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콘월 지방 여행기

펜잰스 (Penzance)

by Heather

영국 내에서 피서지로도 유명하고, 별을 관측하는 곳으로도 명성이 자자한 아름다운 콘월은 잉글랜드 지방의 서남부 지방을 일컫는다. 한국인에게는 대개 영화 어바웃 타임의 촬영지로도 은근히 알려진 곳인데, 런던과 거리가 꽤 먼지라 접근성이 높지 않다. 더군다나 면허가 없다면 가기가 굉장히 애매하다. 도착한 후에도 콘월 곳곳을 둘러보기엔 교통수단이 적당치 않기 때문이다. 기차와 버스가 속속들이 준비되어 있다 해도 그 배차 간격이 가히 적지 않으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콘월행을 택했다.


사실 나는 별이 예쁘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어 퍽 기대를 했더랬다. -별이 예쁜 마을이라니, 너무나도 낭만적이지 않은가!- 하지만 내가 콘월에 있던 날엔 한결같이 밤하늘이 흐렸던지라 기대했던 별들은 영 보지 못했다. 더군다나 한 입을 먹고 반한 코니시 페스티(cornish pasty)도 베이커리가 일찍 문을 닫는 바람에 많이 먹지 못해 슬프기 짝이 없다. 그럼에도 내게는 너무나 아름다운 곳으로 남은 여행지, 콘월. 오늘은 그중에서도 펜잰스 이야기를 해 볼까 한다.


KakaoTalk_20190430_204443803.jpg Penzance, @hyeon4510471


펜잰스는 잉글랜드의 도시 중 가장 서남쪽에 위치한, 우리나라로 치면 일종의 해남 땅끝마을 같은 곳이라 할 수 있는 도시다. 런던을 기점으로, 기차로는 대략 6-7시간이 걸리고, 엑세터 등의 도시로 비행기를 탄 후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할 수도 있다. 나는 야간 버스(National Express)로 이동하였는데, 밤 11시경 빅토리아 코치 스테이션에서 탑승한 후 펜잰스에 오전 8시경에 도착하였다. 어떻게 가든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운전면허가 없는 내가 선택한 최선의 방법이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문제는 도착 이후에 벌어졌다. 내가 예약한 유스호스텔은 YHA 유스호스텔*로, 중심가에서 제법 떨어져 있었으며, 오전에 마땅히 근방을 갈 곳이 없었던 것이다. 위에 적었듯 버스의 배차 간격을 잘아보지 않은 경우 일정에 차질이 벌어지기 쉽다. 나는 미낙 시어터(The Minack Theatre)엔 갈 수 있었으나, 아쉽게도 랜즈 엔드(Land's End)엔 가지 못했다.


* 숙소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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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 상단부의 붉은 화살표에 펜잰스 버스 정류장과 기차역이 있는데, YHA 유스호스텔은 그로부터 대략 도보 30분 거리에 위치한다. 약간의 언덕길을 걸어야 하기 때문에 짐이 많은 관광객이라면 다른 숙소를 찾아볼 것을 추천한다. 물론 나름대로의 장점을 꼽는다면, 시골길이 굉장히 예쁘다는 것을 꼽고 싶다. 위의 꽃 사진 역시 내가 YHA 유스호스텔을 예약하지 않았더라면 절대 보지 못했을 것이다.)


랜즈 엔드엔 내가 가지 못하여 함부로 추천글을 적거나, 여행 일정에서 빼는 것이 좋겠다고 말을 할 수 없다. 그러나 미낙 씨어터만큼은 무슨 일이 있어도 가 보라고 권하고 싶은데, 이곳은 그야말로 특별한 장소이기 때문이다. 그리스 유적지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예스러운 야외 소극장이 바다와 바로 맞닿아 있다는 점이 얼마나 특별한가! 대개 4월 중순부터 연극을 실제 예매하여 관람할 수 있는 듯 하니 기회가 된다면 티켓을 구매해 보는 것도 좋으리라.


