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를 읽고
장르: 에세이
이 책의 MBTI: ENFJ
바야흐로 ‘외로움의 시대.’ 모두가 자발적으로 외로움을 사서 견디는 시대에 외롭지 않을 수 있는 방법 하나를 보여주는 귀여운 한 편의 시트콤이다. 한국판 <모던패밀리> 드라마가 제작된다면, 패밀리 중 하나로 그려내도 손색이 없는 ‘가족 이야기’이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의 두 여성, 김하나와 황선우는 법적 제도의 관점에서는 가족이 아니다. 에로틱한 사랑 관계도 아니다. 하지만 둘은 가족이라는 개체가 지녀야 할 안정, 갈등, 지지 등의 복합적인 다요소를 여러 면에서 충족하고 있다. 가족은 대면대면 하다가도, 어디서 궂은일을 당하고 오면 내 일보다 더 화가 나고, 괜히 한 번 말 걸어보고 싶고, 좋은 일이 생기면 가장 먼저 알려주고 싶은, 연인만큼이나 복합적이고 다원적인 대상이기 때문이다.
가족이 아니 누군가라도, 물리적, 심리적 거리가 가까워지면 그만큼 갈등의 여지도 증폭되는 것은 인간관계의 ‘국룰’ 같은 것이다. 그래서 김하나와 황선우가 공통의 공간 내에서 융화하고 충돌하기를 반복하는 일상은 단순한 동거 이야기를 넘어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가 얼마나 복합적이고 다원적인지 다시금 느끼게 해 준다.
김하나와 황선우는 각각의 독립적인 존재로서, 각자의 세계와 가치관, 생각과 감정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 두 인물이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면서 그 경계가 흐려지기 시작한다. 서로의 세계에 녹아들면서, 때로는 그 경계를 지키기 위한 싸움을 벌이기도 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함께 사는 것'의 의미란 무엇인지, 그리고 함께 사는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엮어내는 애정이 얼마나 아늑한지 느낄 수 있다.
나아가, 전통적인 결혼 문법을 따르지 않는 여성들에게 보내는 응원의 찬사이기도 하다. 21세기 대한민국에서 결혼하지 않은 여성의 삶으로 사는 것이 매력과, 외롭지 않을 수 있는 똑 부러진 방법을 알려준다. 정세랑 소설가의 말처럼, 이 작품은 여성의 삶에 가해지는 사회적 압력을 피하고자 하는 여성들에게 힘과 용기를 줄 수 있는 방패가 될 것이다. 사회가 일반적으로 인정하는 '보편적인 삶의 방식'을 넘어서, 함께라는 존재가 가져다주는 적당한 긴장감과 웃음이 어떻게 사람을 건강하게 만들 수 있는지를 몸소 보여주니까.
이런 분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읽어보시는 건 어때요?
누군가와 같이 사는 것에 대한 우려 때문에 결혼이 고민되는 사람,
친구와의 동거가 고민되는 사람,
독립을 고민하는 사람,
너무 가까운, 혹은 너무 먼 사람과의 거리가 고민되는 사람
Photo by Stephanie Harvey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