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콘월 지방 여행기

St. 마이클 마운트, 그리고 St. 아이브스

by Heather

사실 콘월 여행을 갈 때 추천받은 곳이 있었다. 에덴 프로젝트라는 이름의 식물원 (https://www.edenproject.com/). 그러나 나는 대중교통을 이용해 움직이는 상황이었고, 펜잰스에 숙소를 잡아두었으므로 사정상 가지 못했다. 그래서 내가 주변을 다닐 땐 우선적으로 가까운 곳을 가게 되었는데, 그중 첫 번째로 간 곳에 바로 세인트 마이클 마운트(St. Michael's Mount)였다. 썰물이면 마운트까지 걸어갈 수 있고, 밀물일 때엔 보트를 타고 들어갈 수 있기에 영국의 몽생 미셸이라고도 불린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내가 몽생 미셸을 가본 적이 없으니 직접적인 비교를 할 수는 없겠지만, 이곳 역시 아기자기한 맛이 있어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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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밀물과 썰물 시간은 방문 직전 확인하는 것이 필수. 대략적인 시간과 안내문은 사이트 (https://www.stmichaelsmount.co.uk/plan-your-visit/opening-days-times)에서 확인할 수 있다.


17세기 이후로는 세인트 오바인 가문의 성이 되었다고 하는데, 현재는 내셔널 트러스트에서 관리를 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티켓을 구매할 때엔 내셔널 트러스트에 가입하여 연회원이 되지 않겠냐는 안내문을 함께 받게 된다. 사실 성엔 꼭 들어가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다. 지금껏 다녔던 유럽의 성보다는 조금 스케일이 작기 때문인데, 그래도 성 안에서 굽어보는 섬의 풍경은 썩 나쁘지 않은 편이다. 실내 역시 아기자기한 맛이 있다. 나는 그중에서도 푸른 방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나는 4월 초에 갔기 때문에 정원 구경을 할 수 없었지만, 마운트 안의 카페에서 꽤 괜찮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영국을 여행하는 내내 그것이 참 좋았다. 여행지라 해도 카페의 가격이 특별히 비싸지가 않다는 점! 그래서 커피와 빵, 혹은 쿠키 하나를 시키고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하는 나에겐 모든 곳에서 추억을 소소하게 쌓아갈 수 있어 행복했다. 내가 세인트 마이클 마운트를 간 날은 주말 정오 즈음이었기에 가족 단위 관광객이 많아 집중하긴 조금 힘들었지만.


바닷물이 빠진 바닷가에선 커다란 반려동물과 함께 즐겁게 시간을 보내는 영국인들이 많았고, 아이들은 세상 어딜 가도 똑같은지 커다란 바위 위에서 씨름을 하는 것을 구경만 해도 즐겁다. 음악을 들으며 바닷바람을 맞는 것 역시 꽤 괜찮은 듯하다. 다만, 근처 마을의 규모 자체가 매우 작다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 반나절 이하를 머무는 코스로 계획을 세우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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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후 내가 방문한 곳은 세인트 아이브스(St. Ives)였는데, 이곳은 펜잰스 근처에 위치한 예술가들의 성지요 그야말로 아티스트적 아이디어가 샘솟는 마을이다. 내 첫인상을 솔직히 말하자면, 제주도의 이중섭 거리와 닮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아마 그 이유 중 하나는 소규모 아트 갤러리나 샵이 많았기 때문일 것이다. 취향에 맞는다면 이보다 더 좋은 천국도 없지 않을까? 그러나 주말엔 문을 닫는 갤러리와 샵이 의외로 많다는 것을 염두에 두길 바란다. 여행객으로선 안타깝게도, 유럽인들은 자신의 워라밸을 철저히 지키니까.


내가 갔던 날엔 날씨가 오락가락하고, 바람도 거세게 불어 우산이 몇 번 뒤집어지기까지 했다. 그렇지만 슬쩍 둘러보아도 매력적인 백사장이 매력적인 곳이기도 하다. 풍광이 워낙 좋은지라, 아무 곳에 핸드폰 카메라를 대 보아도 썩 나쁘지 않은 사진을 찍을 수 있다. 근처 가게에서 간단한 간식거리를 먹으며 느긋하게 파도소리를 듣는 경험은 그 무엇에도 견줄 수 없을 것이다.


다른 곳도 마찬가지겠지만 세인트 아이브스에도 수많은 갈매기가 허공을 배회한다. 그것이야 알고 있었지만 사람들이 들고 있는 음식까지 적극적으로 노릴 줄은 몰랐는데, 나는 나의 안일한 예상의 희생자가 되었다. 나는 코니시 페스티를 먹으며 거리를 걸었는데 (심지어 우산도 쓴 채로) 갈매기 한 마리가 날아와 내 빵을 정확하게 쪼아 먹었다. 세상에. 오스트레일리아에서 감자튀김을 빼앗아 먹는다는 갈매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지만, 영국 콘월에서 빵을 훔치는 갈매기를 만날 줄은 꿈도 꾸지 못했다. 나는 결국 1/3, 1/2 가량밖에 먹지 못한 빵을 쓰레기통에 버려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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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콘월의 예술 마을답게, 이곳엔 테이트 세인트 아이브스가 있다. 나는 테이트 모던, 테이트 브리튼에만 익숙했던지라 또 다른 테이트 갤러리가 있을 줄은 몰랐다. 하지만 이곳에서 나는 세 곳을 통틀어 가장 인상적인 작품을 만나게 되었다. 바로 Anna Boghiguian의 The Salt Trades 2015. 카세트테이프(CD 플레이어?)를 통해 바닷소리를 내고, 갤러리 바닥엔 소금을 뿌려둔 작품을 '경험'한다는 것은 특별한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이 외에도 Patrick Heron의 Azalea Garden Framed 역시 밝은 색으로 이루어진 작품이었던지라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다.


평소 예술 작품에 큰 관심이 없더라도 이 갤러리를 한 번쯤 가보는 것을 추천하는데, 말 그대로 '해변 앞'에 위치한 미술관인 덕분에 창밖으로 넘실대는 파도를 보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현대 미술 작품으로 가득하여 어렵게 느껴질지도 모르겠지만, 실내에서 창 밖을 보기만 해도 한껏 낭만을 자랑할 수 있는 갤러리라니 그야말로 귀한 경험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