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리엔탈익스프레스 May 05. 2024

업무과부하 가정의 달

가정의 달 나는 바쁘다


 4월 30일은 우리 부부의 결혼기념일이다. 그런데 해마다 나는 결혼 날짜를 잘못 잡았다는 것을 통감하곤 한다. 결혼기념일을 위한 분위기 있는 식당을 물색하거나 익숙한 서로를 다시 생각하며 신중하게 선물을 고르거나 진중하게 편지를 쓸 여유는 없다. 결혼기념일이 포함된 4월 마지막 주는 어린이날과 어버이날 준비 주간이기 때문이다.


  양가 부모님들과 두 아이들에게 센스 있는 선물과 특별한 하루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일주일도 부족하다. 휴일과 배송소요시간을 고려하여 적절한 날에 선물을 고르고 주문하고 가족모임 시간도 조율한다. 편지도 쓰고 모임 장소도 예약한다. 미션들의 연속이다.


아트박스에서 팔던 어버이날 부모님 인기선물..


 무엇보다 초딩들의 선물이 어렵다. 토이저러스에 한번 데려가면 만사 오케이였던 시절이 호시절이었구나 싶다. 이제 그들은 장난감은 유치해하면서도 어른들의 물건엔 흥미가 없으며 그러면서도 새롭고 재미있는 것을 요구하는 존재가 되었다. 대체 그게 뭔데? 문제는 그들도 그것이 뭔지를 모른다는 것이다….

 아트박스 방문 및 몇 번의 네이버 검색창 공유를

통해 큰 초딩은 가루쿡(13살이 이런 걸 갖고노는 거 괜찮은걸까…), 인형만들기를 골랐고 작은 초딩은 과학실험키트와 과자집 만들기를 골랐다. 시가 쪽 어버이날 가족모임은 오리고기집으로 확정되었고 원거리로 인해 방문이 어려울 친정에 보낼 꽃바구니와 선물도 주문이 완료되었다.

 읽지 않고 쌓인 카드 결제 문자들과 함께 가정의 달 첫째 주와 둘째 주를 마무리한다. 다행히도 남은

건 결제 문자뿐만은 아니다. 카네이션 토퍼를 꽂은 케이크를 가운데 두고 둘러앉은 풍경과 택배상자 두개씩을 끌어안고 웃고 있는 두 초딩들의 표정이 남았다. 다행히도 2024년의 가정의 달 턴도 무사히

지나가는 모양이다.

 

 

작가의 이전글 아들 친구와 노는 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