?" 그때도 지금처럼 그를 그렇게 바라봤다고 한다.


Dinosaur L - Go Bang! #5 (Fracois Kevorkian Mix)


Arthur Russell은 다양한 이름으로 작업을 발표했다. Dinosaur L도 그중 하나였다. 그는 사실 좀 더 미니멀하거나 아방가르드한 디스코에 끌렸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춤출 수 있는 디스코에 파고든 것은 돈 때문이었다. 돈이 되는 음악. Go Bang! #5도 돈이 되는 이상한 디스코였다. 그래도 그는 은근한 드럼 소리가 불만스러웠다. 아마 좀 더 원초적이고 월드뮤직에 가까운 기괴함을 원했던 것 같다. 믹스 버전에 추가된 사이키델릭한 괴성("뱅 고 뱅 뱅 고 뱅 고 뱅 고 뱅 뱅 고 뱅!")은 그가 지킨 고집과 버린 타협의 상징이었다.


Arthur Russell의 멤버십 카드

Go Bang! #5는 파라다이스 개러지와 The Loft에서 선풍적이었다. The Loft는 파라다이스 개러지보다 앞선 프라이빗 파티로 참석하는 사람들이나 음악에서 크게 다르지 않았다. "내 모든 친구를 한꺼번에 보고 싶다"는 이 디스코는 이 댄스 클럽들의 정서를 그대로 옮겼다. "시끄럽게 미칠 기회를 잡기 위해 뭐든 하겠어." 음악을 틀자마자 앤섬이 됐다. 잘게 쪼개진 드럼 비트에 은근하게 증폭되는 신스 사운드, 이따금씩 광기 어린 보컬의 조합은 시간을 잊고 밤새 끝나지 않을 것 같았을 테니까.


그리고 그곳에서는 정말 그들의 모든 친구를 한꺼번에 볼 수 있었다. 멤버십과 초대만을 통해 입장할 수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키스 해링의 생일 파티에 마돈나가 공연하고 사랑하는 친구들과 사랑하는 음악에 춤을 출 수 있는 곳이었다. (키스 해링은 이곳의 벽화를 그린 단골이었고 마돈나는 첫 데뷔 싱글의 뮤직비디오를 이곳에서 찍었다.) 다른 클럽의 DJ 부스에 오르던 DJ들이 다음 주말을 휩쓸 음악을 귀동냥하기 위해 춤을 추던 곳이었다. 그 아름다운 혼돈의 순간이 이 곡에 담겼다. 


Arthur Russell은 단명했다. 1980년대 에이즈의 유행을 견디지 못했다. 물론 그의 음악은 그를 천재로 섬긴 뮤지션들을 통해 오래 살아남았다. 여러 면에서 파라다이스 개러지의 운명과 조응했다.


Hot Chip - Go 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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