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스노트 검색기': 개발자의 '편의'에서 타인의 '필요'로
코딩은 마무리되었다. 나의 사소한 번거로움을 해결하기 위해 시작했던 1인 프로젝트가, 어느새 그럴싸하게 완성된 프로그램의 형태를 갖추게 되었다. 이 간단하고도 깔끔한 프로그램 하나가 가져다주는 편리함을 생각하면, 국가법령정보센터가 멈추는 정도로 급박한 상황이 아니더라도 유용하게 쓸 사람들이 많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코드를 짜는 것과 그 결과물을 남에게 권하는 것은 전혀 다른 영역의 문제였다. 나는 유명한 개발자도 아니었고, 법조계에 줄을 댈 만한 인맥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내가 가진 네트워크라고는 강의실에서 매일 마주치는 로스쿨 동기들이 전부였다.
우선, 내 프로그램의 검증이 필요했다. 몇 번의 테스트를 거쳤다 한들, 혹시 모를 오류를 품은 프로그램을 무턱대고 배포할 수는 없었으니까. 그렇게 친한 친구 두세 명에게 알음알음 설치 링크를 보냈다. 돌아온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편의 기능에 대한 간단한 피드백 두어 줄과 함께, 적어도 '못 쓸 프로그램'은 아니라는 것을 확인받았다.
일단 한 번 남에게 평가를 받아보고 나니, 용기를 내어 판을 키우는 건 어렵지 않았다. 자연스레 내 시선은 동기 100여 명이 모여 있는 로스쿨 전체 단톡방으로 향했다. 물론 아무리 동기라지만, 검증되지 않은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테스트해 달라는 건 꽤나 번거로운 부탁임을 알았다. 그래서 나름의 '투자'를 감행했다. 프로그램의 테스트에 참여해 주는 사람들에게 커피 쿠폰을 주겠다는 공약을 건 것이다. 과거 나를 스쳐 지나갔던 수많은 설문조사와 그에 따른 공짜 쿠폰들이 문득 머릿속에 떠오르면서, 어쩐지 그 설문조사를 애타게 돌렸을 사람들의 마음이 느껴지는 것만 같았다.
학년장의 허락을 받아 톡방에 공지를 올리고, 약속한 열흘 정도의 테스트 기간 동안 초조한 마음으로 응답을 기다렸다. 혹시라도 사람들이 너무 많이 참여하면 어쩌나 하는, 그런 근거 없는 기대와 고민도 내심 품고 있었다. 하지만 받아 든 성적표는 냉정했다. 100여 명의 동기 중 반응을 보인 건 한 손에 꼽을 정도였다.
솔직히 말하자면, 아쉬운 마음이었다. '커피까지 준다는데 왜 안 하지?', '설치 과정이 너무 복잡했나?', 아니면 '내가 만든 게 생각보다 매력이 없나?' 온갖 생각들이 머릿속을 스쳤다. 로스쿨생의 바쁜 일상을 모르는 바는 아니었지만, 개발자로서의 자존심에 생채기가 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그 실망감이 걷히고 나니, 다른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나의 프로그램 테스트에 참가한 사람들은 소수였다. 하지만 그들은 단순히 커피가 먹고 싶었던 사람들이 아니었다. 그들은 바쁜 시간을 쪼개어 기꺼이 프로그램을 설치했고, "이런 기능이 있었으면 좋겠다", "이 부분은 가독성이 떨어진다"며 구체적인 피드백을 보내왔다.
수백 명의 다운로드 횟수보다, 내가 만든 도구를 진짜 자신의 공부에 활용하고 있는 한 사람의 목소리가 얼마나 무거운지 그때 알았다. 100명의 침묵 속에서 들려온 그 소수의 목소리는, 내가 케이스노트 검색기를 단순히 '나의 편의를 위한 프로그램'을 넘어 '타인의 필요까지 충족하는 프로그램'으로 확장하는 계기가 되었다.
홍보 기간은 끝났고, 약속했던 커피 쿠폰도 더 이상 없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홍보를 한 지 3개월이 지난 지금도, 웹스토어 대시보드를 확인하면 꾸준히 접속하는 10여 명의 사용자가 있다.
누군가에게는 고작 10명 일지 모른다. 하지만 나는 이 10명을 위해 기꺼이 다시 코드를 들여다본다. 나의 작은 코딩이 누군가의 치열한 로스쿨 생활을 조금이나마 덜 번거롭게 만들고 있다는 증거니까.
그것만으로도, 내가 휴식을 뒤로하고 키보드를 두드릴 이유는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