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2019 / 나의 아저씨, 1958
두 저택
[나의 아저씨]에는 윌로 씨가 사는 낡은 공동주택과, 윌로 씨 누나와 매형이 사는 현대식 빌라가 나온다. 윌로 씨는 공동주택의 계단을 부산하게 오르내린다. 공동주택은 층층마다 생기가 넘치지만, 정원이 딸린 현대식 빌라는 윌로 씨를 끊임없이 배반한다. 윌로 씨는 두 세계를 오가는 일종의 침범자다.
강아지들
떼를 지은 강아지들의 산책으로 영화를 시작한다(①). [기생충]의 최후에서 강아지의 배반이 그랬듯이, [나의 아저씨]의 강아지 또한 윌로 씨 못지않은 눈치채기 힘든 침범자다. [나의 아저씨]의 빌라 장면들에서도 강아지는 흥미로운 순간을 여러 차례 연출한다(②).
둘째는, 가판 아래에 숨어 있던 강아지가 윌로 씨 가방 속 생선을 보고 으르렁거리는 장면(③). [기생충]에서는 숨어 있는 누군가와 이를 노려보는 강아지가 대치하는 정반대의 상황이 등장한다.
부잣집 아이
'나의 아저씨(삼촌)'이라는 뜻의 원제처럼, 윌로 씨는 제라르의 삼촌이다. 제라르는 윌로 씨 누나의 아들로 부잣집에 살지만 빌라의 세계에 아직은 적응하기 힘든 아이다. 산만하고, 윌로 씨에게 심정적으로 동조한다. 윌로 씨 매형의 눈에 제라르의 상태는 치료되어야 할 비정상이다. 물론 [기생충]의 다송은 제라르와 달리 빌라의 세계를 거의 탈출하지 못한다.
정원에서의 파티
[나의 아저씨]에서의 빌라 정원 파티도 윌로 씨의 어떤 '무계획'으로 파국으로 치닫는다. 생선 분수의 코미디는 [기생충] 속 물싸움 장면을 떠오르게도 한다. [나의 아저씨]에서도 [기생충]에서도 정원에서의 파티는 이야기를 결말로 이끌기보다는 인물의 면면을 장면 속으로 압축해버린다.
엄폐와 발각
윌로 씨는 부자의 세계로 숨어 들어가야 하고 다시 도망쳐야 하며, 끝내는 발각되는 존재다. 형편없이 미적인 소파를 잘곳으로 만들었다가 결국 발각되는 윌로 씨.
기타 등등
[나의 아저씨]의 마담 아르펠과 [기생충]의 첫 가정부 문광.
[나의 아저씨]와 [기생충]의 밤의 응시.
다른 언급
영화의 한 장면에서 히치콕의 사진이 1초 정도 아주 작게 등장함.
[플레이타임]의 부감 vs. [기생충]의 체육관 부감.
[닥터 스트레인지러브]에서 둠스데이 머신을 앞에 둔 광기.
클로드 샤브롤([의식], [초콜릿 고마워])의 짙은 잔상.
[나의 아저씨]의 이선균과 [기생충]의 이선균.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