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진의 마스터클래스

조성진과 함께하는 TIMF 아카데미 피아노 부문

by 사라는 요가 중

2026 통영국제음악제 - TIMF 아카데미


생각했던 특유의 정중함은 실제 현장에서도 한결같았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건 그가 가진 겸손한 태도. 세계적인 연주자의 위치에서도 "제 의견은 개인적인 생각일 뿐이라, 혹여나 주입식이 될까 봐 걱정됩니다"라며 매 순간 덧붙이는 모습. 자신의 해석을 정답으로 강요하지 않고, 학생의 고유한 세계를 침해하지 않으려는 그 태도가 오히려 그의 음악적 깊이를 증명하는 듯했다.



조성진 마스터클래스 프로그램


현장에서 기록한 장면들

1. 음악적 방법론

모든 해석의 근거는 악보에 기반해야 할 것. 쇼팽 피아노 협주곡 1번 1악장의 잘못 울린 음 하나까지 정확히 짚어내면서 본격적인 티칭이 시작되었다. 또한 그는 계속해서 같은 주제가 반복되더라도 음악의 대비와 장면전환을 강조했다. 톤(tone)과 색깔(color)을 다르게 사용하며 화성의 변화를 민감하게 포착해 장면을 좀 더 다채롭고 입체적으로 표현할 것을 요구했다.


특히 라벨의 밤의 가스파르에서는 "라벨은 드뷔시와는 달리 악보를 잘 들여다봐야 해요. 물론 처음부터 끝까지 인템포로 연주하기 어려운 곡이지만..."라며 주관적인 감상에 매몰되기보다 악보 자체를 객관적으로 마주하는 힘을 강조했다. 이때 피아노를 하나의 오케스트라로 상징하여 각 성부에 악기를 대입해 상상해 볼 것을 권했는데, "p(피아노)는 단순히 음량을 작게 하기보다 속삭이듯이, f(포르테)는 큰소리보다 웅장하게 표현하세요"라는 구체적인 디렉팅을 통해 음색의 층위를 만드는 과정을 짚어냈다.


이러한 정직함은 쇼팽 소나타 3번 1악장에서도 이어졌다. "음악의 복잡한 부분을 단순히 '심플하게' 정리해서 매끄럽게 넘기려 하지 마세요. 멜로디, 화성, 성부의 얽힘을 충분히 고민하고 복잡함 그 자체를 온전히 소리로 표현하세요" 그 복잡함을 음악으로 구현해 낼 때, 비로소 음악은 확장된다. 특히 2주제로 이어지는 재현부의 직전, 전개부 끝자락에서 "깜깜한 방 안에서 아무도 듣지 않아도 혼자 담담하게 연주하다, 마침내 한줄기 빛이 들어오는 느낌으로"라며 비유를 들어 대비를 나타내는 대목은 내 마음에 오랫동안 잔상으로 남았다. 결국 "음이 아니라 음악이 들리게 쳐야 해요"라는 말로 정리할 수 있다.


2. 연주자의 태도

쇼팽 소나타 3번 1악장의 F#음으로 향하는 첫 프레이즈에서는, "저도 키신이 실수하는 동영상을 봤어요."라며 첫 마디의 고충에 대해 충분히 공감을 하고 "하지만 자신 없게 치는 것보다 틀려도 자신 있게 치는 게 나아요. 걱정이 된다, 많이 기도하세요. 그리고 자신 있게 치세요"라며 실질적인 용기를 북돋아 주었다. 이는 완벽주의라는 함정보다는 음악적 기개와 자신감이 더 중요하다는 통찰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최연소 참가자를 대할 때였다. "11년생... 만으로 14살이죠? 그런데 스카르보라니... 나는 14살 때 열정 소나타로 고민하고 있었는데..."라며 농담 섞인 감탄으로 긴장을 풀어주었다. 이어서 당장 눈앞의 악보나 테크닉보다 취미와 사회생활에 대해 이야기하며, 이 친구가 음악에 싫증 내지 않고 오래도록 음악의 길을 걸을 수 있게 살피는 모습, 기술적 완성보다 한 인간으로서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먼저 고민하는 다정함이 느껴졌다.




거장의 겸손이란 자신을 낮추는 기술이 아니라, 음악이라는 본질 앞에서 스스로를 끊임없이 객관화하는 정직함이라는 것을 배운 시간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 속에서 음악도, 삶도, 명상도 결국은 나를 소모하는 것이 아니라 결국 나를 살게 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야 하기에. 그가 말하는 음악은 충분히 사유하며 나의 열정을 기꺼이 불태우는, 가장 그 다운 삶의 증거일지도 모른다.


동영상은 @hyeon._.h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