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 영국 여행의 시작

Q. 영국을 사랑해?

by Heather



나는 영국을 좋아한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영국 정부의 행적을 모두 옹호하겠다는 뜻은 아니며, 영국 역사의 검은 단면을 부정하겠다는 뜻은 아니다. 나는 영국의 뛰어난 기술로 아름답게 포장된 그들의 이미지를 사랑한다. 언제부터였느냐고 묻는다면, 글쎄, 해리포터를 읽은 순간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지만 정확히는 모르겠다.


빅토리아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낭만적인 소설은 내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고, 더 나아가 한창 개봉했던 반지의 제왕은 신화적인 영감으로써 나를 매료하였으며, SF 장르라는 새로운 모습으로 내게 타디스의 문까지 열어주었다. 세상에. 사실 나열하자면 유려하게 포장된 그들의 예술은 끝도 한도 없다. 굳이 셰익스피어까지 올라가지 않아도 좋은데, 그들은 몇 백 년 전에 죽은 셰익스피어까지 기어코 끄집어내어 영원한 클래식이자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적용되는, 살아있는 무언가로 변모시켰다.


요컨대, 나는 일종의 소비자로서 그리고 여행자로서 영국을 좋아한다는 소리다.


IMG_3119.JPG 2015. Dec. 20, 빅벤


그렇기에 영국을 사랑해? - 라는 질문은 내게 조금 어렵다. 사랑에 대한 정의를 내가 너무 거창하게 내리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래도 나는 영국을 좋아한다는 점엔 변함이 없다. 스코틀랜드의 하염없는 바람도, 북아일랜드의 어두웠던 밤거리도, 버스 배차간격 때문에 구름으로 가득 찬 하늘만 보고 돌아와야 했던 콘월도.


이 이야기는 내가 영국을 여행했던 이야기다. 그중에서도 런던 밖을 다닌 이야기. 런던에서 열흘 하고도 더 많은 시간을 보냈던 내가, 결국은 런던 너머를 다니게 된 사연.


그렇다고 해서 내가 런던을 싫어한다는 건 아니다. 사실 난 런던을 매우 좋아한다. 런던만큼은 사랑한다고 해도 좋다. 런던을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 물론, 내가 런던 거주자라면 말이 또 바뀔 수도 있겠다만 지금으로써는 그것이 아니니까 - 런던은 정말이지 사랑스러운 곳이다. 나를 '환장하게 하는' 뮤지컬, 갤러리, 연극, 콘서트가 쏟아질 뿐만 아니라 잠시간 여유를 부릴 수 있는 공원들도 잔뜩 녹색 빛으로 반짝인다. 어디 그뿐인가? 세계의 요리를 맛볼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에, 런던을 벗어나면 정말이지 인종차별이 아닐까 의심하게 될 정도로 당황스러운 영국 요리를 얼마든지 피할 수 있기까지 하다.


그렇지만 한국을 알려면 서울 그 외를 다녀 보아야 하듯, 영국을 알려면 런던 그 너머를 다녀 보아야 하지 않을까? 다인종 도시이자 한 국가의 수도인 런던을 넘어, 그 밖으로 간다면 나는 무엇을 보고 경험할 수 있을 것이며, 어떤 사람들을 만날 수 있게 될까? 당일치기는 어려울지 몰라도 하루 이틀 머물다 갈 만한 영국의 소도시엔 어떤 곳들이 있을까?


이 자그마한 일련의 이야기 묶음은, 그리하여, 그런 사소한 질문에서 시작된 내 여행기라 할 수 있겠다. 때로는 올해나 작년의 이야기들을 하겠지만 가끔은 몇 년 전의 이야기가 튀어나올지도 모른다. 나도 어떻게, 어디로 흘러갈지 모르겠지만 일단은 적어보고 싶다. 내가 다녔던 영국의 이곳저곳에 대하여. 그리고 당신이 한 번쯤 가 보았으면 하는 영국의 시골에 대해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