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3] 수업 맛보기

본격적인 입학 전에 특강수업에 참석하다.

by hyeonAc


원서 접수할 때 만났던 선생님께서 "특강"이라는 것이 있다고 연락을 주셨다. 사실 안 가도 그만이다. 어차피 입학은 3월 2일이었고 이건 말 그대로 입학 전에 학생들을 위해 학교에서 준비한 "특강"일 뿐이었다. 학생은 입학 전까지 그냥 놀게 놔두라며 툴툴거렸지만 이여사님께서 앞으로 어떤 수업을 듣게 될지 궁금해진 학부모가 특강에 한번 가보자며 살살 꼬셔냈다.


당일,

학교 입구부터 범상치 않았다.

조끼를 맞춰 입은 선배 학생분들께서 후배님들을 위해 길 안내를 해주고 계셨다. 이것은 마치 부흥회를 하고 있는 교회 입구의 느낌이랄까? 우린 일단 도착하면 연락하라고 하셨던 영어 선생님께 전화를 했고 행정실에서 특강책을 받았다. 이날은 영어한문 수업이 있었다. 이여사님께서 학교에 가고 싶은 첫 번째 이유가 바로 "영어"였기 때문에 아주 적절한 날짜 선택이었다고 생각했다.




special class 1. English (영어)


종이 울리고 선생님께서 들어오시더니 시작부터 대뜸 영어로 인사를 시작하셨다.

> 여기서 1차 당황!

오늘 수업에 대한 간단한 안내를 다시 영어로 설명하시는 선생님 덕분에

> 2차 당황!!


겨우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있는데 선생님께서 출석을 부르기 시작하셨다. 이름을 호명되면 "네"가 아닌 "I`m here"로 답을 해야 했다. 이미 특강이 몇 주 차 진행된 상황이라 잘 따라 하는 학생도 있었고 초등학교에서 영어수업을 하고 올라온 학생도 있었기 때문에 다들 곧잘 따라 했다.


이여사님께서는 그 적극적인 분위기에 기가 눌려버린 것이다.


다행히(?) 다음 진도를 위해서 일부만 출석을 부르고 넘어가는 바람에 이여사님은 I`m here을 직접 말하지 않아도 됐다. 하지만 극성 학부모는 이 좋은 기회를 놓칠 리가 없지 않은가? 집에 가자마자 이여사님 입에서 "I`m here"이 자연스럽게 튀어나올 때까지 수시로 "이땡땡"을 외치고 또 외쳤다.

그렇게 일주일 정도 지났을 때쯤 이여사님께서는 니 얼굴만 봐도 울렁증이 올라와서 못살겠다며 보이콧을 선언하셨다.



다음 진도는 "ABC song" 따라 부르기


선생님께서는 가사가 적힌 종이를 나눠주셨고 뽀로로가 부르는 알파벳 외우기 노래를 따라 부르는 시간이었다.


분명히 알파벳은 다 뗀 이여사님이셨는데!!!

왜??? 알파벳이 아니라 한글로 적힌 (에이 비 씨 디 ~ )를 보고 노래를 부르시는 거죠???

왜??? A B C D가 아니라 (에이 비 씨 디) 쪽에 빗금을 치시는 거죠???


아직 갈 길이 구만리였다......








特講 2. 漢文 (한문)


나에게 한문은 그저 그림일 뿐이었다.

내 이름조차 겨우 그려서 쓸까 말까 하는 수준이다.

그 어떤 과목보다 어려웠던 한문을 이렇게 다시 만나다니!!!

따라는 왔으니 구석에서 조용히 귀를 닫고 있을 셈이었다.


그런데 이 선생님, 은근히 재미나게 수업을 하셨다.


한자의 유래부터 획순까지 꼼꼼하게 지도해 주셨다. 이여사님께서도 저게 저런 뜻인 줄 몰랐다며 노트에 열심히 써내려 가셨다. 진짜 한 시간 순삭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재밌어봐야 "다음 수업 시작하기 전에 오늘 배운 거 쪽지시험 봅니다" 이 말 하나면 지옥이 시작되는 것이 바로 한문!!

아직 쪽지시험의 공포를 모를 때 재미있게 들어두세요 ^^;;






겨우 2시간짜리 특강이었지만 우리 예비중학생은 정신이 하나도 없었고 뭘 배웠는지도 모르겠다는 평을 남기셨다. 과연 이 수업을 따라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매우 시무룩해하셨다.


그래서 과외란 걸 시작해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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