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의 축구, 그리고 10년 동안의 축구

by 현 Hyeon

[축구 에세이를 시작합니다… 이름하야 축세이]


"조축을 언제부터 했냐고? 세어보지 않았는데 잠깐만... 어? 벌써 10년 차네?"


지인으로부터 축구를 얼마나 했는지 받은 질문에, 그에 대한 생각을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터라 햇수를 헤아려보았는데 깜짝 놀랐다. 벌써 10년이 지났다니!


한 운동을 꾸준하게 10년을 한 건 대단하다고 말할 수 있다. 분명 중간에 끊길 만한 일들이 이것저것 많았을 텐데, 그 장애물들을 하나하나 극복해 현재까지 왔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뭐가 그렇게 좋아 난 축구를 계속해올 수 있었을까?




2016년 여름이었나. 근처에 살던 중고등학교 동창과 오랜만에 연락이 닿았다. 별다른 안부 없이도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갈 수 있는 친한 사이였다. 그가 솔깃한 제안을 했다.


"이번 주에 내가 속한 축구팀에 인원이 부족한데, 공 차고 싶으면 한번 올래?"


공을 차는 게 몇 년 만인지... 중간에 한 번씩 차긴 했지만 고등학교 이후 거의 10년 만이었다. 회사에 취직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열심히 적응하고 있을 무렵이기도 했다. 오랜만에 듣는 축구라는 단어에 급 신이 났다. 한번 가보겠다고 했다. 몇 년 전에 사놓은 축구화 한 켤레가 신발장 한 구석에 처박혀 있었다.


자그마치 (인조) 잔디 구장이었다. 밤 시간대라 시원한 바람이 간간히 불었다. 이렇게 축구하기 좋은 날이라니. 오래 신지 않아 딱딱하게 굳어버린 것 같은 축구화를 설레는 마음으로 신고 잔디를 밟았다.


하지만 설렘과 현실은 별개. 오랜만에 축구해 본 사람들은 공감할 것이다.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힘들다. 아니, 힘들다고 표현할 수도 없을 정도로 버겁다. 다들 왜 이렇게 잘 뛰고 공을 잘 차는지. 나만 의미 없이 공을 따라 죽어라 쫓아가는 것 같고, 같이 뛰는 사람들은 나를 놀리거나(다른 팀) 한심하게 째려보는 듯(같은 팀) 하기도 했다.


헉... 헉... 콜록, 콜록


거친 숨만 몰아쉬다 그날 경기는 그렇게 끝이 났다. 경기가 끝나고 팀의 리더인 형님이 "근처 맥도널드에서 햄버거나 먹고 가자"라고 제안했지만 팀원들이 낯설기도 하고 비천한 활약에 창피하기도 했던 나는 바로 집으로 향했다. 축구를 또 하는 게 맞는 건가?라고 생각하면서.


하지만 그 뒤로 친구의 초청으로 몇 번 더 갔다.


그래도 예전에 좀 찼던 게 있어서인지, 운동장과 선수들에 적응을 했어서인지 처음보다는 수월하게 공을 찰 수 있었다. 그렇지만 그것도 몇 개월 가지 않았다.


축구장은 관악구 어느 낮은 산의 중턱에 있는 구장이었다. 차가 없었던 나는 운동 전 몸도 풀 겸 지하철 역에서 축구장까지 뛰어갔는데, 축구장까지의 오르막길을 호기롭게 뛰어가다 허벅지 뒤쪽에 통증을 느끼게 되었다. 처음 겪어보는 통증이라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첫 쿼터(보통 25분씩 네 쿼터로 진행하는 경기의 첫 쿼터)에서 통증이 심화돼 더 이상 뛰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와야 했다. 그게 햄스트링 통증이었다. 축구선수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햄스트링이 내게도 왔던 것. 통증은 3개월 정도 간 거 같다. 축구는 당연히 쉴 수밖에 없었고 그 팀에 가는 것도 자연스럽게 끊어졌다.




그러다 2017년 봄, 출석하는 교회에 축구팀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동갑내기 친구가 알려준 그 소식은 또 한 번 내 가슴을 뛰게 했다. 축구를 다시 할 수 있는 건가?!


그리고 교회팀이라는 얘기는 여러 모로 안심이 되게 했다. 왜냐하면 내가 못한다고 절대 뭐라고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예수님의 사랑을 품은 그들이 고작 공을 잘 못 찬다고 비난하겠는가.


