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이 없는 나라에서 살면 어떨까 자주 생각한다. 겨울엔 춥고 옷도 무겁고 여름엔 덥고 모기에 물린다. 아이들을 기르며 계절의 변화에 좀 더 민감해졌다. 옷부터 시작해서 각 계절에 맞는 활동들도 생각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봄 가을이 되면 마음이 더 조급해진다. 춥지도 않고 덥지도 않은 야외 활동의 최적기이지만 언제나 눈 깜짝할 새 지나가 버리곤 하기 때문이다. 이 시기면 아이들과 꼭 한번쯤은 하고 계절을 보내야 할 리스트가 있다. 그 중 하나가 캠핑이다.
우리 부부는 한때 캠핑족을 꿈꾸며 텐트도 사서 몇 번 캠핑을 갔지만 남편은 텐트 잠자리에서 도통 잠이 들지 못했고, 나에게도 바리바리 캠핑 준비하기는 버겁게만 느껴졌다. 하지만 아이들이 좋아하는 바베큐와 불멍은 또 포기할 수 없었기에 택한 차선책은 역시 글램핑이었다.
고심끝에 포천에 있는 글램핑장을 택했다. 2인 기준에 추가인원, 바베큐, 불멍 장작까지 줄줄이 옵션이었다. 캠핑을 감수하지 못한 댓가려니 했다. 가서는 늘 그랬듯이 공도 한번 차고 배드민턴도 치고 한 바퀴 산책도 하고, 고기 구워서 저녁 먹고 모닥불 피워 마시멜로 구워 먹고 스파클러로 작은 불꽃놀이를 했다. 매번 특별할 것 없는 루틴을 정해진 것마냥 따르는데도 아이들은 매번 좋아한다. 불편한 잠자리를 감수하게 만드는 캠핑의 매력이란 뭘까 다시 또 생각에 잠긴다.
아침에는 차 지나가는 소리에 눈을 떴다. 추울까 바닥난방을 한껏 올렸더니 등이 구워진 것마냥 뜨거웠다. 컵라면으로 아침을 때우고 근처 산정호수를 한 바퀴 돌고 집으로 돌아왔다. 아이들이 집에 와서 벗어 놓은 옷에는 장작 탄 냄새가 배여 있었다. 봄 가을 버킷리스트 하나를 완료했다는 생각에 괜히 나도 안도했다.