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한 결과나 원하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
언제부턴가 어떤 일을 추진할 때 밑밥을 깔기 시작했다.
"나 잘 못해"
'사실 잘할 수 있을 것 같아'
이 밑밥이 참 신기한 게 깔고 시작하면 꼭 그대로 되더라.
개인적으로 밑밥을 까는 이유는 그것 또한 내 계획의 일부며, 긍정적 결과를 설득력 있게 얘기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일이라도 깔아 둔 밑밥이 있으니 좀 못해도 괜찮을 거라고 느끼는지, 나중에 보면 나도 모르게 못하게 된다.
잘 사용한다면 일이 잘못되었을 때 위험부담을 덜어주는 안전장치 역할을 해주지만 악용하거나 남용하면 사람이 밑밥 그 자체로 보일 수 있다. 못 미더운 사람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게 나쁘다는 게 아니다.
뭐든 적당히가 중요한 법이다. 밑밥을 알게 모르게 잘 깔면 사람이 겸손해 보일 수 있고, 잘 못하는 사람이 잘해 보이게 되는 마법을 부릴 수도 있다.
물고기를 잡기 위해 미리 깔아 두는 밑밥, 나는 무엇을 잡기 위해 밑밥을 까는 걸까?
체면? 자존심? 지위?
반대로 생각해보면 체면이 떨어져 있는 상태라서 그런가, 자신감이 떨어져서인가, 불안해서일까.
아직도 잘 모르겠다. 그저 깔고 있는 내 모습을 나도 모르게 발견했을 뿐이었다.
몇 달 전 일이다.
"요즘 유튜브 채널 다들 하나씩 가지고 있던데"
"유튜브가 지금 레드오션이라고 하지만 그만큼 보는 사람이 많아서 아직 블루오션이라던데"
이렇게 깔아 두고 도전했다가 처참히 실패했다.
지나고 보니 시작 전에 했던 얘기들이 다 밑밥이었다. 어렵다. 어려워.
이번에 브런치를 시작할 때에는 신기하게도 밑밥을 깔지 않았다. 되면 좋은 거고, 안되면 어쩔 수 없고 식으로 나왔기 때문인 걸까. 잡생각 없이 바로 행동으로 옮겨서 그런 걸까. 글을 쓴 후 합격 소식이 올 때 까지도 당당했다.
브런치는 정말 잘 만들어진 플랫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문직 직장을 그만두고, 지금은 쓸 데 없는 기술만 갖고 있지 별로 가진 것 없던 내가 작가라니.
다른 작가님들의 고운 글들에 댓글을 달았는데, 나를 작가님이라고 불러주시다니.
새로운 도전을 제대로 시작한 것 같아 오랜만에 희열을 느꼈다.
브런치 작가도 밑밥을 깔았더라면 실패했을까? 작가 신청에 떨어지고 포기했을까?
모른다. 하지만 확실히 지금과는 다른 마인드일 것이다.
작은 선택 하나하나가 큰 틀을 만들고 그 틀을 유지하는 기반이 되니까 어떻게 될지는 직접 안 해보곤 모르는 것이다. 지금도 이런 글, 저런 글 꾸준히 도전하고 있지만, 내가 언제 성공할지 혹은 언제 무너질지는 장담 못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성공을 위해 노력하고 지금도 글 쓰는 자신을 보듬어주고 토닥여줘야 한다.
수고했어. 잘했어. 너는 최고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