The Minack Theatre, @hyeon4510471

이렇게나 매력적인 미낙 씨어터는 펜잰스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다. 영국의 명물인 이층 버스로 대략 30분이 걸리는 곳이며 구불구불한 시골길을 구경하다 보면 그 30분은 금방 사라지기 마련이다. 버스 티켓은 버스에 올라 운전기사에게서 구매가 가능하지만, 핸드폰 어플을 사용해서 미리 구매하는 것 역시 가능하다. 이 경우 하루, 이틀 등 묶음 티켓으로 구매가 가능하며 어떻게 구매하든 현장 구매보단 1파운드라도 싸게 설계되어있으니 대략적인 여행 일정을 세우는 것을 권한다. 물론 최악의 경우 티켓을 구매했으나 날씨가 좋지 않아 사용하지 못할 수도 있겠지만…… 대개 그런 사정이 발생할법한 계절(가을, 겨울)에는 콘월을 많이 찾지 않을 것 같긴 하다.


바다와 맞닿아 있으며, 나름의 작은 정원까지 갖춘 이곳은 단 한 명의 여성의 꿈으로 출발한 공간이기도 하다. 극장에 들어가기 전 마련된 박물관에서 그 일대기를 읽어볼 수 있으며, 왜 셰익스피어의 연극이 자주 공연되는지에 대한 이유도 읽어볼 수 있다. 더불어 이곳은 작은 카페도 갖추고 있는데, 관광지이기에 바가지를 씌우진 않을까 우려했던 것과 다르게 영국의 다른 카페와 별다를 것 없는 가격을 책정하였고, 웃는 낯으로 관광객들을 반긴다. 나는 연극을 보지 못했으나, 음향 기기를 체크하느라 음악을 틀어둔 것을 들을 수 있었는데, 그것은 정말이지 특별한 경험이었다. 쏴아아, 쏴아아, 반복되는 파도소리 틈새로 들리는 오케스트라 연주가 얼마나 황홀할지 상상해 보라. 밀려오는 바닷바람에 눈을 감고 잔디를 깔아 둔 의자에 앉아 둘러보는 세상은 그 무엇보다 아름다웠다.

The Minack Theatre, @hyeon4510471

또한 나는 장난스레 연극을 연습하는 이들도 볼 수 있었다. 어린아이들은 무대에서 나름대로 연기를 펼치고 부모님들은 그 모습을 사랑스럽게 바라보며 영상을 찍는다. 이런 방학(내가 이곳을 방문했을 당시는 부활절 주간이었다)을 즐길 수 있는 한 때라니. 가족 모두에게 행복한 시간이 되는 듯하여 너무도 부러웠다. 더불어 한 명의 꿈이 얼마나 많은 이들에게 추억으로 번질 수 있는지를 확인하며 이전에 읽었던 책의 서문을 떠올리기도 했다. 정확히는 기억할 수 없지만, 한 명의 꿈이 두 명의 꿈이 되고, 세 명의 꿈이 되고, 여러 명의 꿈이 되면서 현실로 구현될 수 있었다는 내용이었던 것 같다.


그렇지만 펜잰스는 그렇게 넓은 공간이 아니며, 관광 도시로 활기를 띤다는 내 여행 책자의 설명과는 다르게 모든 곳이 빠르게 문을 여닫았다. 코니시 페스티를 파는 베이커리는 오후 4시, 5시 사이에 문을 닫았으며 다른 여타 식당 역시 마찬가지였다. (예외가 있다면 중식 레스토랑, 도미노 피자 등이 있긴 하다.) 그래서 나는 테스코 신세도 참 여러 번 많이 졌다. 아마 다른 이들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던 모양이다. 유스호스텔의 지하 식당에서 혼자 3파운드 밀딜을 먹고 있을 때면, 다른 손님들이 부엌에서 요리를 하는 모습을 곧잘 볼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약간의 주의를 기울인다면, 펜잰스는 기억 한 구석에 남을 만큼 충분히 매력적이고 아름다운 공간이 될 수 있다. 야간 버스를 탔기 때문에 완전히 뻗어 버린 첫날에는 겨우 미낙 씨어터 한 곳을 다녀온 후 펜잰스를 둘러본 것이 전부지만, 그 다음날엔 세인트 마이클 마운트(St. Michael's Mount)와 세인트 아이브스(St. Ives)를 다녀올 수 있었고, 이 날 내가 구경하였던 콘월은 꿈의 공간처럼 내 기억에 아로새겨졌으니까. 약간 기분이 상한, 우스꽝스러운 일화만 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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