여기서 잠깐 다른 얘기를 하자면 그들도 사람이고, 교회 축구팀도 이 사회의 한 조직이었다. 교회팀에서도 뭐라고 한다.ㅋㅋ 어느 팀이나 꾸짖고 성내는 사람은 몇 명씩 존재한다. 다른 팀과 경기를 했을 때엔 안 싸울까? 똑같이 싸운다. 게다가 상대가 다른 교회팀이면 더 심하게 싸우는 것 같기도 하다. 물론, 격렬한 몸싸움이나 거친 언행을 자제하는 방향으로 항상 얘기를 하지만, 운동을 하다 보면 그게 쉽지 않다.


어쨌든 초반엔 교회팀은 온화할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가입하게 되었다. 이 팀은 매주 토요일 한 중학교 운동장에서 운동을 했는데, 그곳은 학창 시절 익숙하게 봐왔던 흙운동장이었다. 라인도 제대로 그려져있지 않아 매번 운동을 할 때마다 라인을 진하게 그려야 했다. 넘어지기라도 하면 흙모래에 쓸리기 일쑤였다. 지금으로선 흙운동장에서 뛰는 게 잘 상상이 되지 않지만, 그땐 그런 거 없이 축구 자체가 좋아서 재밌게 했던 것 같다.


이 팀에서 햇수로 9년 차인 현재까지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환경이 많이 바뀌었다. 흙운동장에서 먼지 풀풀 날리며 뛰던 것에서 벗어나 매주 잔디구장에서 운동한다. 구성원도 많이 바뀌어 당시 멤버들은 현재 30%도 남지 않은 것 같다. 유니폼도 몇 번 바뀌었다. 그래도 열정만큼은 그때나 지금이나 뜨겁다.


Gemini_Generated_Image_5jtfro5jtfro5jtf.png AI가 그려준 축구를 잘 하는 나의 모습


돌이켜보면, 내가 지금 팀에서 뛰고 있다는 사실은 축구를 10년째 지속하게 하는 큰 원동력이었다. 만약 친구를 따라 비정기적으로 다른 팀 경기에 초청을 받아 가기만 했더라면, 조금만 피곤해도, 조금만 맘에 안 드는 게 생겨도 공을 차러 가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매주 축구를 하기 위해 일정을 조정하고, 피곤하고 지치더라도 운동장에 꼭 나가기 위해 준비를 한다.


이 팀에 있으면서 다치고 아팠던 적도 많다. 햄스트링도 한두 번 올라왔고, 발목이 접질려 깁스도 하고, 허벅지, 허리 통증 등등 적지 않게 아팠다. 그래도 한두 달 쉬더라도 다시 나오게 된다. 팀원들을 보고 싶기도 하고, 그들도 얼른 회복해서 나오라고 독려해 주기 때문이다.


빨리 완쾌해서 와이프 잘 설득해서 나와!
엄살 부리지 말고 그냥 나와서 살살 뛰어! (독려 맞음)


소속감이라는 게 참 중요한 것 같다. 내가 어느 팀에 속해있다는 느낌, 그리고 그 팀원들이 나를 알고 나도 그 팀원들을 이해하며, 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감각. 그런 느낌이 좋아서 지금도 함께하고 있다.


재작년부턴 팀이 하나 더 늘었다. 아파트 내에 단톡방과 네이버 카페가 있는데, 거기에 누군가 글을 올린 것이 시작이었다.


"축구팀을 만들고 싶은데, 팀을 만들면 같이 활동하실 분들 있을까요?"


아파트 안에 축구팀이 생기면 뭔가 더 재밌을 것 같기도 해서 난 바로 신청했다. 그런데 몸이 근질근질한 사람들이 꽤 많았나 보다. 순식간에 70명 정도가 모인 축구팀 단톡방이 개설이 됐고, 처음 익명으로 모인 이들이 마치 봇물이라도 터진 것처럼 축구와 관련된 이야기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아니, 이 사람들은 어떻게 그동안 축구하고 싶은 걸 참은 거지?


그 안에서 팀명과 운영진, 월 회비 등을 정하고 정식 멤버들만 모아놓은 단톡방이 하나 더 생겼다. 2023년에 출범한 이 아파트팀은 2025년 현재까지 매주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난 토요일 아침엔 교회팀, 일요일 아침엔 아파트팀에서 축구를 한다. 이 두 팀의 공통점은 아침 이른 시간대에 한다는 것, 그리고 2시간 축구 경기가 끝나면 뒤풀이 없이 바로 해산한다는 것이다. 팀원들이 대부분 육아와 가족 일정을 챙기러 가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히려 축구 그 자체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점이 좋고 한번 모이면 더 집중력 있게 운동할 수 있어 장점이 크다. 팀원들도 다들 그러할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공감대를 가진 사람들이 모인 팀이기에 소속감도 더 큰 것 같다.


그래서 주변에 축구를 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가까운 곳의 축구팀을 찾아 가입하길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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