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에세이를 시작합니다]
내 나이 벌써 38... 말 그대로 내일모레면 불혹이라고 불리는 40이 된다. 내가 마흔이라니...! 내 마음과 생각은 아직도 팔팔한 20대 같은데, 40은 정말 와닿지 않는 숫자다. 하지만 현실은 냉정하다. 몸은 하나둘씩 아파오고, 뭐 하나 다치기라도 하면 회복이 정말 더디다. 피곤은 항상 달고 사는 '상수'가 되어버렸고, 시간은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를 정도로 모든 게 빠르게 흘러간다. 어른들 말 하나 틀린 거 없는 건가... 이렇게 나도 나이를 먹어간다.
그래서 그런지 사람들을 만나 대화를 하다 보면 항상 듣는 질문이 있다.
요즘도 축구해?
아직도 공을 찬다고?
그렇다. 나는 아직도 공을 찬다. 축구를 좋아하고 정말 사랑한다. 오히려 점점 더 좋아지고 이제야 축구의 '참맛'을 알아가고 있달까? 그렇지만 주변에선 점점 공을 차는 사람들은 줄고 있는 게 사실이다. 애석하게도 공을 차다 부상을 당해 장기간 운동하러 나오지 않다가 접는 경우가 빈번하다. 다쳐도 회복이 더딘 이러한 나이 듦이 다시 한번 슬프다.
어떤 이들은 골프를 하고 몇몇은 테니스를 한다고 한다. 몸으로 하는 건 아예 접고 게임을 하든, 아예 모든 취미를 관두고 술만 먹는 사람들도 있다. 일상에 치이다 보면 그렇다. 어쩔 수 없다는 건 잘 안다. 따라서 아직도 축구를 하냐는 질문의 의도도 굉장히 공감한다. 그럴만한 체력이 있냐, 시간이 되냐, 또는 와이프가 허락을 해주냐 따위의 생각들이 묻어 있을 것이다.
생각해 보면 나는 꽤 어릴 때부터 공을 찼다. 단독 주택에 살던 6~7살 당시, 우리 집 울타리는 콘크리트 벽이었고 그 앞엔 쭉 이어지는 골목길이 있었다. 몇 걸음 폭이 안 되는 골목길을 가운데 두고 우리 집 같은 주택들이 좌우로 길게 늘어선 모양이었다. 내 축구 인생의 첫 그라운드는 그 골목길이었다. 아주 넓지도 좁지도 않은 그 골목길에서 동네 아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축구를 했다. 골대도 없고 라인도 없었지만 그때도 참 재밌게 공을 찼더랬다.
아이들이 없을 땐 혼자 벽에다 공을 찼다. 해본 사람은 안다. '벽치기'가 의외로 재미있다는 것을. 내가 벽에다 공을 차면 벽이 내게 공을 차 준다. 무미건조해 보이는 이 뻔한 행위에 변수가 있다는 건 또 하나의 재미. 내가 공을 찼을 때 공이 벽을 맞고 어디로 튕겨 나올지 무조건 알 수 있을 것 같지만 꼭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내 예상보다 세게 튀어나올 때가 있는가 하면 너무 약하게 튕겨져서 돌돌돌 굴러올 때도 있다. 공에 회전이 먹어 더 큰 반사각으로 나오기도 하고 하다못해 벽에 튀어나온 부분에 맞으면 아예 이상한 곳으로 가버릴 때도 있다. 나는 그런 일련의 과정을 즐겼던 것 같다. 혼밥이 요새 유행이라던데, 난 그때부터 '혼축'의 맛을 제대로 느꼈던 것 같다.
초등학생의 나는 매일 같이 축구를 했다. 축구를 하면 친구가 만들어졌다. 내 주요 관심사는 어떻게 하면 사람을 모아서 공을 찰 것인가 하는 것이었다. 반대항 경기를 만들고, 다른 학교에 다니는 친구들과도 연락해 경기를 만들었다. 그때 실력이 지금 실력인 것 같다. 미친 듯이 공을 찼던 시절이 있었다.
중학생 때 잠깐 농구라는 '외도'를 했지만 잘하지 못했고, 고등학생 때 다시 축구의 재미에 빠졌지만 입시라는 커다란 과제 앞에서 무작정 즐길 수는 없었다. 밥 먹고 축구한다는 군대 시절에도 그렇게 즐기진 않았다. 다시 축구 인생을 맞이하게 된 시점은 2016년, 29살이 된 시점이었다. 어떤 의미에선 '늦깎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취미에 '늦었다'라는 게 얼마나 큰 의미가 있겠는가. 즐기면 그만이지.
아직도 공을 차냐는 질문에 대한 답은 "지금이 제일 재밌게 공을 차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도 2개의 팀에서 일주일에 두세 번 축구를 한다. 이렇게 얘기하면 꼭 돌아오는 질문은 이거다. "너가 축구 선수냐?" 주위에서 보기에 선수도 아닌 난 프로 선수 못지않은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는 셈이다. 내 전체 일상에서 꽤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는 중이다.
이러한 기록을 남겨보고 싶었다. 단순히 공을 차는 것 같지만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온갖 사람 사는 이야기들과 감정들이 담겨있다. 그대로 흘려보내고 잊어버리기엔 너무 아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