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성도 이런 극성이 없다.
국민학교 졸업 약 50년 만에 중학교 입학을 앞둔 학업 단절 예비 중학생을 위해서 고등교육을 이수한 딸들이 특급과외쌤을 자처하고 나섰다. 사실 일반 학원들과는 커리큘럼이 완전히 달랐기 때문에 직접 나설 수밖에 없었다.
우리집은 딸이 여럿이라 이럴 땐 도움이 됐다. 한 명은 수학, 또 다른 한 명은 영어로 각자 그나마 유리한 과목으로 분담을 했고 막내는 막내답게 과도한 학업에 지친 학생을 달래는 역학을 맡았다.
수학은 기초를 다지기 위해 + - × ÷ 사칙연산부터 다시 시작했다.
더하기, 빼기, 곱하기, 나누기를 각각 할 때는 그래도 괜찮았는데 이걸 한 문제 안에 섞어 놓으니 환장할 노릇이었다. 심지어 학생이 덜렁이라.. 자꾸 뭘 빼먹거나 순서를 헛갈렸다. 오답만 보고도 어디에서 계산이 틀렸는지를 찾아내는 딸이 신기하기만 한 엄마 아니 예비중학생이었다.
열정의 수학 과외쌤은 문제집 하나도 신중하게 골랐는데 그렇게 고른 문제집 만으로도 부족했는지 학생 수준에 딱 맞는 문제를 직접 만들어서 숙제를 내주기도 했다. 예비중학생은 진절머리를 쳤다. 요즘도 기껏 힘든 문제 다 풀어놓고 마지막에 - 마이너스를 빼먹어서 틀리기는 하지만 그대로 그때의 기초 다지기가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문제는 영어였다.
그래도 나름 대문자까지는 완벽하게 외웠다고 생각했는데 소문자가 등장하면서부터 멘붕, 심지어 섞여 있으면 잘 알고 있던 단어도 낯설어지곤 했다. 특히 대문자 I(아이)와 소문자 l(엘)처럼 비슷하게 생긴 애들이 문제였다. 아니 왜 비슷하게 만들어놔서 공부하는 학생을 힘들게 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승질을 내기 일쑤였다. 심지어 멋을 좀 부린 글자폰트가 나타날 때면 영포자가 되기로 맘을 먹었다.
무작정 알파벳만 계속해서 외울 수는 없어서 단어 읽고 쓰기 조금씩 곁들였다. 하던 대로 A - Z 순서로 apple부터 시작했는데 도통 흥미를 돋우지 못했다. 그러다가 예비중학생이 영어를 배우고 싶어 했던 이유가 생각해 냈다!! 외국여행을 가면 딸들의 도움 없이는 밥 한 끼, 커피 한잔 주문할 수 없었다. 그때마다 나도 영어를 배워서 직접 해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했었다는 엄마의 말이 떠올랐다.
그래!! 바로 이거야!!!
일단 기내식부터 시작 >> beaf, pork, chicken, fish
그 다음은 >> passport, departure, arrival
시도는 좋았으나.. 영어라는 언어에 접근할 기회가 매우 적었던 탓에 자연스럽게 흡수되기란 여간 여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던중 chicken~ chicken~~ 외우다보니까 치킨이 먹고 싶다는 말에 순간 번쩍! chicken을 완벽하게 외우면 그날은 치킨을 배부르게 사주겠노라 미끼를 던졌다. 그리고 불시에 "chicken" 외치면 스펠링을 완벽하게 외워야 했는데 ch와 ck가 헛갈리는 것은 물론이고 치.킨 둘 다 발음은 똑같이 "이"인데 왜 앞은 i이고 뒤는 e냐며!! 영어 만든 놈 나오라고 버럭버럭하셨다. 그럴때마다"한글 = 세종대왕"처럼 만든이가 명확한 단어는 거의 없으니 이해하려하지 말고 일단 이거 한 단어만으라도 잘 외워보쟈고 꼬드겼다. 그렇게 일주일 정도가 지났으려나 이번엔 집 앞에 핏자가 먹고 싶다고 했다.
" 엄마, 그럼 이번엔 Pizza를 외워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